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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규와 곽경택, 블록버스터 버리고 얻은 것은...


입력 2015.06.22 13:59 수정 2015.06.22 14:38        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의 문화 꼬기>잇따른 실패 뒤 '장수상회'와 '극비수사'

2011년 280억원의 제작비와 화려한 캐스팅, 해외 올로케의 광대한 스케일을 자랑하던 전쟁 영화 '마이웨이'는 예상보다 흥행성적이 좋지 않았다. 국내 관객수는 210만 여명에 불과했다. 물론 수익면에서도 엄청난 손실을 안겼다. 당시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천만관객돌파였다.

오다기리 조가 출연한 이 영화의 일본 흥행도 신통치 않았다. 애초에 할리우드 진출까지 기획했던 글로벌 프로젝트였지만 할리우드는 커녕 한국에서도 크게 인정을 받지 못했던 셈이다.

이 영화의 참패에 대해 기존에 충실하지 못했다고 말했던 그는 2015년 영화 '장수상회'로 돌아왔다. 이 영화는 그동안 강제규 감독이 추구해왔던 영화와 달랐다. 천만 흥행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강제규 감독의 영화 '장수상회' ⓒ빅픽쳐 강제규 감독의 영화 '장수상회' ⓒ빅픽쳐

'장수상회'는 대규모 제작비를 들이지도 않았고, 거대한 스케일이나 화려한 캐스팅에 의존하지도 않았다. 관객들이 일상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비록 '어벤져스'에 밀리기는 했지만 반응은 오히려 '마이웨이'보다 나았다.

곽경택 감독은 영화 '친구2'까지 주로 폭력을 영화의 테마로 사용했다. 아무래도 주먹 영화로 흥행 영화의 입지를 구축하고 다져왔기 때문이었다.

영화 '친구2'는 관객수 300만명을 기록했고, 손익분기점 250만명을 넘겼다. 2001년 영화 '친구'이후에 선을 보인, '챔피언', '똥개', '태풍', '사랑', '통증',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같은 영화들은 줄줄이 흥행 참패를 면치 못했다.

특히 '태풍'의 경우 제작비가 200억원이었기 때문에 손익분기점은 620만명이었다. 하지만 동원 관객수는 400여만명에 불과했다. 곽경택 감독은 영화 '친구2''의 흥행이 대박은 아니었지만 만족한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 영화가 아니었다면 후속 영화를 촬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 후속 영화가 바로 이번에 개봉한 영화 '극비수사'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동안 곽경택 감독이 추구했던 영화 스타일과 달랐다. 주로 거친 세계의 폭력과 액션을 다뤘던 방식과 거리를 두었기 때문이다. 비록 형사들이 등장하지만 조직폭력배나 무자비한 격투는 등장하지 않는다. 유괴된 아이를 중심으로 매개되는 가족주의와 새로운 형태의 우정, 휴머니즘이 있을 뿐이다.

결과도 해피엔딩이다. 비장함이나 극단성을 통한 비극미를 드러내려 하지도 않는다. 물론 대형 제작비를 통해 천만관객을 꾀하는 전략도 추구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강제규 감독이 말한 기본으로 돌아온 것인지 모른다. 이러한 점은 천만돌파에 집착하는 한국 영화 제작 풍토에 대한 긍정적인 시그널일 것이다.

천만흥행을 이룬 감독들은 일단 두 가지 오류에 빠지기 쉽다. 하나는 더 큰 스케일의 영화를 만들려고 한다. 이에 따라 제작비도 엄청나게 투입한다. 천만 흥행의 이력은 투자를 이끌어 내는 데 용이하다. 하지만 반대로 수익에 대한 부담감이 크게 작용한다.

수익을 의식하는 순간 진정성은 사라지고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싶은 꼼수의 연출이 과잉된다. 이를 관객들이 모를 리 없다. 더 큰 스케일의 영화에 대한 고착은 해외 진출에 대한 열망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자칫 국내 관객들의 정서를 외면하게 된다. 해외에서는 오히려 공감하기 힘든 어중간한 영화가 되어버린다.

어쨌든 전작의 후광 효과 때문에 관객들의 성원이 있어도 제작비 규모 때문에 결국 참패라는 성적표를 받게 된다. 연타석 흥행 뒤의 천만흥행감독은 이런 수렁에 빠지기 쉽다.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영화를 우선하기 때문에 관객의 기호는 뒤에 밀린다. 과도한 자신감이 오류에 빠지게 한다.

핵심은 관객이나 제작, 투자하는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내실을 기하는 것이다. 영화 '극비수사'의 제작비는 80억원으로 250만명이 손익분기점이다. 영화 '장수상회'의 제작비는 37억원으로 180만명이 손익분기점이었다.

각경택 감독의 영화 '극비수사' ⓒ제이코컴퍼니 각경택 감독의 영화 '극비수사' ⓒ제이코컴퍼니

특히 상업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천만귀 같은 관객의 숫자보다는 수익률이다. 영화는 투자를 받아야 제작을 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영화 '블레어 윗치'는 6580만원을 들여 2120억원을 벌었다.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1645만원을 들여 2827억원을 벌었다. 수익률은 각각 42만, 129만 퍼센트에 달했다. 투자한 액수의 4100배와 12900배였다. 흥행대작이라는 '아바타'와 '타이타닉'의 수익율은 1000퍼센트에 불과했다.

최근 한국 영화 가운데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영화의 투자사의 수익률이 2000%가 넘을 것으로 추산되었다. 독립다큐인데도 500만 관객을 동원했고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공주'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상업 영화냐 독립영화냐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영화 시장의 관점에서는 투자대비의 수익이 어쨌든 좋은 작품의 제작을 위한 기본 물적 토대가 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천만흥행 감독 강제규와 곽경택이 기본으로 돌아온 것은 반가운 일이다. 여기에서 기본은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의 내용의 우선이라는 점이다. 그것은 감독이나 제작투자사의 욕망보다는 관객이 원하는 영화가 먼저이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금 일깨우는 것이다.

그것이 먼저 일 때, 제작비 규모를 내세운 천만흥행몰이의 궤멸적인 결과는 줄어들 것이고 좋은 작품이 다양하게 관객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은 영화를 만드는 이들의 진정성과 창작의 정신을 지켜내는 방책일 수 있다.

글 / 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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