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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낮추고 양 줄이고” 정부 압박에 ‘꼼수’만 [기자수첩-유통]


입력 2023.11.28 07:02 수정 2023.11.28 07:02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가격 인상 자제 요청에 슈링크플레이션 급증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

모니터링 강화하, 가격‧양 등 상품 정보 제공 확대 필요

서울 이마트 용산점에서 고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뉴시스

식탁물가를 잡기 위한 정부와 식품‧유통업계 간 숨바꼭질이 한창이다.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니 양을 줄이고, 질을 낮추고, 낱개 상품보다 비싼 묶음상품이 등장하는 식이다.


1년 넘게 오르기만 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 정부가 고군분투 할수록 물가는 더 오르고 있다. 결국 중간에 끼인 소비자만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올 들어 장바구니 물가는 무섭도록 치솟고 있다. 식량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산업 구조 상 국제 물가에 취약한 탓이다.


여기에 채소, 과일, 정육 등 국내에서 생산하는 신선식품 가격도 오르면서 오른 품목보다 오르지 않은 품목을 찾는 일이 더 쉬울 정도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11년 만에 ‘물가관리책임실명제’ 카드를 꺼내들고 담당 부처 공무원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마트나 식품기업 등을 찾아다니며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기만 하다.


그때마다 새로운 방법이 등장하고 있어서다.


가격은 그대로 두고 양을 줄인다던지 기존에 비해 품질이 낮은 원료로 바꾸는 등 부작용 또한 잇따르고 있다. 정부와 여론의 서슬 퍼런 감시가 느슨해지면 슬쩍 가격을 올리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최근 여론의 질타가 이어졌던 슈링크플레이션의 경우 줄어든 제품 용량과 실제 용량이 같다면 현행 법 상 제재할 방법이 없다.


고물가 시대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최우선 가치를 둔 점을 파고든 꼼수도 최근 발생했다.


보통 묶음상품의 경우 낱개 보다 저렴할 것이란 인식이 있기 마련인데 일부 온라인몰에서 묶음상품 보다 낱개 상품을 더 비싸게 판매해 논란이 됐다.


기업들은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려고 하다 보니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해외 수입 원재료 가격은 물론 인건비, 공공요금 등 각종 비용이 증가하는 상황이다 보니 내부적으로 감내하는데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물가 안정 등 민생현안에 집중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란 표현까지 등장할 정도다.


이를 뒤집어 보면 내년 총선 이후에는 그간 못했던 가격 인상이 폭발적으로 일어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앞서 밀가루, 라면 등 생활필수품 52개를 따로 선정해 특별 관리했던 이명박 정부에서도 정책 시행 뒤 3년간 해당 품목의 물가지수가 20% 넘게 오른 바 있다.


한 지역의 가격을 통제하면 다른 지역으로 상승세가 옮겨가는 부동산과 달리 식품은 다른 업종으로 상승세가 전이되지 않지만, 압력을 모아 한 순간에 폭등한다는 특징이 있다. 강제로 누르기만 해서는 물가를 잡기 어렵다는 의미다.


또 그 과정에서 애꿎은 소비자들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소비과정에서 가격만 신경 쓰면 됐지만 이제는 품질이나 양, 개별 상품의 가격도 모두 비교해봐야 한다.


이런 소비자의 수고를 덜어줄 수 있도록 정부와 소비자단체는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유통업계와 연계해 가격이 오르거나 양이 줄어든 상품에 대해 정보를 줄 수 있는 소비자 맞춤형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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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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