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추정 폭발 사고' 관련 현안보고에서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최근 국방관련 사안으로 정부의 신뢰가 추락하고 있는데 그의 근본적인 이유는 ‘피아(彼我) 구분의 혼란’이다. 1950년 남한을 침공한 이래 휴전상태로 70년 이상 대치해온 북한을 현 정부는 적이라고 분명하게 지칭하지 못하고 북한을 불쾌하게 만들까봐 노심초사하는 것으로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비무장지대에서 수색작전을 수행하던 우리 군 간부 3명이 지뢰폭발로 부상을 입었지만 현 정부는 핵심사항인 그 지뢰의 북한제 여부를 신속하게 조사 및 발표하지 않았다. 추석 연휴를 핑계로 현장조사를 미뤘고 사건 개요에 대한 종합적 브리핑도 실시하지 않았다. 다수의 국민이 현 정부가 북한 정권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비판이 일자 국방부는 29일 예정되었던 현장확인 활동을 27일로 당겼으나 현장에는 이르지 못한 채 철수하고 말았다. 어느 의원이 현장에 있던 장병들이 북한의 목함지뢰였다고 진술했다는 사실을 공개하자 국방부가 뒤늦게 그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당시 장병들이 착용했던 방호복과 지뢰덧신 등을 정밀감정하여 “북한군 지뢰”로 판단했다고 보도되었다. 그러자 국방부는 28일 저녁 늦게 “북한군의 지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국방부의 지체 및 수동적인 대응이 다양한 오해를 야기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른 하나는 우크라이나에서 생포된 북한군의 한국 송환이다.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이 9월 23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군 전쟁포로 두 명”의 한국 송환 사실을 공개하였는데 우리 정부는 포로의 송환을 환영하는 대신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비공개 합의를 깼다면서 항의하는 데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북한군 포로의 존재는 1년 8개월 전인 2025년 1월 젤렌스키 대통령에 의하여 공개된 것으로서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자 지금까지 귀순을 미루었고 귀순 사실 자체를 숨기려고 한 것으로 의심받을만 하다.
지금까지 남한의 좌파정부들은 북한에 대하여 일방적인 유화정책을 추진해왔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햇볕정책’이라는 슬로건 하에 북한을 무조건적으로 이해 및 지원하고자 했고 이것은 노무현 정부에게도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의 경우에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단과 고위관리들을 초청해 극진하게 대접했고 북한이 요청하자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과의 싱가포르 회담을 적극적으로 주선했다.
이재명 정부 또한 집권 직후 북한에 대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중단하였고 올해 유엔총회에서 북한의 핵동결을 전제로 대북제재를 완화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어떻게든 북한과의 대화를 복원해보려는 선의겠지만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굴종으로 인식돼 국민들의 자존심을 손상하게 만든 것은 사실이다.
특히 역사적 교훈은 유화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히틀러에 대하여 영국과 프랑스가 추진했던 유화정책은 제2차 세계대전을 유발하고 말았다. 남한의 좌파 정부들은 북한 정권의 환심을 사기 위해 헌신적 노력을 경주했지만 북한을 거만하게 만들었을 뿐 한반도의 평화상태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9년 6월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 남측 지역에서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여기에 상당한 규모의 핵무장에 성공한 북한은 이제 핵무기를 사용해서라도 남한을 공격하여 합병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김정은은 미국 대통령과 동급이라면서 남한은 김여정이 상대하는 것으로 격하시켰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대비하라”라는 말이 로마시대로부터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는 이유는 선의가 아닌 힘이 있어야 상대의 공격을 억제 및 방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해야할 일은 분명하고 간단하다. 북한은 우리의 적, 또는 ‘주적(主敵)’임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국민과 세계에게 그렇게 말하라. 북한은 남한을 동족이 아닌 ‘제1 적대국’으로 인식하고 있다. 북한에게 요구할 사항이 있으면 당당하게 요구하고 잘못된 점이 있으면 시정할 것을 촉구하라. 대화를 구걸하는 대신에 확고한 억제 및 방어태세를 구비하라. 그리하여 북한으로 하여금 남한을 존중하게 만들라.
종합적 판단을 통해 북한의 지뢰에 의하여 우리 장병이 다쳤다는 결론이 내려지면 그 사실을 분명하게 발표한 후 확성기 방송 재개 등 북한에게 응분의 불이익을 부과해야 한다. 북한이 군사분계선(MDL) 이남을 침범하여 지뢰를 매설했다면 지뢰를 제거한 후 원상복구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헌법에 의하여 자동적으로 남한의 국민이 되는 2명의 북한군 포로는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앞으로 귀순하는 북한 주민은 송환없이 모두 수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야 한다.
추가적으로 대통령은 군과 그 지휘관들을 신뢰하는 가운데 국방부와 군대가 대통령실의 눈치를 보지 않도록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장해야 한다. 우리 군은 국방부장관 지휘 하에 법과 규정에 근거해 전쟁대비에 매진하도록 보장한 채 대통령은 건의해오는 사안에 대해서만 승인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위임받지도 않은 채 대통령의 참모가 개입하는 일은 엄단해야 한다. 국가와 대통령의 안전을 보장하는 가장 확실한 대책은 군대를 전투에 전념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글/ 박휘락 전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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