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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결혼하기 싫다 ①] 2030 "결혼은 법적인 속박"


입력 2021.12.20 05:20 수정 2021.12.20 14:12        이한나 기자 (im21na@dailian.co.kr)

2020년 서울시민 결혼건수 4만4746…최근 20년 동안 가장 낮은 수치, 꾸준히 하락세

일자리 악화, 집값 폭등, 데이트 및 가정폭력, 시댁갈등, 출산 및 육아, 사교육비 등 우려

"주거난과 취업난 등 모든 게 걱정인데 사랑이라는 이유로 굳이 결혼? 비안정적 생활 영유"

"결혼하면 개인의 자유 없어…구속 싫어 연애만 하는 삶 지향"

결혼식ⓒ데일리안 결혼식ⓒ데일리안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늘어가고 20·30대 젊은 세대의 결혼율이 감소하고 있다. 일자리 상황 악화와 집값 폭등, 전세난 등으로 결혼 연기하거나 아예 단념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이외에도 가족에 의한 폭력범죄의 불안, 결혼 후에 오는 가족관계에서의 갈등 등도 비혼의 이유로 꼽혔다.


서울시가 최근 20년간(2000~2020년) 인구 동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민의 결혼 건수는 4만4746건으로 최근 20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7.3%(3515건), 20년 전인 2000년 7만8745건보다는 43.2%(3만3999건) 감소하며 꾸준히 결혼건수가 줄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회사에 다니고 있는 김지훈(35.남)씨는 "서울 집값이 너무 올라서 집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며 "대출 받고 어떻게든 모은 돈으로 내 집을 마련하고 결혼한다고 해도 노후대비 면에서 도저히 자신 없어서 여자친구와 오랜 상의 끝에 결혼은 약속하지 않기로 합의 봤다"고 털어놨다.


또다른 직장인 최모(29.여)씨는 "결혼은 안정적 생활을 영위하기 위함인데 주거난과 취업난 모든 게 걱정인데, 우리 세대가 사랑이라는 이유로 굳이 결혼을 해서 비안정적인 생활을 영유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구속이 없는 혼자의 삶을 안정적으로 이어가길 바라는 시민도 있었다. 중랑구에 거주하는 이모씨(29.여)는 "한 사람과 과연 평생을 약속과 다짐을 지키며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개인적인 이유로는 물론 가족이 주는 안정감도 있겠지만 구속 받는 느낌도 들고 개인의 자유가 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모(31.남)씨 역시 "오랜 시간을 자취하면서 혼자의 삶을 누린다는 것이 의외로 외롭지 않고 평화로워서 이 이런 일상을 계속 영위하고 싶다"며 "결혼은 법적인 속박이라는 생각도 들어서 연애만 하는 삶을 지향한다"고 토로했다.


결혼ⓒ게티이미지뱅크 결혼ⓒ게티이미지뱅크

데이트폭력, 가정폭력이 발생 가능성이 빈번해 이런 불안을 감수하고 굳이 결혼하고 싶지 않다는 여성응답자도 많았다. 마포구 망원동 주민 차모(26.여)씨는 "집값 마련 등의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크지만 N번방 같은 사태를 보면서 믿을 남자가 없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며 "남녀갈등 차원에서라기보다 객관적으로 가입자 수를 보면 내 주변에도 위험한 남자가 1명 이상은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오모(29.여)씨는 "솔직히 데이트폭력과 가정폭력에 관련된 뉴스를 접하면 불안할 수밖에 없다"면서 "사람의 모든 면을 연애하면서 알 수 없고, 언제 폭력성이 드러날 지 모르는데 결혼에 대한 불신이 강하다"고 전했다.


광진구 중곡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강모(27.여)씨는 "멀쩡한 남자가 없다는 생각이 들 만큼 뉴스에서 보면 데이트폭력 등 각종 범죄자들 가운데 남성이 많은데 이런 불안 위험을 감수하고 살 바에야 혼자 사는 게 낫다"며 "내가 내 돈 벌어 내 집 마련하고 부모님 모시면서 살고자 한다"고 말했다.


회사원 허모(28.여)씨는 "결혼이 사람과 사람의 결합이라기 보다는 집안과 집안의 결합인 만큼 시댁과의 갈등이나 자녀계획 등에 대한 다툼이 있을 수 있고, 자식을 낳는다고 해도 집값, 교육비, 사회적 위협 속에서 솔직히 잘 키울 자신이 없다"고 밝혔다.


직장인 김모(26.여)씨는 "지금 남자친구와 결혼하고 싶다가도 결혼비용, 집 마련 등의 문제를 떠올리면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며 "결혼에 관한 이야기를 종종 나누지만 아직은 크게 와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는 결혼과 출산 이후 여자가 겪는 제약과 어려움이 여전히 크게 존재하기 떄문에 더욱 고민된다"고 덧붙였다.


종로구 쪽 회사를 다니는 정모(32.여)씨는 "주변 친구들이 결혼하는 모습을 보면 일단 결혼 자체는 좋아 보여도 깊숙히 들어가 구체적으로 얘기를 들어보면 그 과정이 너무 힘들어 보였다"며 "가족이 늘어나면 아무래도 여러가지 측면에서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나 기자 (im21n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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