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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 물어보니 124] "전우원, 검은돈 냄새 난다지만…공소시효 끝나 수사 어려워"


입력 2023.03.21 05:14 수정 2023.03.21 05:14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시민단체,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및 강제집행면탈·업무방해 혐의 전두환 일가 고발

전우원, 유튜브·SNS 통해 일가 비리 연일 폭로 "검은돈 냄새 난다"

법조계 "몰수나 추징, 재판받은 자에 대해 하는 것이 원칙…사망한 경우 추징 집행 불가능"

"전우원 협조 및 진술의 신빙성, 객관적인 증거 여부, 공소시효 등 조건 모두 갖춰져야 수사 진척"

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씨 아들인 전우원 씨(왼쪽)이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전 전 대통령의 모습.ⓒ전우원 씨 유튜브 방송, 인스타그램 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씨 아들인 전우원 씨(왼쪽)이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전 전 대통령의 모습.ⓒ전우원 씨 유튜브 방송, 인스타그램

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 씨가 전두환 일가의 비자금 비리 등을 폭로해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 시민단체가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하며 정식 수사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전두환 일가에 적용할 수 있는 혐의는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것이 대부분이어서 전우원 씨가 진술 외에 객관적 증거를 제시하지 않는 이상 수사가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전 전 대통령에게 선고된 추징금 역시 일가 구성원들에게는 집행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지난 19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과 강제집행면탈·업무방해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전두환 일가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다고 20일 밝혔다.


고발장에 적시된 혐의는 앞서 전우원 씨가 유튜브와 SNS 등을 통해 잇달아 폭로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전우원 씨는 이달 13일부터 전두환 전 대통령의 셋째 아들인 전재만 씨가 현재 미국에서 와인 양조장을 운영 중이라며 "천문학적인 돈을 가진 자가 아니고서는 들어갈 수 없는 사업 분야다. 검은돈 냄새가 난다"고 주장했다.


또 자기 부친인 전재용 씨는 미국에 숨긴 비자금을 이용해 한국에서 전도사라며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다고 털어놨다. 연희동 자택 금고에 비자금이 숨겨져 있다고 들었다는 이야기도 했다.


이같은 폭로와 관련해 검찰 측은 16일 "범죄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지만, 법조계에서는 실제로 수사를 진행하더라도 성과를 거둘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몰수나 추징을 포함한 재산형 등 재판의 집행은 재판받은 자에 대해서 하는 것이 원칙인 만큼 재판을 받은 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집행을 할 수 없다"며 "검사는 재산형 등 집행 불능 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 판례인 만큼 전 전 대통령이 사망한 이후로는 전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이순자 씨, 그 아들들을 상대로도 전 전 대통령 판결에 기초한 추징 집행을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자가 사망할 경우 상속 재산을 추징할 수 없기 때문에, 전 전 대통령의 불법 범죄수익을 바탕으로 형성된 재산이라도 지금 추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내란·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과 함께 추징금 2205억원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지금까지 추징된 금액은 약 1283억원으로, 922억원이 남은 상태다.


ⓒ전두환 전 대통령 손자 전우원 유튜브 ⓒ전두환 전 대통령 손자 전우원 유튜브

또 전두환 일가에게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할 여지는 있지만, 이미 7년의 공소시효(은닉행위가 2007년 12월 21일 전에 발생했다면 5년)가 지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아들들이나 이순자 씨의 경우 범죄수익은닉죄를 적용한다고 해도 7년 공소시효가 이미 지나버려서 수사 진행은 어렵다"며 "무엇보다 전우원 씨가 마약을 복용하고 있는데, 이런 경우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전우원 씨가 귀국 후에 진술 이외의 객관적 증거를 제시하지 않는 이상 수사는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도 "결국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려면 전우원 씨를 조사해야 하는데, 조사하더라도 공소시효가 문제 될 것이다. 범죄수익은닉, 가장은 공소시효가 7년, 강제집행면탈죄는 공소시효가 5년이다"라며 "범죄수익이 다른 계좌로 이동하거나 다른 사람 명의로 세탁된다고 해도, 공소시효 기산 시점은 최초 은닉 시점으로 고정된다. 공소시효는 범죄가 완성된 때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범죄사실에 대한 증거가 있는지도 관건이다. 고발장이 접수됐으니 고발인 조사부터 하겠지만 언론보도 내용 이상이 나올 수 없고, 전우원 씨를 조사하지 않는다면 내용을 구체화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전우원 씨를 통해 구체적인 내용, 증거들을 확보하지 않는 이상 수사가 진척되기 어려워 보인다. 결국 전우원 씨의 적극적 협조, 진술의 신빙성, 객관적인 증거 여부, 공소시효가 남아있어야 하는 등의 조건이 모두 갖춰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최건 변호사(법무법인 건양) 역시 "일견 범죄 혐의가 있으니 수사를 개시할 수는 있어 보인다"면서도 "그런데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말 뿐만이 아닌 어느 정도 구체적인 증거나 정황이 존재해야 하는데 아직은 조금 부족한 게 아닌가 싶다. 물론 추후에 확인되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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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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