서울대병원, 식도암 환자 56명 분석…조직 위치별 유전자 특성 확인
방사선 저항성 관련 유전자군, ‘종양 가장자리’서 가장 높아
일부 환자, 염증 관련 유전자 활동 높을수록 진행·재발·사망 위험↑
ΔNp63NRF2 유전자군(방사선 저항성 연관 제기) 발현은 ‘종양 가장자리’에서 가장 높고 ‘기질 경계’에서 가장 낮았다.ⓒ서울대병원
항암방사선치료를 받은 뒤 남은 식도암 조직이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특성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암과 주변 조직이 맞닿는 위치에 따라 방사선치료 저항성과 관련된 유전자 활동에 차이가 나타났으며, 일부 환자에서는 염증 관련 유전자 활동이 높을수록 암의 진행이나 재발, 사망 위험이 커지는 경향도 확인됐다.
1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장범섭·김학재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나권중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이혜승 병리과 교수와 김병혁 전 서울시보라매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2005~2022년 수술 전 항암방사선치료 후 식도절제술을 받은 식도편평세포암 환자 56명의 보관 수술 조직을 분석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식도편평세포암은 식도 점막의 편평세포에서 발생하는 암이다. 암이 주변 조직이나 림프절까지 퍼졌지만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은 국소진행성 환자 일부는 수술 전 항암방사선치료를 받는다. 하지만 치료 후에도 종양이 남는 경우가 적지 않은 데다, 남은 암 조직이 위치에 따라 어떤 특성을 보이는지는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기존 단일세포 분석은 조직을 분리해 측정하기 때문에 특정 유전자 발현이 조직의 어느 위치에서 나타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위치 정보를 유지한 채 유전자 발현을 측정하는 공간전사체 기술(Visium)을 활용했다.
항암방사선치료 후 식도암 수술 조직의 공간전사체 지도. ⓒ서울대병원
연구팀은 환자 56명의 수술 조직에서 확보한 조직 마이크로어레이를 분석해 조직을 8개 공간 영역으로 나눴다. 이 가운데 10명 이상에서 관찰된 주요 영역은 ▲종양 가장자리 ▲섬유-면역 영역 ▲기질 경계 ▲점막 이행 영역 ▲스트레스 반응 영역 등 5개였다. 특히 ‘섬유-면역 영역’은 환자 조직의 평균 53.0%를 차지해 가장 넓게 분포했다.
이어 5개 주요 영역에서 37개 유전자군의 발현 점수를 비교한 결과, 모든 유전자군이 영역에 따라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특히 ΔNp63/NRF2 유전자군은 ‘종양 가장자리’에서 가장 높고 ‘기질 경계’에서 가장 낮았다. 같은 환자의 암 조직 안에서도 위치에 따라 유전자 활동이 뚜렷하게 달라진 것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공간적 특성이 환자의 실제 치료 경과와 연관되는지도 분석했다. 병리학적 퇴행 등급(수술 조직에서 암이 얼마나 사라졌는지 0~3등급으로 평가하는 지표) 가운데, 기존 등급만으로는 장기 경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1~2등급(잔여 암) 환자 29명 중 ‘섬유-면역 영역’이 확인된 27명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그 결과, ‘섬유-면역 영역’의 염증, ΔNp63/NRF2, SPP1, 다중 방사선 저항성, 발암성 전사인자 관련 유전자군 5개는 점수가 높을수록 진행·재발 또는 사망 없이 지낸 기간(무실패생존기간)이 짧은 경향을 보였다. 유전자군 점수가 표준편차 1만큼 높아질 때 진행·재발 또는 사망 위험은 1.76~2.53배 높았으며, 염증 관련 유전자군에서 2.53배로 가장 큰 연관성이 관찰됐다.
(왼쪽부터) 서울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장범섭·김학재 교수, 심장혈관흉부외과 나권중 교수, 병리과 이혜승 교수. ⓒ서울대병원
전체 환자를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섬유-면역 영역을 평가할 수 있었던 52명에서는 SPP1·ΔNp63/NRF2 관련 유전자군 점수가 높을수록 전체 생존과 무실패생존, 국소 재발·원격 전이 없는 생존이 불리한 경향을 보였다. 위험은 1.36~1.62배 높았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치료 후 조직을 대상으로 한 초기 탐색 연구인 만큼, 해당 유전자군과 환자 예후의 연관성은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해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범섭 교수(서울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는 “이번 연구는 항암방사선치료 후 식도암 조직의 공간 지도를 구축하고, 종양과 주변 조직이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분자적 특성을 지닌다는 점을 밝혔다”며 “식도암의 치료 후 미세환경을 이해하고, 향후 정밀의학 연구를 발전시키는 데 의미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npj Precision Oncology(IF 9.9)’ 최신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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