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빈집 많은 건물 보니 계약 안 하죠”…전세사기 지나간 그 곳, 아직도 공실 ‘텅텅’

임정희 기자 (1jh@dailian.co.kr)

입력 2026.10.02 07:00  수정 2026.10.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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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입 7802가구 중 모집공고는 4950가구…63.4% 수준

누적 경쟁률 77대 1에도 점유 확보·수선에 공급 지연

HUG “퇴거 협상·권역별 보수체계 개선으로 기간 단축”

전세사기 이후 공실인 주택이 모여있는 서울 강서구 방화동 비아파트 밀집 지역.ⓒ데일리안 임정희 기자

#. 서울 강서구에서 오피스텔 임대업을 하는 A씨는 공실 우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존 임차인 계약 만료를 앞두고 새 임차인을 구하고 있지만 집을 보러 온 사람들이 주변 주택들의 무더기 공실을 보고 전세사기를 걱정하며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어서다. 그동안 보증금 반환 문제 없이 임대업을 운영해 온 A씨는 억울할 뿐이다. 전세사기 사태 이후 주변 주택이 비어 있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건물 관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가 신축 비아파트 공급 확대를 추진하는 가운데, 현장에서는 전세사기 여파로 비어 있는 기존 주택의 활용부터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경·공매로 매입한 주택을 든든전세주택으로 공급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면서 공실이 장기화되고 있다.


2일 HUG에 따르면 든든전세주택 사업을 시작한 2024년부터 올해 8월까지 매입한 주택은 총 7802가구다. 지역별로 서울 3951가구, 인천 2527가구, 경기 1260가구, 부산 64가구다.


반면 올해 7월 11차 모집공고까지 임차인 모집에 나선 주택은 총 4050가구로, 전체 매입량의 51.9% 수준이었다.


지난달 말 추가로 공고한 900가구를 포함해도 누적 모집공고 물량은 4950가구로, 8월까지 매입량의 63.4%에 그친다.


모집공고 이후에도 계약과 입주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매입한 주택이 실제 거주 공간으로 활용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든든전세주택의 입주 수요는 높다. 1~11차 모집에는 총 30만9890건의 신청이 접수돼 평균 경쟁률이 약 77대 1에 달했다. 11차 모집에서는 300가구에 4만9640건이 몰려 약 16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주거 수요가 확인되고 있지만, 이미 확보한 주택도 신속하게 임대시장에 공급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강서구 방화동 한 오피스텔 내부 모습. 호실 곳곳에 주택 강제경매 안내문 등이 붙어 있다.ⓒ데일리안 임정희 기자

A씨 소유 주택이 있는 11층 규모 오피스텔에서도 이 같은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건물 내부 곳곳에는 HUG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8층의 경우 5개 호실 중 A씨가 소유한 805호를 제외한 801~804호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 사이 경매를 통해 HUG 소유로 바뀌었지만, 취재 당시 임차인 입주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A씨는 “여기만 문제가 아니다. 화곡동이나 수원, 서울 영등포 등 비아파트가 몰린 다른 지역도 공실 문제가 심각하다”며 “신축 비아파트를 계속 지을 게 아니라, 이미 공실로 남아 있는 주택을 빠르게 공급하는 게 우선 아닌가”라고 말했다.


HUG는 매입 주택을 임대로 공급하려면 점유 확보와 수선·정비 등 사전 절차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HUG가 제시한 절차별 기간을 살펴보면 매입심사와 경매 낙찰, 소유권 취득 등에 1개월 이상, 점유 확보와 수선·정비에 6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모집공고가 나더라도 주택 열람과 계약과 입주까지도 약 6개월이 걸린다. 매입 이후 임차인 입주까지 약 1년이 소요되는 셈이다.


HUG 관계자는 “임대 공급을 위해서는 점유 확보를 위한 퇴거 협상과 무단점유 주택의 인도명령·강제집행, 주택 수선·정비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감정평가 이후 모집공고를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HUG는 퇴거 협상을 적극 진행하는 등 공급 시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에 집중한단 방침이다.


보수공사 체계 개선과 전문업체의 설계용역을 통해 품목별 단가표와 공종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권역별로 전담 하자보수 업체도 선정한다. 이미 서울 2개 권역과 인천, 경기 등 총 4개 권역의 전담 하자보수 업체 선정과 계약도 마쳤다.


이와 함께 수선·정비 및 하자보수의 공사 범위와 업무절차를 가이드라인을 수립해 처리 기간을 줄인다.


HUG 관계자는 “법적, 물리적 제약 등으로 매입부터 공급까지 시차가 발생하는 부분이 있다”며 “피해 주택 점유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퇴거 협상으로 점유 확보 기간을 단축하고 하자보수 공사 체계를 개선해 주택 정비 기간을 줄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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