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만 사람이냐"…'3고 4비'에 무너지는 자영업자들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입력 2026.06.11 07:03  수정 2026.06.11 07:03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덮친 내수 부진에

원재료·인건비·임대료·수수료 겹악재 속

'노동자 중심' 입법만 추진하는 정치권

벼랑 끝 자영업자들 "우리는 외면하나"

서울 중구 명동 거리 내 한 매장에서 자영업자들이 손님맞이 준비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지속되는 고물가·고환율·고금리(3고·高)에 중동 전쟁으로 인한 원재료·임대료·인건비·플랫폼 수수료 비용 상승(4비·費) 등 이른바 '3고 4비'에 자영업자들의 생계가 위협 받고 있다.


이런 상황 속 최근 정치권에서 근로기준법 확대를 적용하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 등에 대한 논의에 돌입하자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소상공인은 등한시 한 채 노동자만 챙기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소상공인연합회,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외식업중앙회 소속 자영업자 등 3000여명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생존권 사수와 고용정책 대전환 촉구 범 소상공인 결의대회'를 열고 대대적 항의에 나섰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3고(高)'와 내수 부진 장기화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 속 치솟는 원재료비·인건비·임대료·플랫폼 수수료 비용 등 '4비(費)'로 인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가운데, 정치권이 자영업자를 등한시한 입법 추진 논의에 나섰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이 정치권을 향해 반발을 표하는 주요 쟁점은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과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이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고용 형태나 근무 방식과 관계없이 모든 일하는 사람에게 헌법상 노동권 보장을 명시하고 국가의 지원 근거를 담은 법이다.


해당 법안은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임기 중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공언했을 만큼 정부의 주요 노동개혁 과제로 꼽힌다.


또 현행법상 5인 미만 사업장은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 등 일부 조항에서 적용을 받지 않고 있지만, 최근 정치권이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논의에 돌입했다.


이에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법안이 현실화 할 경우 영업이 아예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인근에서 열린 생존권 사수와 고용 정책 대전환 촉구 범 소상공인 결의대회에서 소상공인연합회 등 참가자들이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우리 사회 양극화의 최대 피해자는 소상공인이다. 인건비도 감당 못 해 휴일 없이 가족경영으로 버티는 소상공인의 노동가치는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이어 '일하는 사람 기본법'에 대해서도 "해당 법을 적용할 경우 근로자 1인당 연간 505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며 "소상공인에게는 지불 여력이 전혀 없다. 정 그 돈을 주고 싶다면 국가가 직접 지급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영업자들의 반발과 위기 의식은 통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올해 4월 발표한 '자영업과 자영업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자영업자의 75%가 연 2000만원 이하 소득에 머물고 있다. 월 영업이익으로 따지면 160만원 미만으로 최저임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특히 영업이익이 '0원 미만'인 사업체 비중은 12.8%로 2007년(1.3%)의 약 10배에 달한다.


폐업도 늘고 있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2024년 폐업 신고를 한 개인·법인 사업자는 100만8282명을 기록했다. 1995년 집계 이래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겼다는 점에서 올해는 이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는 국가가 노동자는 보호하면서도 이들을 고용하는 사업주는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치권이 자영업자들의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노동개혁 과제를 추진하는 데 대한 반발이다.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대의 한 한식 전문점.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서울 종로구에서 소규모 한식집을 운영하는 박모씨(54·여)는 "나라가 노동자 보호 법은 제품 찍어내듯 만들면서 사업주를 보호하는 법은 인색하다"며 "경기불황에 손님 없는 매일이 이어지고, 관련 통계도 나오는데 우리들의 고충은 외면한다. 노동자만 사람이냐"라고 토로했다.


일대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최성민 씨는 "국가가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을 만드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노동자를 보호하려면 결국 사업주도 보호 받아야 한다. 직원의 월급을 책임지는 자영업자의 현실을 들여다 보고, 이에 합당한 제도 또한 함께 논의돼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논란의 법안을 발의하고, 입법을 주도 중인 민주당에선 이처럼 자영업자들이 처한 현실에 큰 관심이 없는 모양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 한 의원은 통화에서 '여권의 노동자 보호 입법 추진으로 자영업자들이 생계를 접고 결의대회에 나선 데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입법 추진에 앞서 늘상 좋은 소리는 안 나온다"며 "국회가 후반기 원(院) 구성도 안 된 상황이라 (실제 입법으로 이어질 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결의대회에 나섰던 소상공인연합회·전국상인연합회·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국외식업중앙회 등은 정치권이 이들의 현실을 끝내 외면할 경우 추가 단체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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