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경영계 갈등 속 기준 마련
판례 부족에 양형기준 공백 지속
이동원 양형위원회 위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양형위원회 제145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양형위는 이날 과실치사상·산업안전보건범죄 양형기준 설정 범위와 유형 분류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뉴시스
대법원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범죄 양형기준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에 나섰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내 대회의실에서 제145차 전체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과실치사상·산업안전보건범죄 양형기준 설정 범위와 유형 분류 등이 논의된다.
앞서 양형위는 지난 1월12일 열린 제143차 전체회의에서 중처법 양형기준을 신설하기로 의결한 바 있다. 양형위는 "범죄의 중대성과 국민적 관심, 재판 실무상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중대재해법은 산업 현장에서 사망 사고 등이 발생한 경우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2022년 1월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시행됐다가 2025년 1월부터 5인 이상 사업장으로 범위가 확대됐다.
그러나 판결 사례가 많이 쌓이지 않아 양형기준이 없어 노동계에서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불거져왔다. 반대로 경영계에서는 처벌 기준 등이 불명확해 경영 리스크만 키운다는 성토가 나왔다.
이 가운데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 화성 배터리 업체 아리셀 화재 사고와 관련해 중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항소심에서 대폭 감형받으면서 이번 양형위 동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수원고법 형사1부(재판장 신현일)는 지난달 22일 박 대표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박 대표의 아들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에 대해서도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7년으로 감형 판결했다.
항소심은 1심과 달리 "안전보건규칙상 층별 설치 규정이 없다"고 봤다. 나아가 "합의한 일부 피해자 유족이 처벌을 탄원하고 있으나 이를 이유로 합의를 양형에 제한적으로 반영하면 피고인의 피해회복 노력을 소극적으로 하게 하거나 이를 포기하게 만들어 오히려 피해자들의 충분한 피해회복을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수원고검이 판결에 불복해 상고하면서 이 사건은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검찰은 "경영책임자에게 중대재해의 예방 및 근로자 보호를 위한 의무를 부과하고 중대재해를 야기한 경영책임자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묻고자 마련된 중처법 입법 취지 및 관련 법령의 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항소심 판결에 중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늦어도 내년 4월까지 1년간 국민적 관심과 범죄의 중요성, 실무상 필요성, 범죄의 발생빈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양형기준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