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에도 ‘극장빨’이 필요해”…드림씨어터가 증명한 ‘그릇’의 가치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6.05.12 01:50  수정 2026.05.12 01:50

드림씨어터 개관 7년만에 누적관람객 100만명 돌파

인프라 구축 후 외부 관객 유입...전체 관객 중 40%가 타지역민

한국 공연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온 수도권 집중 현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러나 2019년 개관한 부산 드림씨어터가 올해 1월 누적 관람객 100만명을 돌파하며 보여준 성과는 지역 뮤지컬 전용 극장이 이 문제를 타개할 실효성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개별 공연장의 성공을 넘어 적절한 인프라가 구축되었을 때 지역 시장이 어떻게 자생적인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드림씨어터

수도권 집중화라는 장벽 앞에서 드림씨어터의 사례가 갖는 의미는 KOPIS(공연예술통합전산망) 수치를 통해 더욱 명확해진다. KOPIS가 발표한 2025년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은 전통적인 뮤지컬 도시로 꼽히던 대구를 제치고 서울과 경기에 이어 전국 티켓 매출 3위 지역으로 안착했다. 특히 2025년은 두 지역의 격차가 역사상 가장 크게 벌어진 해다. 부산의 뮤지컬 티켓 판매액은 약 304억원을 기록한 반면, 대구는 약 127억원에 머물며 전년 대비 32.4%의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공연의 효율성과 시장의 질적 변화다. 대구는 연간 213건의 뮤지컬을 무대에 올리며 부산의 199건보다 많은 공연 횟수를 기록했으나, 실제 매출액은 부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공연 건당 평균 티켓 판매액을 비교하면 부산이 대구보다 약 2.5배 높은 수익성을 보인 것이다. 이는 소규모 공연의 다회차 상연보다 전용 극장을 기반으로 한 대형 콘텐츠의 장기 흥행이 지역 시장의 규모를 키우는 데 훨씬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실제로 2020년부터 2025년까지 KOPIS 기준, 연간 뮤지컬 티켓 판매액 상위 20위권에 이름을 올린 지역 공연 4편은 모두 드림씨어터에서 상연된 작품들이었다. ‘오페라의 유령’(2020년 월드투어, 2023년 한국어 공연) ‘라이온 킹’ ‘알라딘’ 등 글로벌 대작들이 부산을 선택한 이유는 결국 이들을 온전히 수용할 수 있는 하드웨어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대형 뮤지컬은 정교한 무대 장치와 복잡한 시스템을 요구하고, 이를 구현할 수 없는 일반 다목적 공연장에서는 작품의 오리지널리티를 유지하기 어렵다. 드림씨어터는 이러한 기술적 제약을 해소함으로써 글로벌 콘텐츠가 안심하고 장기 공연을 올릴 수 있는 토대를 제공했다.


인프라가 가져온 변화는 관객의 동선도 바꿨다. 드림씨어터 예매 데이터에 따르면 전체 관객의 약 35%에서 40%가 경남과 서울 등 타 지역에서 유입됐다. 이는 지역 전용 극장이 지역민의 문화 향유를 넘어 외부 관객을 끌어들이는 문화 허브이자 관광 자원으로서 기능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외부 인구의 유입은 지역 경제에 실질적인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공연 관람을 목적으로 방문한 관객들이 인근 상권과 숙박 시설을 이용하면서 발생하는 경제적 부가가치는 지역 문화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준다. 또한 약 14만 6000명의 자체 회원을 확보한 것은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안정적인 수요층이 지역 내에 형성되었음을 의미한다.


물론 드림씨어터라는 하나의 사례만으로 전국적인 문화 불균형이 해소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전히 많은 지역이 대형 공연을 올릴 인프라가 부족해 문화적 소외를 겪고 있으며, 민간 주도의 성공 사례가 공공 영역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그러나 드림씨어터의 7년은 좋은 콘텐츠를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인 전용 극장이 산업 전체의 규모와 질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확인시켰다.


한 공연 관계자는 “지역 공연 시장의 자생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음에도 관련한 정책적 대안이나 논의는 이제 막 시작된 단계”라며 “드림씨어터가 보여준 가능성을 바탕으로 지역 거점별 전용 인프라 확충과 이를 지원하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때, 비로소 한국 공연 시장의 진정한 상생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결국 지역 뮤지컬 시장의 미래는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어디서 보여줄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 즉 인프라라는 ‘극장빨’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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