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은 되고 조희대는 안 된다?…민주당 '이중잣대'에 민심과 더 멀어지나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입력 2026.10.07 07:30  수정 2026.10.0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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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공석, 靑 재제청 요구 때문" 주장에도

與, "국민 무시하는 처사"라며 조희대만 공세

靑 인사 논란 관련 김현지 검증 주장엔 난색

"지금 같은 스탠스라면 지지율 더 하락할 듯"

조희대 대법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2026년도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대법관 후보 재제청을 거부한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연일 국회 출석과 대법관 공백 사태에 대한 해명을 압박하면서도, 이재명 정부 인사 검증 과정에 대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에는 반대하고 있어 '이중잣대' 논란이 일고 있다. 조 대법원장에게는 사법부 독립보다 국회의 검증과 책임을 강조하면서 정작 청와대 인사 논란에 대해서는 검증 필요성 자체를 차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이날 대법원 국정감사를 시작한 가운데 민주당의 조 대법원장 압박 수위는 한층 높아졌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조 대법원장이 사법부 독립을 이유로 일반증인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을 두고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는 국민을 무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증인으로서 국회에 출석해 대법관 공백 사태에 대해서 국민께 소상히 설명하시라"고 말했다. 이어 "사법부의 독립은 재판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원칙이지 대법원장의 책임을 면제하는 특권이 아니다"라며 출석을 거듭 촉구했다.


조 대법원장을 둘러싼 민주당의 공세는 대법관 장기 공석 문제에서 출발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진보당 소속 법사위원들은 지난 2일 대법관 공백으로 상고심 재판이 지연되고 있다는데 그 책임이 조 대법원장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도 같은 날 '대법관 임명 관련 헌법 전문가 긴급 좌담회'에서 "조 대법원장이 지닌 제청권이 이재명 대통령이 갖고 있는 임명권보다 상위에 있는 권한인지 의문이 든다"며 "국민이 신속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해도 되는 것인가가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서영교 법사위원장도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 제청은 헌법에도 나와 있는 의무"라며 조 대법원장을 비판했다.


그러나 대법관 공석이 장기화한 배경에는 청와대와 대법원 간 인선 이견도 있었다는 게 국민의힘의 주장이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8월18일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임명 제청했다. 이에 청와대는 같은 달 28일 대통령과 대법원장 간 실질적인 협의 없이 서면 제청이 이뤄졌다며 재제청을 요구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22일 구체적인 헌법적 근거나 사유를 찾을 수 없다며 재제청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청와대와 대법원이 후보자를 놓고 이견을 보이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이재명 정부 첫 대법관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해 김민기 판사를 선호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커졌다. 대법원은 김 판사의 배우자가 현 정부에서 임명된 오영준 헌법재판관이라는 점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조 대법원장이 손 후보자를 제청했지만 청와대가 재제청을 요구하면서 대법관 공석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를 근거로 대법관 공백의 책임을 조 대법원장에게만 돌리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날 법사위 국감에서도 조 대법원장의 이석 문제를 두고 여야가 충돌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대법원장은 수십 년 동안 인사말을 하고 이석했다가 국감이 마무리될 때 다시 나와 인사말을 했다"며 "관례는 사법부 독립을 존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장을 여기 강제로 앉혀 놓는 것은 다수의 힘으로 체포하고 감금하는 행위"라며 "대법관 임명이 안 되는 이유는 청와대에서 재제청을 요구했기 때문 아닌가. 그러면 이재명 대통령이 (국정감사장에)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의원석에서도 "나오면 이재명도 나와야지", "입법 독재" 등의 항의가 이어졌다.


서영교 국회 법사위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2026년도 국정감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증인 출석요구서를 들어올리며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에게 국감 출석을 요구하면서도 김현지 실장에 대해서는 증인 채택을 반대하는 것도 논란이다. 국민의힘은 최근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와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잇따른 낙마를 '인사 참사'로 규정하고 그 과정에 김 실장이 개입했는지 등을 국감에서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일 국감대책회의에서 "이번 국정감사의 1순위 과제는 '현지 조사 진상규명'"이라며 김 실장과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을 거론했다. 반면 민주당은 김 실장이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근거가 없고, 공식적인 인사 담당 조직이 별도로 존재한다며 증인 채택 요구에 선을 긋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사안에 대해서는 검증을 차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은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지난 4일 조 대법원장의 증인 불출석을 문제 삼은 민주당을 향해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며 "증인은 입맛대로 골라 부르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과 김 실장의 사안은 성격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조 대법원장은 헌법상 대법관 제청권을 행사하는 기관장으로서 대법관 공백과 관련한 책임을 설명해야 하지만, 김 실장에 대해서는 인사 개입 의혹 자체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이 같은 선택적 검증 행태가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의석수로는 절대 집권여당이지만 지지율은 그렇지 못하다"며 "지금과 같은 민주당의 이중잣대와 선택적 분노가 중도층이나 무당층들에게 불편하게 다가간 것이 그 원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지율 하락이 지속되고 당내 분열로 지지자 이탈마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이 지금과 같은 스탠스로 정쟁을 벌인다면 추가적인 지지율 하락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조 대법원장의 재제청 거부와는 별개로 청와대의 인사 책임이 있는 만큼 김 실장 등 청와대 관계자들을 국감에 불러 소상히 해명하도록 하는 게 국회의 도리"라며 "민주당은 조희대 때리기에는 몰두하면서 김현지라는 이름만 언급되면 방어태세부터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명 없이 다수당의 권력을 이용해 내 편은 보호하고 정적은 찍어누르기만 한다면 다가오는 선거에서 국민들의 선택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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