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4㎝ 미만 자라면 성장 지연 원인 평가 필요
저신장 상당수 유전·체질적 요인…모두 치료 대상 아냐
“규칙적인 수면·운동과 균형 잡힌 영양 섭취 중요”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최근 자녀의 키 성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른바 ‘키 크는 주사’로 불리는 성장호르몬 치료를 고민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또래보다 키가 작다는 이유만으로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현재 키와 함께 일정 기간 얼마나 자랐는지 성장속도를 살피고, 필요한 경우 원인을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성장호르몬제 사용이 늘면서 정부도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달부터 소마트로핀 성분 성장호르몬제 8개사 21개 품목에 위해성관리계획(RMP)을 적용한다. 성장호르몬제 사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과 주의사항을 환자와 의료진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제약사들은 환자용 사용설명서와 의료전문가용 설명자료를 의료현장에 배포하고, 이상사례 수집·분석 결과를 정기적으로 식약처에 제출하게 된다. 최근 성장호르몬제가 키 크는 주사로 인식되면서 오남용 우려가 제기되자 안전관리를 한층 강화한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의 키가 어느 정도 자라지 않을 때 성장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성장속도는 연령에 따라 다르다. 출생 후 2세까지는 빠르게 자라다가 사춘기 전까지는 비교적 일정한 성장세를 보이며, 이 시기에는 일반적으로 연간 약 4~7㎝ 성장한다. 사춘기에 접어들면 성장속도가 다시 빨라져 여아는 연간 약 8㎝, 남아는 약 10㎝ 또는 그 이상 자라기도 한다.
안문배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 내분비분과 교수는 “부모들은 현재 키의 절대적인 수치를 걱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더 중요한 것은 성장속도”라며 “또래보다 조금 작더라도 정상적인 속도로 꾸준히 자라고 있다면 정상 성장 범위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의학적으로는 같은 성별·연령의 또래와 비교해 키가 300분위수 미만이거나 연간 성장속도가 4㎝ 미만이라면 저신장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저신장이 모두 질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부모의 유전적 영향으로 키가 작은 경우가 있고, 사춘기가 또래보다 늦게 시작돼 뒤늦게 성장하는 체질성 성장지연도 흔하다.
성장호르몬 치료가 필요한 대표적인 경우는 성장호르몬 결핍증을 비롯해 터너증후군, 프래더윌리증후군, 누난증후군, 만성 신부전, 부당경량아로 태어나 따라잡기 성장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 특발성 저신장증 등이다. 이처럼 의학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경우 성장호르몬 치료를 통해 성장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질환 없이 정상적으로 성장하는 아이에게까지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안 교수는 “성장호르몬 치료는 단순히 키를 키우기 위해 선택하는 치료가 아니다”며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분명한 효과가 있지만 건강하게 성장하는 아이에게 최종 성인 키 증가를 보장하는 치료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는 평소 생활습관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성장호르몬은 깊은 수면 중 분비가 증가하기 때문에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꾸준한 신체활동은 뼈와 근육 발달에 도움을 주며, 고열량 음식에 치우치지 않은 균형 잡힌 식사도 필요하다.
키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광고하는 건강기능식품이나 보조식품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특정 식품이 키 성장에 확실한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 근거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특정 성분의 효과가 의학적으로 인정되려면 반복적인 임상 연구와 장기간의 검증을 거쳐야 하는 만큼 검증되지 않은 제품보다 수면과 운동, 균형 잡힌 식사 등 기본적인 생활습관을 챙기는 것이 우선이다.
안 교수는 “아이의 키와 체중은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라며 “키 자체에 대한 과도한 걱정보다는 성장 과정을 꾸준히 살피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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