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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해도 살 집 없다”…신혼부부, 대출 늘려도 집 못 사


입력 2021.12.09 15:57 수정 2021.12.09 15:58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신혼부부 대출 18.3% 늘었지만

집값 폭등에 유주택자 0.8%↓

“살만한 신혼집 공급 늘려야”

서울 아파트단지 모습. ⓒ데일리안

“전세도 겨우 구했다. 내 집 마련 꿈은 말 그대로 꿈인 것 같다. 요즘 20대가 왜 코인(암호화폐)에 열광하는지 알 것 같다. 그런 일확천금이 아니고는 (집을 살) 방법이 없다”


지난 10월 결혼한 A 씨는 사실상 주택구매를 포기한 상태다. 결혼을 앞두고 서울 외곽에 작은 규모라도 아파트를 구해볼까 했는데 주머니 사정으로는 도저히 감당하기 힘들었다. 모아둔 돈이 많은 것도 아닌데 대출은 까다롭기만 했다. 결혼식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신혼살림도 아낄 수 있는 만큼 아꼈다. 은행 대출을 늘리고 신부가 모아놓은 돈까지 긁어모아 겨우 전셋집을 마련했다. A 씨는 “결혼을 준비하면서 내 집 마련 꿈을 평생 이루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부동산값 폭등, 정부 규제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며 신혼부부 내 집 마련이 더욱 어려워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이 크게 늘었음에도 오히려 주택 마련에 성공하는 비율은 줄었다. 정부가 증가하는 가계부채에 대해 최근 강도 높은 규제까지 펼치면서 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 꿈은 더욱 멀어지는 상황이다.


통계청이 9일 발표한 2020년 신혼부부통계 결과가 이를 정확히 뒷받침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결혼 5년 이내 신혼부부 가운데 대출이 있는 비율은 87.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도 85.8%보다 1.7% 늘어난 것이다.


신혼부부 대출잔액은 중앙값 기준으로는 전년대비 18.3%(2040만원) 증가했다. 특히 이 가운데 대출 잔액이 3억원 이상이 13.4%로 2019년(10.0%)보다 34%나 늘었다. 대출잔액 중앙값은 대출액을 크기순으로 배열했을 때 가운데 위치한 금액을 말한다. 쉽게 말해 대출 잔액 기준 중간층에 해당하는 값이다.


빚은 늘었는데 주택 소유는 줄었다. 부부 가운데 1명이라도 주택을 소유한 비율은 42.1%로 전년보다 0.8%p 하락했다. 주택이 없는 신혼부부 가운데 85.5%가 대출이 있었고, 중앙값으로 1억1000만원에 달했다.


신혼부부 맞벌이 비율도 늘었다. 덕분에 가구 소득도 늘어났는데 소득 증가(4.9%)보다 대출 증가 폭(중앙값 기준 18.3%)이 더 컸다.


통계청이 9일 발표한 2020년 신혼부부통계에 따르면 대출 잔액이 3억원 이상인 신혼부부 비율이 13.4%로 전년대비 34%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

소득과 대출이 늘었음에도 주택 소유율은 전년대비 하락했다. 남편과 아내 모두 돈을 버는데도 대출액은 늘고, 특히 주택구매는 더 어려워진 셈이다. 이러한 어려움은 출산율 저하로도 이어졌다. 지난해 신혼부부 유자녀 비율은 전년 57.5%에서 55.5%로 2.0%p 줄었다.


주택 구매 어려움이 심화하는 가운데도 ‘신혼희망타운’과 같은 공공 공급물량은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전용 60㎡ 이하라 면적이 좁고 전매제한 최대 10년, 의무거주기간 최대 5년 등 조건도 까다롭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신혼부부 주택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공급하는 주택 수준이 신혼부부 눈높이에 못 미치고, 시중 주택값은 대출로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종완 한양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현재 공급 중인 행복주택이나 신혼희망타운은 대부분이 2인 가족이 살기 적합한 면적으로, 자녀만 있어도 주거가 불편하고 장기거주가 부적합한 단기거주용”이라고 지적했다.


고 교수는 “특히 행복주택, 신혼희망타운은 주택 매도 때 발생하는 차익을 정부가 절반을 가져가니 투자가치 측면에서 매력도가 떨어진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주택 면적도 늘려야 하고, 공공환수비용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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