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급별 단판승부제, 시간 제한없이 달아나면 패배
뿔치기,뿔걸이,연타기술 등 "알고 보면 더 재밌다"
‘소싸움’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즐기면 좋을까?
2009 청도소싸움축제를 앞두고 소싸움에 대해 전국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경기규칙이나 싸움 기술 등 소싸움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이 관람한다면 재미가 반감될 수 밖에 없다.
소싸움의 유래와 역사, 경기규칙, 싸움소 관리법, 현란한 테크닉까지 소싸움 축제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노하우에 대해 알아본다.
◆ 소싸움의 유래
소싸움은 이 땅에 농경문화가 정착한 시대, 목동들이 망중한을 즐기기 위한 즉흥적인 놀이로 시작했다. 이후 부락단위 또는 씨족단위로 규모가 확산되면서 서로의 명예를 걸고 가세(家勢) 또는 족세(族勢) 과시의 장으로 이용됐다.
또한 소가 한곳에 모여 풀을 뜯다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힘을 겨루게 되고, 소의 주인도 자기네 소가 이기도록 응원하던 것이 발전해 사람이 보고 즐기는 소싸움으로 변하게 됐다.
일제 강점기에는 우리민족의 협동단합을 제압하기 위해 이를 폐지시켰으나 그 명맥을 조심스레 이어온 터에 마침내 광복을 맞아 부활돼 그 맥을 이어오다가 70년대 중반부터 고유의 민속놀이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 청도 소싸움의 역사
청도군은 천년동안 이어온 지역문화를 문화관광축제로 발전시켰다.
1990년 청도 이서면 서원천변에서 열린 전국 규모의 ‘영남 소싸움대회’로부터 시작된 청소소싸움은 1995년부터 1998년 9회 대회 때까지는 ‘전국 민속투우대회’라는 이름으로 개최됐고, 이후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소싸움대회로 자리매김 하면서 그 규모가 해마다 커지게 됐다.
청도소싸움축제는 1999년에는 ‘한국의 10대 지역 문화관광축제’로 4년 연속 문화관광부 지정축제로 선정되는 등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면서 세계 각국의 관심과 조명을 받는 국제적인 대회로 성장했다.
또한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으로 한국자치발전연구원이 주최하는 ‘대한민국대표축제 전통문화부문’ 대상에 선정되는 등 국내외 관광객의 높은 관심과 기대에 맞춰 매년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추가해 볼거리가 풍성한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 소싸움의 경기규칙
일단 몸무게에 따라 체급이 정해지면 소 주인(우주·牛主)들이 직접 추첨해 대진표를 짠다. 소싸움경기는 1대1 단판승제로 진행되기 때문에 추첨하는 그 순간부터 소 주인들의 신경전이 시작되면서 긴장감이 돈다.
출전 싸움소는 체급별로 ▲특갑종= 810kg 이상 ▲갑종= 730kg~810kg 미만 ▲특을종= 695kg~730kg 미만 ▲을종= 650kg~695kg 미만 ▲특병종= 615kg~650kg 미만 ▲병종= 615kg 미만으로 구분된다.
반드시 1대1로 대결하며 단판승제로 승부를 가리는데 시간제한은 없으며 소싸움 경기공격 중에 먼저 머리를 돌려 달아나는 쪽이 패자가 된다.
출전하는 싸움소들의 연고지를 살펴보면 대부분이 경상도에 집중돼 있고 그 외 경기도 수원과 전북 정읍에 있다. 일본 가고시마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소싸움은 남부지방에서 성행된 전통놀이다.
현재 청도를 비롯한 의령, 함안, 창녕, 완주, 진주, 김해, 대구, 정읍 등지에서 대회가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 싸움소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전문조련사인 우주(牛主)들은 황소 중에서 싸움소가 될 만한 소를 골라 집중적으로 훈련시킨다. 송아지가 자라 싸움소가 되려면 보통 2살은 돼야 하고, 최고의 체급인 갑종 경기에 참가할 때까지 보통 5~8년간 싸움소로 시합에 출전한다.
싸움소는 농사일 대신 체력단련과 기술연마에만 집중하고, 우주(牛主)와 특별한 유대관계를 쌓으면서 시합에 참가, 그동안 닦아온 기량을 선보이게 된다.
◆ 싸움소의 조건은?
키가 크고 동체가 길면서 골격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가장 큰 무기인 뿔이 좌우로 뻗어있고 뿔과 뿔 사이가 좁아야 하며 눈과 귀가 작고 앞다리가 짧으며 목덜미가 잘 발달돼 있고 특유의 끈기와 근성, 그리고 동작이 민첩한 소가 싸움소의 조건에 적합하다.
◆ 싸움소 몸만들기
싸움소가 되면 평균 6~7년간 경기에 출전하는데, 그 기간 동안 싸움소들은 체력단련과 기술연마를 위한 강도 높은 훈련을 한다. 주로 산악달리기, 타이어 끌기로 기초체력훈련을 하고, 뿔치기와 힘겨루기를 통해 기술훈련을 한다.
싸움소의 훈련과정은 시즌경기를 준비하는 프로선수와 다를 바가 없다.
감독격인 우주(牛主)가 소의 지구력과 근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싸움소에게 다양한 훈련을 시킨다. 험난한 산길 달리기, 타이어 끌기 등 근력강화를 위한 훈련이 있으며, 싸움기술을 익히기 위해 통나무, 흙 덜미 박기 등을 통해 다양한 기술을 익힌다. 또한 싸움소의 주무기인 뿔을 뾰족하고 날카롭게 하기 위해 뿔에 대패질을 하기도 한다.
싸움소는 보리쌀, 콩, 밀 등을 볏단과 함께 끓인 여물을 주로 먹는데, 가끔 들깨를 섞어 먹기도 한다. 경기가 임박하면 체급조절을 위해 음식량을 줄이는 대신 한약재나 약초, 미꾸라지, 뱀 등 보양식이나 각종 피로회복제를 먹기도 한다.
◆ 소싸움 최종준비
싸움소들은 경기 전날 뿔 깎기를 통해 최종 몸만들기를 마친다. 뿔 깎기는 경기에 참가하는 모든 소 주인들이 서로 돕는 것이 전통이다. 일찍 도착한 싸움소들은 경기 전날 미리 모래판에 적응하며 몸 풀기를 한다.
경기 전날이 되면 전국 각지의 싸움소들이 청도로 모이는데, 도착하면 제일 먼저 몸무게를 측정, 체급을 구분한다. 외지에서 온 싸움소들은 청도 투우협회에서 마련한 간이 우사에 머물면서 안정을 취한다.
◆ 소싸움 기술을 알면 더욱 재미있다
▲밀치기= 온 힘을 다해 밀어붙이는 기본기술로 싸움소의 기본체력과 특유의 뚝심이 필요 ▲옆치기= 상대소의 옆구리쪽 배를 공격하며 경기를 마무리하는 결정적인 공격술 ▲목치기= 상대의 목을 공격하는 기술로 고도의 테크닉이 필요 ▲뿔치기= 뿔로 좌우를 흔들어 상대의 뿔을 치며 공격해 상대를 제압하는 기술 ▲뿔걸이= 상대의 뿔을 걸어 누르거나 들어올려 상대방 소의 목을 꺾는 적극적인 공격방법 ▲들치기= 머리를 상대 목에 걸어서 공격하며 싸움소의 노련미와 강한 체력을 엿볼 수 있는 기술 ▲머리치기= 뿔로 공격하는 것이 아니고 헤딩하는 정면 머리공격으로 소싸움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기술 ▲연타= 뿔 치기 뒤에 머리치기로 이어지는 연속공격으로 승률이 높은 기술.
그 외에도 뿔로 상대방 소머리를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후려 때리는 ‘후려치기’와 상대방 소머리를 아래에서 위로 쳐 올리는 기술, 상대방 목을 감아 돌리어 밀어내는 ‘목감아 돌리기’, 상대방 목 밑에 주둥이로 들어 올려 밀어내는 ‘주둥이 뜨기’ 기술 등이 있다.
◆ 싸움소가 싸우는 이유?
황소들이 싸우는 것은 여느 동물과 마찬가지로 암소를 위한, 말하자면 영역확보를 위함이다. 황소가 싸움판에 들어가면 그 순간부터 맑은 눈망울이 매섭고 붉은빛으로 변한다. 움메~하는 우렁찬 소리는 마치 대형 화물선 뱃고동소리와 같이 경기장을 뒤흔든다.
두 마리가 머리를 맞대다가 잠시 떨어졌을 때 주인이 옆에서 ‘xx야, 나가자, 쳐라!’ 그러면 진짜 싸움소는 돌격하면서 그 뿔로 어퍼컷을 날린다. 주인은 그 순간을 아주 세심히 관찰하면서 지시를 내려야 한다.
경기 규칙에 따르면 주인은 ‘선수’를 만질 수는 없고, 단지 옆에서 작전지시만 내릴 수가 있다. 소가 격전을 벌일 때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주인의 애정 어린 응원이다. 사람이나 소나 곁에서 용기를 북돋아 주는 그 누군가가 필요한 것이다.
◆ 스페인 투우와 무엇이 다른가?
소싸움을 영어로 표기하면 ‘bullfighting’, 소싸움은 어쩔 수 없이 불파이팅의 본고장인 정열이 넘치는 스페인, 또는 남미 멕시코에서 행해지는 투우와 종종 비교되곤 한다. 그럼 과연 한국 전통 민속놀이 소싸움과 스페인 투우는 어떻게 다를까?
스페인 투우에선 경기 시작 후 미친 듯이 날뛰는 소는 이미 단도에 찔려있으며, 결국 투우사가 투우의 숨통을 단번에 끊어 놓음으로써 경기가 끝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소싸움은 싸움소끼리 머리를 맞대고 겨루는 경기로 힘과 기량, 다양한 테크닉으로 승패를 좌우한다.
소싸움은 한 경기에 대한 경기시간을 예측하기 힘들다. 한 시간이 될지, 두 시간이 될지, 싸움소들의 싸울 의지가 있고 힘이 있는 한 경기는 지속되지만, 의외로 현명한 싸움소의 경우 자기가 힘이 부족하거나 불리하다고 생각하면 바로 물러선 후 뒤돌아 도망가 버린다.
또한 주인은 곁에서 응원만 할 뿐 소를 만지거나 강력한 물리적인 힘을 가하는 그런 일은 없다. 이렇듯 ‘투우’와 ‘소싸움’은 완전히 다르다. 청도군에서는 앞으로도 ‘투우’가 아닌 ‘소싸움’의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킬 계획이다. [데일리안 대구경북 = 박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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