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임명 이사장 직무대행 '패싱'
공단 간부, '해임·면직 법률 검토안' 기후부 직보
비상임이사회, A간부 구명위해 감사실 압박 의혹
김기현 "감사원 감사 청구로 기강 잡아야"
2025년 9월 30일 정부세종청사 외벽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 현판 설치 작업이 한창이다. ⓒ연합뉴스
한국환경공단 간부가 이사장 직무대행에게는 보고하지 않은 채,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지시를 받아 작성한 이사장 해임·면직 검토 문건을 기후부 과장에게 카카오톡으로 직접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해당 간부에 대한 중징계 요구가 경징계로 뒤집히고, 비상임이사회까지 징계 과정에 개입한 정황이 확인되면서 기후부와 환경공단을 둘러싼 부당 개입 의혹이 커지고 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울산 남을)이 2일 환경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공단 내부에서 지휘 체계를 무력화한 보고 누락과 비상임이사회의 월권행위, 주무 부처인 기후부의 부당한 개입 의혹이 제기됐다.
김 의원에 따르면, 환경공단의 권모 기획조정처장(1급)은 지난 2026년 6월 2일과 4일에 기후부 고위 간부의 지시에 따라 이사장 직무대행 체제에서 직무정지 중인 이사장의 해임 및 면직 가능성을 검토한 '공단 정상화 방안 관련(안)'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고서는 6월 11일쯤 기후부 모 과장에게 카카오톡으로 보고됐다.
그러나 보고 과정에서 내부 결재권자이자 상급자인 이사장 직무대행(차모 경영기획이사)에게 아무런 보고도 이뤄지지 않았다. 문제는 이 행위가 공단 '위임전결 세칙' 제5조 및 제9조를 위반한 심각한 하극상이자 공식 지휘 체계를 무력화한 행위에 속한다는 점이다.
해당 비위 행위에 대해 공단 상임이사 5명 전원은 중요 문건 작성 경위 및 보고 누락 사실에 대해 협의하고, 경영기획이사 명의로 해당 사안에 대해 감사실 감사를 6월 16일 요청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7월 2일 징계 혐의자인 권 처장에게 중징계에 처할 것을 요구했고, 공단 인재경영처는 7월 3일 자로 권 처장을 직위해제했다.
하지만 권 처장이 곧바로 이의신청을 내자 상황은 급반전됐다.
당시 임기 만료로 사임한 전임 홍모 상임감사(검찰 수사관 출신)에 이어 7월 3일 자로 취임한 양모 신임 상임감사(시민단체 출신)가 해당 안건에 대해 재심의를 했다. 전원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감사자문위원회의 '중과실 인정' 의견에도 불구하고, 당사자가 사과하고 반성했다는 이유를 들어 징계 수위를 '경징계'로 감경해 준 것이다.
이로 인해 중징계를 전제로 내려졌던 직위해제 처분마저 소급 취소되면서 최종적으로 감봉에 그쳤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명백한 하극상 비위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 식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졌다고 보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와 함께 비상임이사회가 해당 처장의 비위를 덮기 위해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공단의 최근 5년간 운영 기록을 살펴보면, 특정 직원의 감사나 징계를 논의하기 위해 이사회가 소집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나아가 사전 심의 안건조차 없이 열린 이사회 역시 단 한 건도 없었다.
하지만 지난 7월 31일 비상임이사들은 감사실의 징계 처분 요구 변경 이후 인사위원회의 최종 징계 의결을 앞둔 시점에서 사전 안건도 없는 이사회를 무리하게 강제 소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이사회 자리에 감사실 관계자를 배석시켜 추궁하고 관련 조사 자료 일체를 요구하는 등 최종 징계 확정을 앞둔 상황에서 감사실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부당한 압력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가 개별 직원의 징계 무마와 구명을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인 행위는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 '국제내부감사기준(GIAS)'에 명시된 감사의 독립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한 심각한 위법·탈법적 월권행위로 평가된다.
김 의원이 심각하게 보는 부분은 주무 부처인 기후부의 부당한 개입 가능성과 관리·감독의 부재 문제다.
해당 비공개 보고서가 기후부 측 요구로 작성됐다는 공단 내부 주장에 따르면, 이사장 직무대행을 배제한 보고 행위는 주무 부처와의 사전 교감 없이는 일어나기 힘든 파행적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기후부 관계자들이 공단 인사 라인에 회피 절차 이행 등을 권고·압박해 산하기관의 경영권에 관여했다는 정황도 파악됐다. 그럼에도 기후부는 공식 지시 및 보고 수신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는 상태다.
야권에선 주무 부처인 기후부의 행태에 대해 산하기관의 파행적 지배구조와 비상식적인 징계 경감 절차를 사실상 방치하거나 묵인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기현 의원은 "기관장의 직무 정지라는 비상상황 속에서 보고 누락을 통한 행정 왜곡, 감사의 독립성 훼손, 비상임이사회의 월권, 주무 부처의 부당 개입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사태가 발생했다"며 "기후부 고위 공직자들의 개입 정황이 명백히 드러난 만큼, 감사원 감사 청구를 통해 기후부와 환경공단의 무너진 공직 기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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