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릴수록 커지는 한동훈…딜레마 빠진 민주당, '맞불' 놓고도 묘수 부재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입력 2026.10.08 07:00  수정 2026.10.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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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 두고 정부·여당과 각 세우는 한동훈

한동훈 의혹 제기→민주당 반박 구도 반복

이 사이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韓 1위 올라

"확실히 제압할 대응 논리 없어 보여"

무소속 한동훈 의원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공세 수위를 높이며 정치적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이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한동훈 의원의 공세에 민주당이 연일 반박하면서 오히려 한 의원에게 정치적인 무대를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정치권에서는 한 의원의 공세를 방치할 수도, 적극 대응할 수도 없는 민주당의 딜레마가 깊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의원은 최근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부터 정부·여당을 겨냥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후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와 관련해 정부 대응을 문제 삼은 데 이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금품수수 의혹 수사 과정까지 연일 거론하며 쟁점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한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과 기자회견 등을 통해 구체적인 질문과 의혹을 먼저 던지고, 민주당이 반박하면 다시 재반박하는 방식으로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무소속 의원이라는 점에서 별도의 당 조직이나 원내 세력에 의존하지 않고도 현안마다 정부·여당과 대립각을 세우며 자신만의 정치적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은 한 의원의 공세에 즉각 대응하고 있다. DMZ 지뢰 폭발 사고와 관련해 한 의원이 정부가 북한 소행 가능성을 덮으려 한다는 취지의 의혹을 제기하자 조계원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1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군은 이미 북한 지뢰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며 반박했다. 한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북한 관련 약점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은 데 대해서도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최근에는 노 전 대통령을 둘러싼 공방이 격화됐다. 한 의원이 노 전 대통령의 금품수수 의혹과 검찰 수사 과정을 거론하며 이른바 '노무현 피해자 신화'를 비판하자 민주당은 수사 단계의 혐의와 법원의 확정 판단을 구분해야 한다며 반발했다.


조 대변인은 "법원의 판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검사 출신이 수사 단계의 혐의를 팩트라 부른다"며 한 의원의 주장을 비판했고,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가 지난 2017년 발표한 내용을 거론하며 이른바 '논두렁 시계' 보도 과정에 국가기관이 개입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 의원은 이에 "노 전 대통령 본인 또는 가족이 3억 피아제 시계 두 개와 수십억원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냐"며 재차 반박했다.


민주당은 이후에도 한 의원의 과거 행적과 가족 관련 의혹 등을 거론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한 의원의 내란 가담 의혹 수사를 촉구하는 논평을 내놓는가 하면, 국민의힘 당원게시판 문제와 검찰 수사자료 유출 의혹, 부동산·가족 관련 의혹 등을 열거하며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 같은 공방이 반복될수록 한 의원의 정치적 존재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3월 3~5일까지 무선 100% 전화면접 방식으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를 조사해 발표한 결과, 조국 전 대표가 9%로 1위를 차지했으며 한 의원은 4%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 6월 9~11일 진행된 조사에서는 8%, 9월1~3일 조사에서는 9%로 상승했다. 특히 지난 9월 조사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 등을 제치고 처음으로 선호도 1위에 올랐다.


최근 조사에서도 상승세가 이어졌다. 스트레이트뉴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3~5일 무선 100% ARS 방식으로 실시한 차기 대통령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한 의원은 18.8%로 1위를 기록했다. 위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한 의원의 지지율 상승이 민주당의 공세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한 의원의 충돌이 반복되는 가운데 한 의원의 정치적 존재감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오히려 한 의원의 전략에 말려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의원이 정부·여당을 상대로 새로운 의혹과 질문을 던질 때마다 민주당이 이를 받아 반박하면서 자연스럽게 '한동훈 대 민주당'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과거 이 대통령도 민주당 대표 시절 윤석열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자연스럽게 '반윤석열·반국민의힘'의 대표성을 확보했고, 이를 바탕으로 유력 대선주자로 부각된 측면이 있다"며 "최근에는 그 반대편에서 한 의원이 '반이재명·반민주당'의 대표성을 가져가면서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존재감이 커지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한 의원의 공세에 대응하지 않기도 쉽지 않다고 봤다. 그는 "민주당으로서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국민의힘을 상대하는 것이 오히려 편할 수 있는데, 한 의원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직접 겨냥하고 대립각을 세우다 보니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빠졌다"며 "특히 민주당의 상징과도 같은 노 전 대통령을 건드린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만큼 상당히 난처한 딜레마"라고 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민주당의 대응 방식 자체를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조지 레이코프의 책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서도 불리한 메시지를 상대가 던졌을 때 그것을 반복해서 받아주는 것이 오히려 상대가 만든 프레임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며 "확실하게 제압할 수 있는 대응 논리가 없다면 무시하거나 전혀 다른 이슈를 제시해 의제를 전환하는 노련함이 필요한데, 민주당은 한 의원을 압도할 만한 대응 방안을 아직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이 한 의원의 주장에 반박하면서 공격까지 이어가는 것은 오랜 야당 시절의 정치적 습관을 버리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며 "야당은 정부·여당을 비판하고 공격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지만, 집권여당은 국정을 이끌어가야 하는 만큼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만으로 민심을 얻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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