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부재료 가격 상승에 정부 압박까지
이대로면 '도미노식 붕괴' 불가피 우려
"아래선 원가 상승, 위에선 가격 압박"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장을 보는 모습.ⓒ뉴시스
중동 전쟁 장기화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나프타 수급 차질 그리고 물류비 상승까지 겹치면서 식품업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식품 가격 인상 억제 기조까지 더해지며 전례 없는 복합 위기에 직면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르면 내달, 늦어도 7월을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오를 대로 오른 원부재료값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포장재 생산이 불가능한 상황이 닥칠 경우 제품 출하 자체가 막히는 셧다운 사태가 예상되는 탓이다.
1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대내외적 악재가 지속될 경우, 조만간 업계 전반에 도미노식 붕괴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감지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단정할 순 없지만, 현재 원재료·포장재·운송비 상승 등 여러 요인으로 업계에선 이르면 6월이 '한계 구간'이자 7월이 '마지노선'이라는 전망이 심심찮게 들리는 건 맞다"고 전했다.
업계의 고심은 제품 생산에 가장 기초적인 원재료의 가격 상승부터 시작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발표한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달 130.7p를 기록하며 전달보다 1.6% 상승해 3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2023년 2월 130.7p 이후 3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양고기를 제외한 육류 가격지수는 129.4p로 전월 127.9p보다 1.2% 상승했고, 곡물 가격지수는 111.3p로 수수와 보리를 제외하면 0.8% 올랐다.
중동 의존도가 40%대에 달하는 요소 비료 또한 전쟁 이후 국제 가격이 톤당 950달러 수준까지 올라 약 130% 급등했다. 업계에서는 해당 비용이 이르면 이달, 늦어도 6월 생산분부터 농가 원가에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마트를 찾은 여행객들이 과자, 라면 등 K푸드를 살펴보고 있다.ⓒ뉴시스
식량 가격 상승에 더해 라면·과자·음료 등 식품 포장재와 냉동식품·배달용기 플라스틱에 쓰이는 핵심 원료인 나프타 수급 부족도 업계의 골머리를 앓게 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나프타 현물 가격(일본 C&F 기준)은 최근 다소 하락했으나, 톤당 1100~1200달러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전쟁 이전과 비교해 80% 이상 급등한 것이다.
현재 국내 석유화학 공장들은 나프타를 가공해 만드는 폴리프로필렌과 폴리에틸렌 포장재 생산량을 평시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시켰다.
이에 따라 한국식품산업협회를 비롯한 13개 단체는 지난달 9일 정부에 긴급 건의서를 제출하며 주요 포장재 원료 재고가 일부 품목의 경우 약 2주 분량에 불과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물류비 증가도 식품업계를 불안에 떨게 하는 요인이다.
유가 상승으로 물류비가 오르면 서비스와 생산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물류 현장의 혈관 격인 화물차·택배 등의 운송 부담으로 귀결돼 결국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전가 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의 가격인상 억제 압박 역시 식품업계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월 재정경제부·공정거래위원회 등 7개 관계부처가 참여한 '민생물가 특별관리 TF'(태스크포스)를 출범시켜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진선 한국식품산업협회장이 지난 2월 정기총회에서 "내수 시장은 한계에 다다랐고, 원자재와 인건비 부담은 커지지만 정부는 물가 안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토로한 배경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아래에선 원가 상승 부담이, 위에선 가격 인상 억제 압박이 양립하는 상황"이라며 "지금은 성과를 내기보다 어떻게 버텨낼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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