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배후설'에 뒤집어진 국민의힘
지도부 일제히 개혁신당 책임론 제기
"우리 당을 끌여들어? 대응나서야"
'보완수사권 폐지' 등 공조 일단 멈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6월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접견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이한 전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의 '피습 자작극'이 범야권 균열에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보수 진영이 이번 사태를 두고 책임론 공방을 강하게 벌이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배후설을 제기한 개혁신당에 대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크게 반발하면서, 향후 야권 공조는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태규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피습 자작극' 사건 대응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대안은 없었고, 문제점 지적만 있었다"며 "이번 사건은 경찰이 보통 사건과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선거를 감안하고 나온 대응 방식이 아닌지 의심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의원총회에선 그동안 피습 자작극 의혹에 대한 개혁신당 책임론을 제기한 주진우 의원이 직접 당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6·3 지방선거 국면에서 국민의힘 측이 정 전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하기 위해 접촉한 상황에서 '피습 자작극'을 유도했을 가능성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 배후설로 인해 그동안 국민의힘 일부에서만 목소리를 냈던 '정이한 사태'는 지도부까지 참전하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당 핵심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결국 정 전 후보를 공천한 개혁신당이 책임지고 정리해야 하는 부분인데, 갑자기 국민의힘과의 연루설을 제기하는 탓에 당으로선 당혹스러운 상황"이라면서 "이 대표가 이번 사태로 조급하고 불안한 것 같은데, 우리 당을 끌어들인 것에 대해 제대로 대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의원총회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부산경찰청은 정 전 후보로부터 선거 보름 전인 지난 5월 18일 자작극 혐의와 관련된 진술을 처음 확보했음에도 공무원 선거 관여 등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어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혐의가 입증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초 국민의힘은 '장윤기 살인사건'과 함께 이 사건을 고리로 '경찰 수사권 독점' 문제를 지적하는 데 집중했다.
이와 함께 당내 일부에선 개혁신당에 대한 책임론도 일부 제기했다. 경찰이 자작극 혐의를 인지한 만큼, 당과 캠프가 이 사실을 모를 수가 없으며 의도적으로 은폐했다고 의심하는 것이다. 이는 경찰의 무능을 부각하려는 공세와 결이 사뭇 다르다. 경찰 또는 개혁신당이 정 전 후보의 피습 자작극을 본선거 전 공개했다면, 4만표 격차로 패배한 부산시장 선거의 향방이 달라졌을 수 있다는 책임론이 일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동욱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가 4만표 정도로 전재수 민주당 후보에게 지면서, 정 전 후보가 얻은 2만 7000표가 모두 국민의힘으로 오지 않았을 수 있다는 얘기가 있다"면서도 "경찰이 이렇게 심각하게 선거에 개입한 것이다. 만약 민주당 대표를 잠식할 수 있는 후보에게서 이런 일이 일어났어도 그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겠는가"라고 주장했다.
개혁신당을 향해서도 "수많은 캠프 관계자가 있었고, 후보가 수사를 받으러 드나드는데도 아무도 이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며 "우리 당과 야합 가능성을 운운하기 이전에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하면 되는 일"이라고 촉구했다.
양향자 최고위원 역시 이 대표가 배후설을 제기한 것에 대해 "본인 스캔들로 번지자 '아무 말 대잔치'로 국면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개혁신당은 이번 사태에 대해 얼마나 책임감 있게 대응하고, 어떻게 해결해 가느냐에 따라 정당의 존폐가 달렸다"며 "이번에도 얄팍한 꼼수로 위기를 모면하려 해선 안 된다. 이번 사태를 통해 이 대표와 개혁신당은 자신들의 존재 가치에 대해 깊이 성찰해 보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6월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 대표를 예방한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피습 자작극 배후설 의혹은 박형준 전 부산시장 후보 측이 반박에 나서면서 논란은 더욱 확대됐다.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을 맡았던 서지연 전 부산시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정 전 후보의 자작극은 개혁신당 내부의 문제"라면서 "만약 선대위가 사전에 자작극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정 전 후보는 후보직을 유지하기 어려운 사안이었던 만큼 보수 대통합 차원의 단일화 노력 자체가 필요 없었을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이에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5월 17일 박 전 후보 캠프의 모 인사가 정 전 후보에게 접촉한 것을 파악했다"며 "단일화 이야기를 나눴는지 아닌지 말을 아끼겠지만 조사가 완벽히 된 다음에 말씀드리겠다. 단일화를 요청하거나 협의할 수 있지만 부당한 거래가 들어갔다면 굉장히 큰 문제"라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성열 최고위원도 "중앙당과 아무런 논의 없이 상대 후보 측이 개인 후보에게 접근해 단일화를 제안했다면 협잡"이라면서 "자리를 미끼로 해서 단일화를 얘기한 적이 있는가 없는가. 단일화를 사주했는지 안 했는지 분명히 답하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간 갈등은 결국 정 전 후보의 피습 자작극을 지방선거 본투표 전 누가 인지했는지와 이를 선거에 의도적으로 이용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결국 수사 결과가 나와서 밝혀질 문제지만, 양당의 신경전은 과열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국민의힘 지도부 일부에선 이 사태를 당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이 대표가 국민의힘을 공격한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컸던 것 같다. 약속한 것도 없는데, 비판적인 목소리가 일제히 나왔다"며 "이번 사태는 있어선 안 되는 일이기 때문에 강하게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피습 자작극 배후설로 인해 양당 간 신경전이 고조되면서, 향후 야권 공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양당은 지난 1월 '통일교·공천헌금 쌍특검' 공조에 합의하며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까지 점쳐졌지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만류로 개혁신당에 고지 없이 단식을 중단하면서 사실상 공동 투쟁은 불발된 바 있다.
이에 이 대표는 지난달 15일 정점식 원내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매번 범야권 공조라는 것이 시작되다가도 중간에 자잘한 문제들로 인해서 마무리되지 못하거나 동력을 받지 못하는 일들 더러 있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문제는 여당이 추진하는 보완수사권 폐지와 공소취소 특검 등 쟁점 법안에 맞서 범야권이 공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로선 '정이한 사태'가 얽혀 있는 탓에 양당 간 감정이 해소되지 않는 한 공조 정치는 당분간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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