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딱지가 불러온 폭탄… 경제학이 경고한 '규제의 역설’ [윤희종의 스윗스팟]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10.02 07:00  수정 2026.10.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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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함으로 기사와 무관함. ⓒ 게티이미지뱅크

지옥으로 가는 길은 흔히 선의(善意)로 포장되어 있다고 한다.


사회학자 로버트 머턴(Robert Merton)이 주창한 ‘의도하지 않은 결과의 법칙’이 지금 한국의 골프장에 정확히 들이닥쳤다.


취약 노동자를 보호하겠다는 명분으로 지난 5월부터 시행된 ‘근로자추정제’ 얘기다. 겉보기에 는 골프장 캐디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을 법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안는 따뜻한 정책 같지만, 현장에서는 경영자는 물론 당사자인 캐디들조차 “도대체 누굴 위한 법이냐”며 아우성을 치고 있다.


근로자추정제의 핵심은 분쟁이 발생했을 때 근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사용자(골프장)’가 직접 입증하라는 것이다. 기존 대법원 판례는 캐디가 골프장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고객에게 직접 수수료를 받는다는 점에서 근로자성을 부정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골프장이 출퇴근을 관리하거나 최소한의 서비스 교육만 해도 캐디는 즉각 근로자로 추정된다.


골프장 입장에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가 발표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캐디가 근로자로 인정되는 순간, 골프장당 연평균 16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퇴직금, 4대 보험료 절반 부담, 주 52시간 근로시간 제한 등 인위적인 ‘규제 비용’이 급증하는 것이다. 가뜩이나 내수 침체와 각종 세금 부담으로 신음하는 골프장들에게 이는 문을 닫거나 서비스 질을 포기하라는 선고나 다름없다.


더욱 기가 막힌 역설은 이 제도가 정작 캐디들의 생존권마저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수의 캐디들은 성수기 고소득과 프리랜서로서의 자유로운 근무 환경을 선호한다. 하지만 억지로 근로자라는 획일적 굴레를 씌우면, 주 52시간 근무 등 경직된 노동 규제에 묶여 프리랜서 특유의 장점이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늘어난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한 골프장들이 고용 자체를 축소하면서, 보호받아야 할 캐디들이 오히려 밥그릇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하는 것이다.


위 사진은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함으로 기사와 무관함. ⓒ 게티이미지뱅크

시장은 관료들의 탁상행정보다 훨씬 빠르고 냉혹하게 움직인다. 여기서 경제학의 기본 원리인 ‘대체효과’가 여지없이 작동한다. 인위적인 규제로 인해 특정 생산요소(캐디 노동력)의 유지 비용과 리스크가 급등하면, 기업은 필연적으로 이를 다른 자본(자동화 시스템)으로 대체하게 된다.


골프장들이 앞다투어 ‘노캐디’ 라운드를 전면 확대하고, 카트 자동화 기기 도입을 서두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노동자를 보호하겠다며 내리친 정책의 헛발질이 결국 수많은 캐디들을 골프장 밖으로 내모는 방아쇠가 된 셈이다.


다양한 형태의 노동이 등장하는 21세기에, 과거 굴뚝 산업 시대의 낡은 공장형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무지몽매한 일이다. 시장 원리를 거스르는 정책은 반드시 시장의 역습을 부른다.


일방적으로 입증 책임을 떠넘겨 멀쩡한 일자리마저 증발시키는 근로자추정제는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노동자를 보호하는 가장 훌륭한 복지는 억지스러운 법적 꼬리표를 달아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땀 흘려 일할 수 있는 ‘시장과 일자리’ 그 자체를 지켜주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

글 / 윤희종 한국골프장경영협회 홍보팀장


※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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