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관람 의향률 10년 만에 '반토막'...대중음악만 상승
K-뮤지컬 글로벌 성장에도 관람 의향률은 하락...높은 티켓가격 영향
우리 국민의 문화예술 향유 지형이 지난 10년 사이 급격한 불균형 상태에 빠져들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5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화예술 행사를 관람하겠다는 응답률은 69.6%로 집계됐다. 이는 2016년 84.3%와 비교해 14.7%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수치 자체의 하락보다 더 뼈아픈 대목은 분야별 양극화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방탄소년단 콘서트 ⓒ빅히트뮤직
통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지표는 연극 분야의 침체다. 2016년 20.1%에 달했던 연극 관람 의향률은 지난해 10.1%로 정확히 절반 수준이 됐다. 전통예술(10.8%→5.8%)과 문학 행사(6.9%→3.1%), 무용(3.2%→1.8%) 역시 하락 폭이 컸다. 국민 10명 중 단 한 명만이 연극 공연장을 찾을 의사가 있다는 현장의 성적표는 기초예술 생태계가 붕괴 직전에 와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대중음악·연예 분야는 유일한 상승 곡선을 그렸다. 2016년 23.5%에서 지난해 29.6%로 6.1%포인트 상승하며 독주 체제를 갖췄다. 방탄소년단(BTS)과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으로 대표되는 케이팝 열풍이 팬덤 경제를 강화하면서 대중의 관심을 독점한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러한 대중문화의 비대해진 성장이 기초예술의 낙수효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오히려 자원을 흡수하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관객들이 현장을 떠난 일차적인 배경에는 경제적 장벽과 소비 습관의 변화가 있다.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토니상 6관왕을 차지하는 등 ‘K-뮤지컬’의 질적 성장은 눈부시지만, 국내 뮤지컬 관람 의향률은 19.7%에서 15.4%로 하락했다. 고물가와 저성장 기조 속에 티켓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공연 예술이 가계 지출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것이다.
가장 높은 점유율을 자랑하던 영화(78.5%→55.4%)의 하락세는 더욱 상징적이다. 23.1%포인트에 달하는 하락 폭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확산이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극장을 대체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안방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고화질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된 관객들에게, 비싼 비용과 시간을 들여 현장을 찾는 행위는 점차 ‘특수한 경험’으로 전락하고 있다.
기초예술의 고사는 단순히 특정 분야의 침체로 끝나지 않는다. 연극과 문학은 모든 문화 콘텐츠의 서사와 인적 자원이 탄생하는 모태다. 무대 위에서 훈련된 배우들이 영상 산업으로 진출하고, 문학적 상상력이 드라마와 영화의 시나리오가 된다. 뿌리인 기초예술이 마른 상태에서 피어난 대중문화라는 꽃은 결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현재의 ‘K-컬처’ 열풍은 어쩌면 과거에 축적된 기초예술의 역량을 조금식 소진하며 버티는 위태로운 성과일지도 모른다. 연극과 전통예술처럼 창작의 뿌리가 되는 분야가 외면받는 생태계에서는, 다음 세대를 이끌 창작자들이 육성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그간 수출 규모나 산업적 성과를 증명하는 데 치중해 왔던 정부 역시, 최근에야 ‘얼마나 많이 수출하는지’보다 ‘얼마나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지’에 초점을 맞춘 정책에 초점을 맞추려는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
텅 빈 객석은 국민의 관심 부족을 탓하기 전에, 우리 사회가 기초예술을 지켜낼 문화적·경제적 여력을 상실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한다. 더 늦기 전에 기초예술 생태계 복원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미래의 ‘K-컬처’는 화려한 겉모습만 남은 채 속이 텅 빈 껍데기가 될 수밖에 없다. 기초예술은 선택이 아닌 존립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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