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서울의대, 2022년 국내 분만 20만2690건 분석
주요 산과 합병증 위험 9% 낮아…35세 이상에선 차이 없어
산전진찰 9회 미만 비율은 10.1%…의료 접근성 지원 필요
이주여성 산모와 한국 출생 여성의 주요 산과 합병증 발생 위험 비교. ⓒ서울대병원
국내 거주 이주여성이 임신·출산 과정에서 주요 산과 합병증을 겪을 위험이 한국 출생 여성보다 높지 않다는 전국 단위 분석 결과가 나왔다. 연령과 거주 지역, 산전진찰 이용 정도 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위험이 약 9% 낮았다. 다만 산전진찰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이주여성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높아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지원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이승미·김지회 산부인과 교수팀과 이진용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이보미 연구원팀은 2022년 국내에서 발생한 분만 20만2690건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청구 자료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확인했다.
해외에서는 이주여성이 언어·문화적 장벽과 경제적 취약성 등으로 모성 사망과 합병증 위험이 높은 것으로 보고돼 왔다. 반면 한국은 등록 외국인에게도 건강보험과 임신·출산 관련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제도적 환경을 고려해 주민등록체계상 등록 외국인 여성을 ‘이주여성’으로 분류하고 산전진찰 이용과 주요 산과 합병증 발생 위험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임신·출산 과정에서 주요 산과 합병증을 하나 이상 겪은 비율은 이주여성 24.1%, 한국 출생 여성 25.9%로 비슷했다. 산모 100명 중 약 25명꼴로, 두 집단 간 큰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왼쪽부터)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이승미 교수,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이진용 교수. ⓒ서울대병원
나이와 의료보장 유형, 거주 지역, 산전진찰 이용 정도 등을 보정한 뒤에는 이주여성의 합병증 위험이 약 9% 낮았다. 특히 임신성 고혈압은 약 36%, 난산은 약 18% 위험이 낮았다. 이 같은 차이는 35세 미만에서 뚜렷했으며 35세 이상에서는 두 집단 간 차이가 없었다.
두 집단의 특성에도 차이가 있었다. 이주여성 산모의 평균 연령은 30.5세로 한국 출생 여성(33.0세)보다 약 2.5세 낮았고, 제왕절개 비율도 49.5%로 한국 출생 여성(56.3%)보다 낮았다.
산전진찰은 이주여성이 평균 15회로 한국 출생 여성(18회)보다 적었지만,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인 최소 8회를 크게 웃돌았다. 다만 산전진찰을 9회 미만 받은 비율은 이주여성이 10.1%로 한국 출생 여성(2.1%)보다 약 5배 높았다.
이승미 교수(서울대병원 산부인과)는 “여러 국가의 기존 연구와 달리, 한국의 이주여성은 한국 출생 여성보다 주요 산과 합병증 발생 위험이 더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한국의 보편적 건강보장이 중요한 보호 기반으로 작동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진용 교수(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는 “건강보험 적용뿐만 아니라, 이주여성이 임신 초기부터 필요한 정보를 얻고 언어와 문화, 근무·돌봄 여건의 장벽 없이 지속적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공중보건 분야 국제 학술지 ‘Archives of Public Health’ 최신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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