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국회·대통령, 제청에 관여 못해"
靑, 추가 대응 없이 '신속 재제청' 되풀이
노태악 퇴임 후 7개월…헌법 해석 평행선
법조계 "재제청 요구, 헌법에 규정 없어"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서울 시내 한 회의장에서 열린 한국형 녹색대전환(K-GX) 전략 국민보고회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뉴시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국정감사에서 대법관 제청에 대통령과 국회가 관여할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청와대는 추가 대응 없이 신속한 재제청을 요구하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7개월을 넘긴 대법관 공석 상황이 해법을 찾지 못한 채 길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청와대 측은 대법관 제청 문제와 관련해 기존에 밝힌 입장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속하게 재판받을 권리는 헌법상 국민의 권리인 만큼 조 대법원장이 재제청 절차에 서둘러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도 전날 브리핑에서 "청와대는 별도 입장이 없고, 기존에 이미 대법관 제청 및 임명에 관해서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이 제청 전 협의 절차에 헌법상 근거가 없다고 한 데 대한 질문에도 별도 입장이 없다며 앞서 발표한 내용을 참조해 달라고 답했다.
앞서 청와대는 "국민의 온전한 재판 청구권 행사에 지장이 없도록 후속 절차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대법원장도 대법관의 장기 공석으로 인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 내용을 존중해서 최대한 신속히 재제청 절차를 진행해 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한 바 있다.
강 수석대변인은 대법관 공석 장기화와 관련해 "청와대는 국민의 온전한 재판청구권 행사에 지장이 없도록 후속 절차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대법원장도 대법관의 장기 공석으로 인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 추천 내용을 존중해서 최대한 신속히 제청 절차를 진행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법원장이 국회 동의 절차, 대통령 임명 절차에 관여할 수 없듯이 국회와 대통령도 대법원장 제청에 관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제청 전 협의에 대해서는 "협의를 하지 않아도 헌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고, 서면 제청에 대해서도 "헌법에서 전혀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
대법관 공석은 노태악 전 대법관이 지난 3월 퇴임한 뒤 7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가 지난 1월 후보 4명을 추천했고, 조 대법원장은 지난 8월 18일 손봉기 부장판사를 서면으로 제청했지만 청와대는 열흘 뒤인 8월 28일 재제청을 요청했다.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제청에 대해 재제청을 요청한 것은 현행 헌법 체제에서 처음이다. 청와대는 9월 11일에도 추천위 추천 내용을 존중해 신속히 재제청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양측의 헌법 해석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헌법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고 있는데, 청와대는 제청권을 '임명권이 올바르게 행사되도록 뒷받침하는 권한'으로 보는 반면 조 대법원장은 제청이 대법원장의 고유 권한이어서 대통령이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가 조 대법원장의 발언에 맞대응하지 않는 것을 두고는 사법부 수장과의 충돌이 부각되는 것을 피하면서 공석 장기화의 책임을 제청권자에게 묻는 기조를 이어가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조 대법원장이 새로 제청하지 않고 청와대도 재제청 요구를 거두지 않으면 공석이 해소될 방법이 없어, 시간이 갈수록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가 헌법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건 변호사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대통령·국회·대법원장이 3명씩 정하는 헌법재판관의 경우 대통령 몫은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임명할 수 있지만 대법관은 헌법이 이와 달리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변호사는 "헌법이 대법관에 대해 대법원장 제청을 거치도록 따로 규정한 것은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존중하라는 취지"라며 "원하는 사람이 나올 때까지 제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재제청을 요구하는 것은 헌법상 규정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관례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법원장은 헌법에 따른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것인데 관례를 들어 헌법상 권한을 침해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대법관 공석을 둘러싼 대치는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낮은 국면에서 이어지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3~5일 무선 100% ARS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긍정평가는 37.1%, 부정평가는 61.4%로 부정평가가 해당 조사 기준 취임 후 가장 높았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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