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일을 해야 임금 청구 가능…계약서만으론 부족"

어윤수 기자 (taco@dailian.co.kr)

입력 2026.05.11 09:27  수정 2026.05.11 09:27

전북 익산 YMCA 임금소송 파기환송

"임금청구권은 근로 제공해야 발생"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데일리안DB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더라도 실제로 일을 하지 않았다면 임금을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최근 A씨가 익산 YMCA 전직 이사장들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 소송에서 피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0년 12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매월 기본금 250만원과 업무추진비 50만원을 받는 내용의 근로계약서를 당시 단체 이사장들과 체결했다. 그러나 2017년부터 임금 체불 문제로 갈등이 불거졌다가 양측은 2020년 12월 확약서를 작성하고 가까스로 합의했다.


확약서에는 "단체는 2017년 12월부터 2020년 8월까지 체불 임금 9900만원을 지급하고 A씨는 2021년 12월까지 재직한다. A씨는 민·형사상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A씨는 확약서에 따라 소송을 취하했으나 약속된 금액 일부를 받지 못하자 2023년 5월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청구 금액은 2020년 9월부터 2023년 4월까지 발생한 임금 9600만원이었다. 단체 측은 A씨가 2017년 8월부터 근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1심은 근로계약서를 근거로 익산 YMCA가 A씨에게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임금 청구 요건으로 실제 근로 제공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2심도 1심 판결이 정당하다며 단체의 항소를 기각했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A씨가 실제로 일을 했는지에 대한 판단 없이 근로계약 체결 사실만으로 임금청구권이 발생했다고 본 원심이 관련 법리를 오해했다고 짚었다.


대법원은 "근로자의 임금청구권은 근로를 제공하면서 비로소 발생한다"며 "근로를 제공하지 않으면 임금청구권을 갖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A씨가 확약서를 작성하면서 근로계약 기간을 2021년 12월까지로 정한 점도 판단 근거로 언급했다.


대법원은 "근로계약은 확약서에서 정한 2021년 12월께 종료됐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며 A씨가 실제로 업무를 수행했는지, 계약 기간이 언제까지였는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보고 사건을 돌려보내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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