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의 사투 그리고 진실보다 매혹적인 거짓 [D:헬로스테이지]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6.05.11 13:13  수정 2026.05.11 13:15

뮤지컬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

6월 7일까지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2관

1819년 4월 1일 런던, 유명 시인 조지 고든 바이런의 이름으로 소설 ‘뱀파이어 테일’이 세상에 등장한다. 당대 최고의 스타 시인 바이런의 이름으로 발표된 이 소설은 즉각적인 대중적 열광을 불러일으켰으나, 실제 저자는 그의 주치의였던 존 윌리엄 폴리도리였다. 뮤지컬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는 이 유명한 문학사적 스캔들을 바탕으로 하지만, 단순한 저작권 논쟁의 재현을 넘어 두 인물의 심리적 균열과 서사의 주도권을 둘러싼 치밀한 구조를 중심으로 작품을 전개한다.


ⓒ쇼노트

극의 서사는 ‘불사의 존재’를 바탕으로 존이 쓴 원고가 바이런의 이름으로 출간되며 시작된다. 예고 없이 찾아온 바이런과 충격에 휩싸인 존 사이의 대화는 곧바로 팽팽한 심리적 대치 상태로 전환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소설 속 주인공 루스벤의 존재다. 루스벤은 매혹적이면서도 방탕한 바이런의 이미지를 투영한 캐릭터인 동시에, 존이 현실에서 감히 비판하지 못했던 바이런의 오만함을 투합한 결과물이다. 존에게 창작은 바이런이라는 거대한 상징에 대한 저항이자, 가공된 현실에서나마 그를 온전히 소유하려 했던 애처로운 사투의 공간으로 기능한다.


작품의 구조는 현실과 소설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얽히는 액자식 구성을 취한다. 무대 위 두 배우는 바이런과 존이라는 현실적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소설 속 인물인 루스벤과 오브리를 오가며 서사를 변주한다. 이 과정에서 현실의 인물이 소설 속 인물에 잠식되거나, 소설의 전개가 현실의 진심을 인양해내는 연출은 극의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이는 창조자와 피조물 사이의 주도권 싸움을 넘어, 인간이 타인을 이해하고 기록하려는 행위가 지닌 본질적인 비극성을 시사한다.


ⓒ쇼노트

무대 미학은 이러한 인물들의 내면적 압박을 상징적으로 구현한다. 무대 전반을 가득 채운 수많은 원고지들은 기록에 대한 집착과 파편화된 자아의 흔적을 시각화한다. 조명은 차가운 푸른빛의 현실과 탐미적인 붉은빛의 환상을 명확히 대비시키며 공간의 성격을 시시각각 분절한다. 화려한 무대 전환 대신 피아노 선율의 변주와 조명의 명암만으로 인물의 심리적 벼랑 끝을 묘사한 점은 이 작품이 지닌 미니멀리즘의 정수다. 깃펜과 원고 뭉치 같은 소품 또한 단순한 도구가 아닌, 자신의 존재를 역사에 새기기 위한 권력의 상징물로 활용된다.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가 궁극적으로 도달하는 지점은 ‘만우절’이라는 부제가 상징하는 역설적 진실이다. 존은 바이런을 향한 동경과 원망, 그리고 차마 내뱉지 못한 애정을 허구라는 거짓 뒤에 숨겨 내놓는다. 역사는 바이런의 이름을 기억할지 모르나, 무대 위에서 터져 나온 존의 진심은 기록의 뒷면으로 사라진 인간의 본질을 복원한다. 진실보다 매혹적인 거짓(소설)을 통해 역설적으로 가장 정직한 자아를 마주하게 되는 두 남자의 사투는, 기록된 사실 너머에 존재하는 인간적 진실의 가치를 묵직하게 입증한다.


존 역에는 현석준·홍승안·홍성원, 바이런 역은 박정원·손유동·변희상이 출연한다. 공연은 6월 7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2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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