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럴은 즐기고 논란엔 발 빼는 대중음악계의 이중성
성희롱성 악플에 합성물 표적까지...2차 피해도 심각
여름 페스티벌 시즌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단골 손님이 있다. 바로 무대 위 ‘선정성 논란’이다. 올해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가수 비비(BIBI)와 박진영 등 대형 아티스트들이 대거 참여한 대표적 여름 축제 ‘워터밤’을 둘러싸고, 무대의 표현 수위와 의상을 둘러싼 찬반양론이 인터넷 공간을 뜨겁게 달궜다.
가수 비비 ⓒ워터밤2026 공식 유튜브
논란의 중심에 선 무대들은 하나같이 과감했다. 지난 25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워터밤 서울 2026’에서 비비는 물에 젖은 점프수트의 지퍼를 내려 안에 입은 비키니를 노출하며 신체 부위를 강조했고, 상의를 탈의한 남성 댄서들 사이에서 무릎을 꿇은 채 퍼포먼스를 이어가는 노골적인 연출을 선보였다. 다음날 같은 무대에 선 박진영 역시 몸이 비치는 민트색 망사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올랐으며, 대표곡 ‘엘리베이터’ 무대에서는 여성 댄서와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파격적인 안무로 현장을 달궜다.
일각에서는 만 19세 이상 입장이라는 ‘워터밤’의 특성과 아티스트 고유의 파격적인 정체성을 들어 현장 퍼포먼스의 자율성을 옹호한다. 성인 관객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즐기는 공간인 만큼, 무대 연출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는 논리다. 실제로 공연은 온전한 아티스트의 고유한 무대고, 그들의 음악적 세계관과 퍼포먼스를 엄격한 잣대로 재단할 순 없다. 현장의 과감한 연출 역시 성인 전용 페스티벌이 가진 고유한 유희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오프라인 현장의 ‘19금’ 영역이 오늘날의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선 무용지물이 된다는 점이다.
공연이 끝나기 무섭게 현장에서 촬영된 이른바 ‘직캠’과 하이라이트 영상들은 수십, 수백 개의 숏폼 콘텐츠로 재가공된다. 그리고 이 영상들은 연령 필터링이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이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리일스, 틱톡 등의 추천 알고리즘을 타고 온라인 전역으로 무차별 확산된다. 현장의 음향이나 곡의 맥락은 싹둑 잘려 나간 채, 오직 ‘가장 자극적인 몇 초’만 남은 찰나의 영상들이 초등학생을 비롯한 미성년자들의 손안으로 무제한 투입되는 구조다.
가수 박진영 ⓒ워터밤2026 공식 유튜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은 심각하다. 앞서 ‘워터밤 여신’으로 불리며 화제를 모았던 가수 권은비의 사례처럼, 현장의 열기를 위해 선보였던 퍼포먼스가 온라인상에서는 맥락을 잃은 채 2차 성희롱성 악플이나 악의적인 합성물의 표적이 되는 피해로 변질되기 일쑤다.
여기서 아티스트와 기획사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오늘날의 대중음악 환경에서 오프라인 무대의 순간이 숏폼을 통해 전 세계, 전 연령층으로 실시간 확산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아티스트나 기획사는 없다.
오프라인 무대의 파격을 온라인 화제성(바이럴)의 동력으로 활용하면서도, 막상 미성년자 노출이나 선정성 논란이 불거지면 “19금 현장에서의 연출이었을 뿐” “관객이 올린 직캠까지 책임질 수는 없다”는 식으로 발을 빼는 것은 대중적 영향력을 가진 아티스트와 기획사의 무책임한 태도다. 손안의 화면으로 전 연령에게 노출될 것을 알면서도 ‘19금 현장’이라는 핑계 뒤에 숨어 자극의 수위를 경신하는 상업적 이중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연령 제한 없이 19금 수위의 숏폼을 무차별 노출시키는 미디어 플랫폼의 기술적 제어와 유통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대중의 사랑과 영향력을 먹고사는 아티스트와 기획사 역시 “내 무대가 손안의 화면을 통해 누구에게나 닿는다”는 최소한의 미디어 책임감을 상기해야 한다. 19금이라는 간판 뒤에 숨어 파격만을 소비할 때, 대중 콘텐츠로서의 최소한의 품격마저 함께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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