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실패 확인시킨 ‘나무호’ 피격, 더 큰 문제는 해법 못 찾는 현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6.05.11 15:16  수정 2026.05.11 15:16

외교부, 나무호 폭발 조사 결과 발표

‘비행물체’에 의한 외부 공격 단정

정부, 강경 대응·안전 확보 사이 고심

전문가 “외교 시나리오 부재 드러나”

두 차례 타격으로 파공이 발생한 HMM 나무호의 선미.ⓒ외교부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HMM ‘나무호’ 폭발 사고 원인이 외부 공격에 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은 그동안 정부가 물밑에서 힘써온 외교가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번 외교 실패로 호르무즈에 갇힌 160명의 한국 선원과 26척의 선박을 탈출시키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10일 외교부는 나무호 화재에 대한 정부 합동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사 결과 5월 4일 미상의 비행체가 HMM(나무호의) 선미를 타격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CCTV 영상에 해당 비행체가 포착됐으나, 발사 주체, 정확한 기종 및 물리적 크기 등을 확인하기에는 제약이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박 대변인은 나무호를 공격한 주체가 누구인지, 타격 비행체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증은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외교부는 누구 소행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이드 쿠제치 이란주한대사를 청사로 불러 상황을 설명했다. 외교부는 ‘상황 설명’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초치(招致)’로 해석된다.


초치는 외교에서 상대국의 대사·공사·외교관 등을 불러서 항의·유감·설명 요구 등을 공식적으로 전달하는 행위다.


외교부의 이란 대사 초치 상황은 이례적이다. 특히 전쟁 발발 이후 이란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 온 현 정부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대(對) 이란 정책에 변화를 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국회에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정부 대응을 비판하고 나섰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나무호 피격에 대한 정부 대응을 비판했다.


이들은 “국가안보실장도 보이지 않았고 비서실장이 안보회의를 주재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대응이 이어졌다”며 “피격 직후 해양수산부는 ‘피격 발생 추정’이라 밝혔지만 외교부는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는 모호한 표현으로 입장을 바꿨다. 명백한 공격 정황이 있음에도 정부는 이를 분명히 규정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가 10일 밤 정부서울청사 외교부에 HMM 나무호 호르무즈해협 피격 사건 관련해 초치된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연합뉴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나온 정부의 나무호 피격 관련 1차 조사 결과에는 반드시 들어가야 할 두 글자가 빠져 있다. 바로 이란”이라며 “이제 피격이 확인되자, 공격 주체는 예단하지 않겠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격 주체가 누구든, 야당 비판이 있건 없건 이번 피격만으로도 외교 정책 선회는 불가피해 보인다.


문제는 선회 방향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을 이란 정부 또는 혁명수비대 소행으로 간주해도 당장 강도 높은 대응을 내놓긴 힘들다. 호르무즈 내 160명의 한국 선원이 여전히 위험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실적으로 이란을 공격 주체로 명시하지는 않되, 우리 선박 피격에 대한 공개 규탄과 향후 피해 예방을 위한 국제사회 움직임에 적극 동참 의지를 밝히는 방안 등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해협 항행 자유를 위한 다국적 연대도 우리 정부가 기댈 곳 중 하나다. 외교부는 미국 주도 ‘해양주유구상(MFC)’ 참여 여부와 관련해 “MFC를 비롯한 미국 측 구상 참여 문제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종전을 전제로 한 영국·프랑스 주도의 ‘호르무즈 해협 항행 자유 이니셔티브’ 참여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런 다국적 연대가 얼마나 직접적인 효과를 거둘지 미지수다. 특히 미국이 주도하는 MFC 경우 자칫 이란 또는 혁명수비대 반감만 키울 수 있다. 이는 우리 선원 안전 문제와 직접 연결된다.


전직 외교관 출신 한 대학 교수는 “그동안 한국은 ‘균형 외교’라는 표현 아래 위험 회피 전략을 택해왔지만, 실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적용할 구체적 시나리오는 부족했던 게 아닌가 싶다”며 “미국의 호르무즈 작전 참여 압박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우리 선박이 피해를 본 것은, 한국이 더 이상 중립지대에 머물 수 없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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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 등신외교.. 돈주고 뺨맞고   선원이라도 다치거나 죽었으면 정권 끝이었지..
    2026.05.11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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