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은 흔들리지 않았다.
류현진은 1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펼쳐진 ‘2024 KBO 시범경기’ 롯데 자이언츠전에 선발 등판, 5이닝(76개) 6피안타 6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오는 23일 시즌 개막전(잠실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가진 마지막 실전 투구에서 류현진은 투구수도 80개 가까이 끌어 올리면서 체인지업-커브-커터 등 다양한 구종을 점검했다. 최고 스피드는 시속 144km로 KIA전(148km)에 비해 다소 떨어졌고, 실투성 공도 몇 차례 나왔다.
그런 상황에서도 류현진은 베테랑갑게 5이닝을 2실점으로 막아냈다.
사실 2점도 주지 않아도 될 점수였다. 3회말 한화의 아쉬운 수비가 나왔다. 2사 1,2루에서 전준우의 빗맞은 타구가 외야 우측으로 떠 이닝이 끝나는 듯했지만, 우익수 임종찬은 햇빛 때문에 낙구 지점을 포착하지 못하면서 볼을 잡지 못했다. 그 사이 주자들은 모두 홈으로 들어왔고, 적시타로 기록되면서 주자들의 득점은 모두 류현진 자책점으로 연결됐다.
아쉬운 수비 탓에 실점하게 된 류현진으로서는 1만여 관중 앞에서 잠시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날 경기장에는 개방한 좌석 1만3766석에 관중들이 꽉 들어찼다.
그러나 동요하지 않은 류현진은 오히려 다음 타자 유강남을 상대로 바깥쪽 체인지업으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몸쪽에 직구를 던져 루킹 삼진(3구)을 잡아냈다. 이를 놓고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수비 실책 직후 나온 분노의 3구 삼진”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들렸다.
분노는 아니었다. 그런 흐름에서 더 맞으면 악화될 수 있다는 생각에 더 집중해서 던진 결과물이다. 3회와 5회 등판을 마친 뒤에는 더그아웃에서 임종찬을 찾아 엉덩이를 툭 치고, 볼을 만져주는 대선배의 ‘토닥토닥’ 리더십까지 보여줬다. 한화 팬들도 해당 장면을 영상을 통해 보면서 흐뭇해했다.
5번 타자로 선발 출장한 임종찬은 수비에서 아쉬움을 남겼지만, 1회 적시타를 시작으로 수비 실수 이후에는 2타점 적시타, 5회에는 2루타를 터뜨리는 등 이날 5타수 3안타 4타점 1득점을 기록하며 한화의 14-2 대승에 크게 기여했다.
변함없는 피칭과 리더십까지 보여준 류현진은 23일 개막전에 집중한다. 개막전 일정을 마치면 오는 29일에는 홈 개막전에서 KT위즈를 상대한다. 두 경기에서 모두 승리투수가 된다면 KBO리그 통산 100승 고지를 밟는다. 류현진 순항에 한화의 행복야구 희망도 부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