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밀려 자존심 꺾인 ‘뮤지컬 도시’ 대구, 뮤지컬 매출 급감 해결책 있나 [D:이슈]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6.04.23 08:08  수정 2026.04.23 08:08

공연 건수는 전국 3위...매출은 32.4% 급락

DIMF 20년의 저력과 ‘생산 거점’의 결합 필요

‘국립’ 지위 확보와 정치적 지형 변화, 사업 성패 가를 최대 변수

대구 뮤지컬 시장이 양적 공급 확대에도 불구하고 수익성과 점유율 면에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DIMF

지난해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대구 지역의 뮤지컬 공연 건수는 213건으로 서울과 경기에 이어 전국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하지만 티켓 판매액에서는 전년 대비 32.4% 급감한 약 127억원에 그쳤다. 이는 대구보다 공연 건수가 적은 부산(199건)이 달성한 약 304억원의 판매 실적과 비교했을 때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러한 지표는 대구 뮤지컬 시장이 ‘외화내빈’의 위기에 처했음을 보여준다. 대구는 공연 횟수와 회차 면에서는 비수도권 최대 시장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정작 티켓 파워가 큰 대형 흥행작이나 대형 내한 공연을 유치하는 데는 실패하고 있다. 부산이 대형 뮤지컬 전용 극장을 기반으로 고부가가치 콘텐츠를 흡수하며 시장을 확장하는 사이, 대구는 중소 규모 공연 위주의 양적 팽창에 머물러 수익 구조가 악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뮤지컬 도시라는 상징성은 유지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산업 경쟁력은 하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장에서는 이러한 시장 구조의 한계를 타개하기 위한 핵심 동력으로 ‘국립뮤지컬콤플렉스’ 건립을 꼽는다. 대구시는 최근 뮤지컬 업계 관계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사업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다. 콤플렉스의 목표는 명확하다. 단순한 공연 상연 공간을 넘어 기획, 제작, 시연, 유통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산업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대구를 단순한 소비 시장이 아닌, 비수도권 유일의 뮤지컬 생산 허브로 조성하여 산업 생태계 자체를 개편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과의 시너지는 기대를 모으는 요소다. DIMF는 국내 유일의 국제 뮤지컬 페스티벌로서 그간 수많은 창작 콘텐츠를 발굴하고 뮤지컬 인재를 배출하며 독보적인 상징성을 쌓아왔다. 국립뮤지컬콤플렉스라는 ‘하드웨어’가 구축될 경우, DIMF가 축적해온 풍부한 인적 자원과 콘텐츠 기획 역량이라는 ‘소프트웨어’가 결합되어 폭발적인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축제 기간에 집중되었던 에너지를 상시적인 제작 시스템으로 전환한다면 대구는 명실상부한 뮤지컬 생산 기지로 도약할 수 있다.


최근 열린 간담회에서 이종규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 역시 “DIMF의 성공으로 창작 역량과 국제 네트워크는 확보했지만 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공간이 부족하다”며 “마켓 기능과 제작 기능을 함께 갖춘 국립 뮤지컬 콤플렉스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KOPIS

그러나 사업의 실현 가능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최근 관련 업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립뮤지컬콤플렉스가 ‘국립’이 아닌 ‘시립’ 시설로 전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비 지원 규모와 직결되는 ‘국립’ 지위 확보는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사안이다. 중앙정부, 특히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와 예산 배정 과정에서 지자체의 자구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국립 시설로서의 당위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자체 차원의 사업으로 축소될 위험이 있다.


배성혁 DIMF 집행위원장은 “20년 동안 축제를 통해 인재와 콘텐츠를 꾸준히 축적해 왔다. 이제는 이를 세계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 시설이 필요하다”면서 “대구는 글로벌 뮤지컬 축제를 지속적으로 운영해 온 거의 유일한 도시다. 국립 인프라가 더해지면 경쟁력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향후 치러질 대구시장 선거 등 정치적 환경의 변화도 주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대규모 국책 사업은 중앙정부와의 협상력 및 행정적 연속성에 따라 추진 속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차기 시정의 리더십이 중앙정부 및 관계 부처와 어떠한 관계를 형성하느냐에 따라 사업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기획재정부의 긴축 재정 기조 속에서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을 설득하고 국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정치적 역량과 행정적 뒷받침이 동시에 요구되는 상황이다.


결국 국립뮤지컬콤플렉스 조성은 단순한 문화 시설 건립을 넘어 대구 뮤지컬 산업의 생존을 결정지을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제작 기반이 부재한 지금의 소비 중심 구조로는 세계는 물론, 부산 등 인근 지자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대구가 실질적인 제작 거점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국비 확보를 위한 논리적인 당위성과 구체적인 산업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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