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소비자 구제는 2년째 제자리 [기자수첩-유통]

남가희 기자 (hnamee@dailian.co.kr)

입력 2026.05.12 07:00  수정 2026.05.12 07:00

소송 장기화에 소비자들 지쳐 이탈

참여 안하면 보상도 받기 어려운 구조

변화한 플랫폼 시대 맞는 제도 필요

사진은 지난해 서울 강남구 티몬 사옥 모습.ⓒ뉴시스

2024년 7월 발생한 티몬·위메프(티메프) 미정산 사태는 한국 이커머스 시장 역사에 남을 대규모 소비자 피해 사건으로 꼽힌다. 소비자들은 결제한 상품을 받지 못했고, 환불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플랫폼 하나의 균열이 순식간에 수만명의 일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하지만 정작 피해자들을 위한 시간은 지나치게 느리게 흐르고 있다. 사태 발생 2년 다 되어가지만 소비자 피해 회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데일리안이 입수한 한국소비자원 자료에 따르면 티메프 소송 참여 인원은 초기 4026명에서 지난 4월 기준 3283명으로 감소했다. 약 20% 가까운 인원이 소송 대열에서 이탈한 셈이다.


이는 단순한 숫자 감소가 아니다. 장기화된 소송과 비용 부담, 끝이 보이지 않는 기다림 속에서 소비자들의 피로감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재판 절차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체 5개 그룹 가운데 일부는 아직 변론기일조차 지정되지 않았다. 사태 발생 후 2년이 다 되도록 첫 재판 문턱도 넘지 못한 피해자들이 있다는 얘기다.


그 사이 소송에 참여한 소비자들은 인지대와 송달료 등 각종 소송 비용까지 떠안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착수금 등 일부 예산을 지원하고 있지만 인지대, 송달료, 승소 성공 보수 등 상당 부분은 결국 개인 부담이다. 피해 금액을 돌려받기 위해 또 다른 시간과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구조인 셈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할부 결제 소비자의 청약철회권 행사를 인정하며 일부 피해 구제 가능성이 열리긴 했다. 그러나 이 역시 법적 강제력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또 일시불 결제 피해자들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결국 상당수 소비자들은 긴 소송 절차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티메프 소비자 소송 역시 피해자들이 직접 참여 의사를 밝히고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공동소송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소송에 참여하지 않으면 사실상 피해 회복 기회조차 얻기 어려운 구조다. 피해는 집단으로 발생했지만, 구제는 여전히 개인의 시간과 비용 부담에 기대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 정치권에서는 집단소송법 제정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집단소송은 공통 피해를 입은 소비자 가운데 일부가 대표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할 경우 그 효력이 전체 피해자에게 미치는 제도다. 적용 범위와 방식 등을 두고 세부 의견 차이는 있지만, 플랫폼 사용이 활발한 시대에 기존 소비자 구제 방식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는 여야 모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플랫폼 기반 소비 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고 피해 규모 역시 과거보다 훨씬 복잡하고 광범위해지고 있다. 변화한 시장 환경에 맞춰 소비자 보호 제도 역시 달라져야 한다.


정치권이 제도 개선 필요성에 뜻을 모은 만큼, 이제는 속도감 있는 논의를 통해 소비자들이 피해 회복을 위해 몇 년씩 버텨야 하는 현실부터 바꿔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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