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 이어 소액주주들도 주주제안 나서
경영진 소통 노력 불만…주주환원 정책 강화 ‘주목’
내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행동주의가 다시 부상할 전망이다. 올해는 과거 행동주의펀드 중심으로 이뤄지던 주주제안이 소액주주들까지 나서면서 상장사들의 일방 통행에 제동을 걸 태세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내달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행동주의펀드뿐만 아니라 소액주주연대를 중심으로 한 주주행동주의가 활발히 전개될 전망이다.
주주행동주의는 모든 결정을 경영진에게 맡기는 소극적 투자자가 아니라 주주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투자자를 일컫는 말이다. 투자자가 기업지배구조 등의 이슈를 고리로 상장 기업의 지분을 일정 부분 사들인 후에 경영진 교체와 유휴 자산 매각,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하는 양상을 나타낸다.
행동주의펀드들의 움직임은 이미 가시화된 상태다. 지난해 지분관계가 없던 흥국생명에 대한 태광산업의 유상증자 참여를 저지했던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에 ▲배당성향 20% 이상으로 상향 ▲3월 주총에서 공정한 감사위원 겸 사외이사 선임(조인식 전 국민연금CIO 직무대리 추천) ▲액면분할 등을 요구하는 공개주주서한을 보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해당 내용을 담은 주주제안을 조만간 정식 제출할 예정이다. 주주제안은 일반주주들이 주주총회에 의안을 직접 제시하는 것으로 주총 개최 6주 전까지 요구사항을 회사에 제출하면 해당 안건이 주총에서 다뤄질 수 있다.
앞서 올 초부터 국내 7대 금융지주들에 대해 자본배치정책과 중기주주환원 도입을 요구했던 사모펀드 얼라인파트너스는 10일 최종 입장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요구한 내용에 부합한 부분에 대해 환영 입장을 나타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주주제안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기에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와 안다자산운용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케이티앤지(KT&G)의 주총에서도 치열한 표 대결이 예고되고 있다.
소액주주들도 행동에 나서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동학개미로 불릴 정도로 세력이 커지면서 올해 주총에서 소액주주연대를 중심으로 한 주주제안이 활발히 전개될 전망이다.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바이오의약품 개발 기업 알테오젠의 소액주주연대는 오는 13일 주주제안을 접수하기 위해 주주들로부터 의결권 위임을 받고 있다. 상장사에 주주제안을 하기위해서는 보유기간이 6개월 이상인 의결권이 있는 지분 1% 이상이 필요하다.
이들은 기업설명(IR) 개편 및 혁신, 주주편가르기 중단, 파이프라인(신약개발프로젝트) 쪼개기 논란이 있는 아일리아 및 테르가제 자회사와의 계약서 공개, 소액주주 추천 감사인 선임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DB하이텍의 소액주주연대도 다음 주까지 주주제안을 접수한 뒤 감사인 선임과 집중투표제 도입 등을 제안할 예정이다.
이미 주주제안을 단행한 소액주주연대도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신약개발 바이오기업인 오스코텍의 소액주주들은 지난 2일 보유주식 수 기준 3.8%의 지분을 확보해 소액주주 추천 감사인 선임 등의 내용이 담긴 주주제안을 했다.
사조산업 소액주주들도 지난달 17일 주주제안을 통해 배당성향을 상장사 평균 수준에 맞춰줄 것과 유동성 확대 차원의 무상증자 또는 액면분할을 요구했다.
이러한 소액주주들의 활발한 움직임에는 그동안 경영진들이 주주들과 활발한 소통을 하지 않았다는 불만이 작용하고 있다. 이에 의결권 있는 지분을 확보해 주총에서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소액주주들의 요구사항을 확실히 전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는 9일 발간한‘2023년 정기주주총회 시즌 프리뷰’에서 주주제안 확대를 소유분산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 물적분할과 주주권익 보호 등과 함께 이번 주총에서 주목할 관전 포인트로 꼽았다.
지난해와 올해 정기주총 시즌의 주주제안에서 총수일가 내분에 따른 경영권 분쟁 성격의 주주제안보다는 소액주주·펀드 등 일반주주가 제기하는 주주제안이 점차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 관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주제안을 통해 상정되는 안건은 대부분 이사·감사 선임, 이사 보수 한도 등 지배구조 관련 안건과 배당·자기주식매입 등 주주환원 관련 안건으로 지난해 주총때와 비슷한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일반주주의 주주제안이 확대되는 시장 분위기로 기업과 이사회가 장기적 기업가치 제고 계획과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 주주들과 더 활발히 소통하려는 노력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주주 행동주의 강화 움직임이 증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행동주의 펀드들의 움직임이 감지되는데 정부의 정책 기조가 이들 펀드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공산이 크다”며 “주식시장의 행동주의 테마 부각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