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잠 못 이루게 하는 것들 [정상환의 시대읽기]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10.08 07:00  수정 2026.10.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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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X 글, 野·언론 아닌 여권 내부 향해

'무극파' 경고에도 추미애·김용민 즉각 반박

공무원까지 공개 반대…계선 무너지면 영 안 서

결정 전 정무 조율 필요…순발력보다 지구력을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충남 계룡대 활주로에서 열린 제78회 국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걱정이다.


필부가 걱정할 일이 아니지만, 대한민국 국정 최고지도자가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는 것 같아서다.


잠을 잘 자야 국정도 맑게 볼 텐데 말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밤이 요즘 SNS로 길단다.


한밤중에도 X에 글을 올린다. 야당이나 언론을 향한 글이 아니다. 요즘은 여권 내부를 향하고 있다.


밖에서 뭐라고 하는 것은 참을 만하다. 야당이야 원래 그렇고, 언론의 비판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 된다. 그런데 집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다르다. '도대체 왜들 이러나, 날 뭘로 보고…' 하는 생각부터 들 것이다.


요즘 여권의 모습을 떠올리면 이 대통령의 심정도 헤아릴 수 있을 것 같다.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여권 내부의 목소리도 심상치 않다. 유시민·김어준 등 이른바 여권의 스피커들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과 검찰개혁 방향에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단순한 정책 논쟁이나 노선 갈등을 넘어 권력투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인선 문제는 그 한 단면이다.


대통령이 후보자를 지명하자 추미애 경기지사와 김용민 민주당 의원 등 여권의 검찰개혁 강경파가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이 대통령이 추가 검증까지 지시한 뒤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에 보냈지만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은 X에 ‘무극파’라는 신조어까지 꺼내 들었다. 무책임한 극단주의를 경계해야 하며, 책임질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주장보다 실행하고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였다.


누구라고 대놓고 말하진 않았지만 누굴 말하는지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이 정도 메시지라면 상황이 정리될 것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리는 커녕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


추미애는 "비루한 침묵보다 진실을 남기겠다"며 다시 반발했고, 김용민도 대통령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조국혁신당까지 가세했다.


대통령의 한마디에 즉각적 응수가 이어졌다. 이쯤 되면 이 대통령은 머쓱함을 넘어 화가 났을 것이다.


"이렇게 말이 안 통하나…"


"의견이 다르면 직접 전화하면 될 일이고, 정무수석이나 비서실장을 통해 전달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내가 SNS에 글을 올리니 막바로 받아치니... 만만한가? 당대표는 뭐 하나. 이런 의견 제어도 못 하나?"


대통령이라면 이런 생각이 들 법도 하다.


그러나 정작 더 눈에 밟히는 장면은 따로 있다.


"정치하는 사람들이야 그렇다 치자. 그런데 공무원마저…."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 이야기다.


임은정은 직속상관이 될 김지용 후보자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후보자의 과거 검찰 행적을 문제 삼고 행정안전부의 설명까지 반박했다. 국회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불러주면 내부의 우려를 전달하겠다고도 했다.


임은정 개인의 주장이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다.


행정부의 일원인 공무원이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고, 이를 언론과 SNS를 통해 계속 표출하는 장면을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다.


공무원도 조직 안에서 이견을 낼 수 있다. 인사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의견을 내고, 지휘계통을 통해 조정하고, 최종 결정이 내려지면 그 결정에 따라 집행하는 것이 행정의 기본 질서다.


계선이 무너지면 조직의 영(令)이 서지 않는다. 지도자의 권위도 그만큼 흔들린다.


이번 사태가 단순히 김지용이라는 한 사람의 인사 문제로만 보이지 않는 이유다.


대통령의 결정이 국가의 결정으로 작동하려면 그 앞단에서 충분한 정무적 조율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 결정한 뒤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결정하기 전에 당과 정부의 의견을 듣고 정치적 부담을 계산하고 필요한 경우 다른 선택지를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대통령의 권위는 희미해져 간다.


더 위험한 것은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개각을 하거나 민감한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대통령의 결정에 여권 내부에서 공개적인 반대가 이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대미 투자 문제든, 호르무즈 문제든, 부동산 정책이든, 또 다른 개혁 과제든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사안마다 비슷한 장면이 반복될 수 있다.


반복되면 이재명 정부의 국정 추동력도 잃게 된다.


그래서 나는 이번 중수청장 임명은 대통령 뜻대로 강행될 것으로 본다.


여기서 밀리면 앞으로 대통령의 인사와 정책 결정마다 내부 반발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에서 의견이 다른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건강한 민주주의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방식은 중요하다.


정치는 결단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조율과 협상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조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대통령을 잠 못 이루게 하는 것은 조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무능의 반증이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순발력보다 지구력이다.


설득하고 기다리고 조율하고 때로는 물러서기도 하면서 긴 시간을 끌고 가야 한다.


대통령은 한 정파나 계파의 리더가 아니다. 국가 전체를 이끄는 사람이다.


'좌아하게 좌리나라'의 수장으로 머문다면 '우리나라' 모두의 대통령이 될 수 없다.


잠 못 이룬 필부의 괜한 걱정이 뭔 소용이랴만...


ⓒ

글/ 정상환 자유시장연구소 연구위원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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