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 출연금 확대가 자칫 은행의 고정비와 중개 기능 위축 우려
일률적 출연금 부과보다 취약 차주 재기 지원 성과 반영한 공정 부담 바람직
독일처럼 정부·은행 등의 위험·재원 분담, 취약 차주 상환 가능성 평가해야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서민금융의 안정적 공급은 금융의 공공성을 실현하는 핵심 과제이다.
햇살론 등 정책 서민금융은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취약 차주가 불법 사금융이나 고금리 대출로 내몰리지 않도록 하는 최후의 안전망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서민금융진흥원 재원을 확충하고 금융회사가 일정 역할을 분담하게 하는 정책 방향 자체는 타당하다.
하지만, 최근 출연금 확대는 단순한 재원 확충을 넘어 금융산업의 비용 구조와 위험 부담 체계를 다시 묻는 문제이다.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은 올해 은행권을 중심으로 큰 폭으로 늘었고, 금융권 전체의 부담도 상당히 확대됐다.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에 적용되는 출연요율은 법정 상한 수준까지 높아졌으며, 출연금·지급준비금·예금보험료 등 주요 법정 비용을 신규·갱신 대출금리에 직접 반영하지 못하게 되면서 은행에는 지속적인 고정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에 금융회사의 출연 의무를 장기간 연장하는 법안까지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함에 따라, 한시적으로 도입된 제도가 사실상 상시적 준조세로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우선, 출연금 확대가 은행의 중개 기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은행은 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만으로 운영되는 기관이 아니다.
대손충당금, 예금보험료, 지급준비금, 보증기관 출연금, 전산·보안 투자, 자본규제 비용 등 다양한 비용을 부담한다.
서민금융 출연금까지 늘어나는데 이를 대출금리에 직접 반영하지 못하면, 비용은 결국 수익성 저하 또는 다른 금융상품의 가격 조정을 통해 흡수될 가능성이 크다.
다음으로 출연요율이 가계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부과되는 방식의 형평성 문제이다.
현재 은행권은 가계대출 잔액에 0.1%의 공통 출연요율을 적용받는다.
하지만, 가계대출이 많다는 사실이 해당 은행이 정책 서민금융에서 더 큰 이익을 얻었거나, 취약 차주 지원이 부족했다는 뜻은 아니다.
주택담보대출 중심 은행과 신용대출·서민금융 취급 비중이 높은 은행의 위험 구조도 다르다.
동일한 잔액 기준 부과는 실제 정책 기여도, 취약 차주 대출 공급, 연체관리 성과와 무관하게 비용을 매기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또한, 출연금 증가가 반드시 정책 서민금융의 질적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재원 규모를 늘리는 것은 쉽지만, 실제로 중요한 것은 누구에게 어떤 조건으로 얼마를 공급했고, 해당 대출이 고금리·불법 사금융 이용을 얼마나 줄였는지, 상환 부담을 완화했는지, 채무조정과 재기를 얼마나 도왔는지 여부다.
공급액만 늘리는 방식은 상환 여력이 부족한 차주에게 추가 부채를 권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취약 차주 보호는 단순한 신용공급이 아니라 채무조정, 금융교육, 고용·복지 연계, 재기 지원이 결합될 때 효과를 낸다.
해외의 사례는 포용금융 재원을 민간 은행의 의무 출연 하나에 과도하게 의존하기보다, 공공재원·보증·민간금융·지역 금융기관의 역할을 결합한다는 공통점을 보여준다.
독일의 마이크로크레딧 기금은 2010년 연방정부와 유럽사회기금의 지원으로 설립된 보증기금이다.
해당 제도는 인증된 마이크로금융기관의 추천을 받은 소상공인·자영업자·중소기업에 대해 은행이 소액 대출을 제공하고, 연방 보증기금이 일정 위험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현재도 연방 지원 프로그램으로 지속되고 있으며, 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최대 2.5만 유로의 비교적 낮은 문턱의 대출을 제공한다.
독일 모델의 핵심은 정책목표의 비용을 은행 출연금으로만 충당하지 않고, 정부가 보증기금을 통해 위험을 분담한다는 데 있다.
은행은 심사와 대출 집행의 역할을 맡고, 마이크로금융기관은 현장평가와 사후관리를 담당하며, 정부는 보증을 통해 시장실패를 보완한다.
우리도 서민금융에서 은행에 재원을 요구하는 데 그치지 말고, 정부가 손실 위험과 재기 지원 비용을 더 명확하게 분담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 확대는 취약 차주를 위한 금융안전망을 두텁게 한다는 점에서 필요하다.
은행권에도 서민층의 금융 배제가 심화되어 불법 사금융과 장기 연체가 늘어나는 것을 막고, 장기적으로 금융시장의 신뢰와 안정성을 높인다는 편익이 있다.
사회적 책임은 예측 가능하고 공정하며 성과에 비례하는 방식으로 설계돼야 한다.
법정 상한까지 올린 출연요율 등 은행에 비용만 누적시키는 방식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이는 결국 대출 공급 축소, 차주에 대한 이자비용 전가, 또는 금융혁신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포용금융은 값싼 대출의 확대가 아니라, 감당 가능한 신용과 회복가능한 채무를 제공하는 금융이어야 한다.
출연금 확대가 진정한 포용금융으로 이어질지는 은행 부담을 얼마나 키웠는지가 아니라, 해당 재원이 취약차주의 자립과 금융 회복을 이끌어냈는 지로 평가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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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jyseo@smu.ac.kr/rmjiseo@hanmail.net)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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