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은 민심…'2030' 불만 고조
'집값 상승·전세 부족' 책임은 누구?
"李정부 대책 때문" vs "吳, 토허제 번복 영향"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6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6 서울시 어버이날 기념식에서 미소짓고 있다. ⓒ뉴시스
6·3 지방선거 격전지인 서울특별시장 선거의 최대 쟁점이 '부동산 문제'로 좁혀지는 분위기다. 당초 선거 때마다 판세에 영향을 미친 부동산 민심이 이재명 정부 출범 첫 선거라는 벽에 가로막힌 분위기였다. 하지만 비거주 1주택자 규제에 따른 전셋값 상승 우려 등 영향으로 민심이 심상치 않자, 여야 후보는 책임론 떠넘기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11일 오후 서울 구로구 주택가 단지 일대에서 열린 부동산지옥 시민대책회의 기자회견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서울시장 선거는 부동산 문제가 가장 큰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집을 가지고 있어도, 집을 갖지 못해도, 전세·월세를 이용할 수밖에 없거나 집을 팔아야 할 상황 등 모든 상황에서 앞뒤는 물론 양옆도 꽉꽉 막힌 상황이 됐기 때문"이라면서 "많은 유권자가 고통스러워하고 있고, 해법 마련을 간절하게 바라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오 후보 주장처럼 부동산 문제는 이번 지방선거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물론 부동산 문제는 역대 선거 때마다 민심을 크게 흔든 요소로 평가된다. 대표적으로 2021년 4·7 보궐선거에선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부각된 탓에 더불어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한 바 있다. 부동산 민심 덕분에 우위를 점해 당선된 것이 바로 오 후보였다.
이번 지방선거 역시 '부동산 민심'이 판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됐다. 다만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치러지는 선거인 탓에 큰 변수가 되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는 것이다. 정권 심판론이 아닌 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보수 심판론'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민의힘의 '절윤'(윤석열과의 절연)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부동산 민심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부동산 정책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SBS가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 1~3일까지 무선 100%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한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 평가 조사에서 '잘하고 있다'는 46%, '잘못하고 있다'는 41%로 나타났다. 모름·무응답은 12%다.
특히 주목할 점은 내 집 마련을 앞둔 20·30세대 중심으로 부정평가가 높다는 것이다. 20대에서 긍정평가는 33%, 부정평가는 42%였다. 30대에선 긍정 42%, 부정 49%로 나타났다. 40~60대에선 긍정평가가 높은 것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오 후보는 부동산 민심이 흔들리는 이유가 이재명 정부의 과도한 부동산 규제 영향이라고 판단한다. 특히 서울 전역 규제와 다주택자 압박이 전세 매물 감소와 월세 전환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집이 없는 사람은 전세 물량을 거의 찾기 어렵고 월세는 정말 벼락같이 올랐다"며 "집이 있는 사람도 고통스럽기 마찬가지인데, 가지고 있으려고 해도 보유세가 올라 걱정이고 팔려도 해도 양도소득세가 걱정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오 후보는 흔들리는 부동산 민심의 틈을 파고들고 있다. 특히 정부 정책에 부정적인 20·30세대의 불만을 부각해 여론전에 집중하고 있다. 이날 부동산지옥 시민대책위 기자회견에선 20대 후반 공인중개사와 신혼부부인 30대 세무사 등 주거 불안을 겪고 있는 계층을 내세워 정부 정책에 날을 세웠다. 이들은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니라 방범·교육·주차 등이 마련된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대출규제와 세금 폭탄 때문에 내 집 마련 꿈을 포기했다" "전세 매물이 씨가 말라 월세 시장에 청년이 내몰리고 있다" 등 울분을 토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동 주택가에서 부동산지옥 시민대책회의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오 후보가 20·30세대를 고리로 부동산 민심 흔들기에 나서자, 정원오 민주당 후보도 반격에 나서고 있다.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재지정 영향으로 집값 상승이 이뤄졌다며 행정적 판단력에 문제를 삼고 있기 때문이다. 오 후보는 지난해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했다가 한 달여 만에 재지정한 바 있다. 문제는 오 후보가 이날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한두 달 정도의 해프닝"이라고 밝히자, 정 후보 측은 해당 발언을 고리로 공세 고삐를 당기고 있다.
정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김형남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당시는 오 후보의 무능으로 서울 시내 주택 공급이 급감한 상황이었다"며 "공급이 없는 상황에서 기대 심리와 대기 수요가 몰려있는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하면 강남은 물론이고 주변 지역 집값까지 함께 오른다는 건 상식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토허제 해제 한 달 만에 강남 집값 상승률은 7년 만에 최고치를 찍자, 결국 당시 정부 우려에 오 후보가 백기를 들고 한 달 만에 결정을 번복했다"며 "오히려 더 넓은 지역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확장된 것이 이 사태의 결말인데,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엔 너무 많은 혼선과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니냐"라고 했다.
그러자 오 후보는 "내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와 재지정한 것이 현재 부동산 상황 원인이라고 주장한다"며 "모든 과정을 지켜본 서울 시민이 (집값 상승) 경과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설명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반발했다.
반면 오 후보 측은 정 후보의 서울 전월세 대란 대응책을 두고 '부동산 무지성'이라고 직격하며 부동산 문제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문제 삼았다. 정 후보는 이날 CBS라디오에서 오 후보의 토허제 해제 후 재지정이 데이터 기반이 아닌 "충동적으로 푼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전월세 대란 대응책으로 "부동산원 데이터와 함께 국토부와 상의하겠다"고 주장한 바 있다.
오 후보 선대위의 박용찬 대변인은 "지금 수도 서울의 전월세 대란은 '부동산 지옥'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정말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강북 지역에서 월세가 무려 300만원을 넘어섰으며 전세는 완전히 씨가 말라 매물이 나오면 줄을 서서 대기할 정도로 서울 전역이 전월세를 구하지 못해 아우성인데, 구체적 대안과 해법도 없이 '상의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으니 실망스럽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일잘러'(일 잘하는 사람)인 줄 알았더니 '일잘러 호소인'이라는 비판은 결코 과도한 비판이 아니다"라면서 "수도 서울의 최대 이슈인 '부동산 지옥'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집권 여당의 서울시장 후보에게 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맡겨도 되는 것이냐"라고 강조했다.
양측은 부동산 민심의 분노를 피하기 위해 책임론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정 후보 측은 부동산 문제가 선거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반면 오 후보 측은 판세를 뒤집을 핵심 요소로 판단하는 만큼, 각 구를 순회하며 부동산 민심을 전하겠다는 계획이다.
정 후보 측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과거 노무현·문재인 정부 시절이었다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면서도 "투자 수요가 부동산에서 금융시장으로 옮겨진 이재명 정부에선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국민이 정부에게 기대하는 부분이 부동산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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