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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예능·드라마 트렌드 '부부·이혼'…'자극만 추구' 지적


입력 2020.11.24 13:22 수정 2020.11.24 13:27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부부의 세계'부터 '우리 이혼했어요'까지

자극적 변화 지적…방심위 "부부 예능 민원 꾸준히 들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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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드라마와 예능에서는 부부 관계를 중심에 둔 프로그램이 쏟아졌다. 상반기 신드롬을 일으켰던 JTBC '부부의 세계'부터 실제 이혼한 부부가 재결합한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까지 드라마와 예능을 막론하고 부부 간의 내밀한 이야기는 언제나 시청자들의 공감과 흥미를 저격한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불륜과 복수로 부부 사이의 이면과 이혼을 다뤄 사랑 받았다면, KBS2 '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이혼하고 온 자녀와 집에 돌아오는 이야기부터 시작해, 새로운 출발의 시발점으로 그려냈다. 반응도 뜨거웠다. '부부의 세계'는 최고 시청률 28.4%(닐슨, 전국기준)을 기록했고, '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이혼을 소재로 했지만 막장 없는 드라마로 불리며 37%의 최고 기록을 세웠다.


예능에서는 이같은 현상이 조금 더 심화됐다. TV조선 '아내의 맛'을 필두로 채널A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부부' JTBC '1호가 될 수 없어'는 부부들의 현실적인 이야기가 자유롭게 펼쳐졌다. '아내의 맛'은 국적과 나이차이를 극복한 함소원 진화부부가 평범한 일상 안에서 부부가 실제로 겪는 고부 갈등, 육아 문제, 생활 방식 등으로 갈등을 겪고 화해하며 성장하는 모습이 '아내의 맛'의 8~10% 시청률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애로부부'는 처음부터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선언하고 조금 더 적나라하게 부부생활을 파고들었다. '애로부부'는 부부 사이에서도 쉽게 말할 수 없었던 부부 관계의 불만들을 패널과 시청자가 함께 들으며 고민을 해결하는 '속터뷰'를 적극 활용했다. '속터뷰'에 출연한 조지환 박혜민 부부는, 남편이 72시간마다 부부관계를 요구해 힘이 든다는 고충을 털어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도배했다. 또 김도우 김혜진 부부는 남편이 출산 후 더 이상 부부관계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고민으로 문을 두드렸다.


JTBC '1호가 될 수 없어'는 매년 이혼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이혼 커플 없이 잘 살아가고 있는 개그 커플들의 비결과 숨겨진 희로애락까지 담아내겠다는 기획의도에서 출발했다. 지금까지 최양락 팽현숙 부부, 김학래 임미숙 부부, 윤형빈 정경미 부부, 박준형 김지혜 부부, 이은형 강재준 부부 등 개그맨 부부 등이 출연해 개그 부부라고 별반 다르지 않는 일상과 위기를 공개했다.


실제 부부를 넘어서 현재는 실제 이혼한 부부가 재회하는 예능프로그램까지 등판했다.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는 지금까지 이혼을 진정성 있게 다룬 프로그램은 없었다고 판단해, 2020년의 이혼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와있는지를 다뤄보겠다는 기획의도에서 출발했다.


이영하 선우은숙 부부, 최고기 유깻잎 부부가 첫 방송에 출연했고, 왜 이혼을 하게 됐는지, 이 과정에서 어떤 상처를 겪었는지 전했다. 리얼리티 예능프로그램이지만 '이혼'이란 주제를 가볍게만 다루지는 않고 있다. '우리 이혼했어요'는 첫 방송에서 출연진들의 속마음이나 감정적인 모습을 연출 할 때는 최대한 웃음기를 배제한 장면들이 연출됐다. 화제성은 시청률로 이어졌다. 첫 방송에서 9.0%(닐슨, 전국유료 가구기준)을 기록해 선방했다.


결혼, 출산, 이혼 등 남녀의 만남과 결별, 가족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채로워진 만큼, 미디어에서도 발 빠르게 트렌드를 캐치해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치열한 예능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 수단으로 방향이 자극적으로 틀어지는 것을 우려해야 한다.


부작용은 앞선 프로그램에서 이미 드러나고 있었다. '1호가 될 수 없어'는 김학래의 도박, 불륜으로 공황장애를 겪어고 10년동안 매일 울었다는 임미숙의 속사정을 웃음적 코드로 소비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윤형빈은 임신한 정경미에게 무심한 모습으로 일관해 시청자들의 악플을 받아 SNS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애로부부'는 부부관계에서 오는 고충이 흥미로움을 건드렸지만, 매회 수위가 높아지며 자극적으로 변해간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우리 이혼했어요'는 최고기와 유깻잎의 이혼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최고기 아버지의 가부장적인 모습이 드러났고, 벌써부터 일반인인 최고기 아버지에게 악플이 달리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회차별로 부부 예능의 민원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며 "민원인이 개별로 올리는 민원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지만, 내용이 자극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부부 예능은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한다. 시청자들도 겪는 이야기가 TV에서 리얼하게 나오면 공감의 폭이 넓어진다는게 부부예능의 장점"이라면서도 "채널이 많아지고 유튜브까지 생기면서 경쟁이 심해지니 시청률을 올리려 자극을 강조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자극성을 올리기 쉬운 소재가 부부 관련 프로그램이다. 자연스럽게 남녀 관계를 보여주며, 그 안에서 파생되는 적나라한 이야기가 점점 수위가 올라가고 있다. '우리 이혼했어요'도 관심 받기 좋은 소재다. 부부라는 소재를 자극을 높이기 위한 도화선으로 쓰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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