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다 목 찔렸는데…광주 여고생 구하려던 17세 소년에 '악플 테러' 눈살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입력 2026.05.11 20:47  수정 2026.05.11 20:48

"혼자 살려고 도망갔냐"

온라인 익명 뒤에서 비난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자료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도 없는 장모씨(24)에게 습격당한 또래 여학생을 구하려다 중상을 입은 고교생 A군(17)과 그 가족이 누리꾼들의 '악플 테러'에 심각한 피해를 겪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미성년자임에도 위험에 빠진 타인을 돕기 위해 용기를 낸 소년의 헌신이 일면식도 없는 누리꾼들로부터 '2차 가해'를 당하자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이 재조명 되고 있다.


11일 뉴스1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5일 오전 0시 11분경 광주 광산구 월계동의 한 대학교 인근 도로에서 발생했다. 귀가 중이던 A군은 건너편에서 "살려주세요"라는 B양(17)의 비명을 듣고 곧장 현장으로 뛰어갔다.


피를 흘리며 쓰러진 B양이 "119를 불러달라"고 요청했고, A군이 즉각 휴대전화를 꺼내들자 장씨(24)가 흉기를 들고 덤벼들었다. A군은 한 손에는 휴대전화를 쥔 채 맨손으로 흉기를 막아내다 손등이 심하게 찢어졌고, 연이어 목 부위를 두 차례나 찔리는 치명상을 입었다.


의식이 흐려질 정도로 엄청난 피를 흘리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A군은 범인을 밀쳐내고 현장을 벗어난 뒤,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사람이 칼에 찔렸다. 도움을 요청해 달라"며 끝까지 구조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7세의 나이로 겪기 힘든 중상을 입고, 겨우 목숨을 건진 A군 앞엔 상황을 알지 못한 채 온라인의 익명 뒤에서 "혼자 살겠다고 현장을 이탈했다"는 등의 비난을 가하는 이들의 '악플'이 기다리고 있었다.


A군의 아버지는 "사건 직후 아이는 살이 다 떨어져 나간 상태였고 목까지 찔려 생명이 위험한 상황이었다"며 "온라인상에서 도망간 것처럼 매도하는 글들을 보며 가족들의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고 비통함을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를 영웅처럼 봐달라는 것이 절대 아니다. 다만 아이가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몸을 던졌을 뿐, 결코 잘못된 행동이나 비겁한 행동을 한 것이 아니라는 점만은 알아 달라"며 "아이가 세상에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A군은 언론과의 인터뷰 도중 "그 학생이 살았어야 했는데… 안타깝고 또 안타깝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침울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B양을 살해한 장씨는 현재 구속 됐다. 오는 14일 신상정보가 공개될 예정이다.


경찰은 범행 전 흉기를 미리 구입하고 증거를 인멸한 정황을 토대로 계획된 '묻지마 범죄'에 무게를 두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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