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직장인, ‘현실 공감’에 ‘판타지’ 한 스푼…티빙의 잘 벼려진 무기 [방송 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6.10.01 11:10  수정 2026.10.0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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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 당첨돼도 출근하는 직장인 현실

요리사의 눈 장착한 흙수저 취사병 등

청춘들과 공감대 형성하는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이등병 강성재가 전설의 취사병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리얼한 군생활과 판타지로 맛있게 버무려냈던 ‘취사병 전설이 되다’가 사랑을 받는가 하면, ‘로또 1등도 출근하는’ 현실을 짚은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가 직장인들의 취향을 파고드는 중이다. 티빙이 뼈 때리는 공감으로 연타석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공개 중인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는 위아래로 치이며 하루하루를 버티던 팀장 공은태(이준혁 분)가 로또 1등에 당첨된 후 사직서 대신 당첨금 13억을 품고 이전과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출근하는 오피스 드라마다.


로또 1등 당첨이라는 현실과 판타지 사이, 독특한 설정을 바탕으로 호기심을 유발한다. 들여다보면, 디테일한 직장 생활기가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를 완성한다.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티빙

로또 당첨 후 달라진 공은태가 때로는 과감한 행동으로 직장인들의 판타지를 충족하기도 하지만, 결국 이를 통해 보여주는 건 다양한 일을 처리하는 과정과 사람 사이 관계다. 로또 1등에 당첨돼도, 일은 해야 하는 현실이 씁쓸함을 유발하는 한편, 그만큼 섬세하게 디테일한 반영으로 시청자와 탄탄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2주 연속 티빙 주말 구독 기여 1위, 3주 연속 주간 구독 기여 2위를 기록하며 사랑을 받고 있다. tvN에서는 최근 회차에서 시청률 5%를 돌파하며 순항 중이다.


‘현실’과 ‘판타지’의 절묘한 조화는 티빙이 꾸준히 흥행시켜 온 공식이기도 하다. 앞서 이등병 강성재(박지훈 분)가 전설의 취사병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군 생활의 리얼리티와 판타지를 버무려냈었다.


여느 군 콘텐츠처럼, 군생활을 리얼하게 묘사해 공감을 형성하는 작품은 아니었다. 강성재가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요리사의 길 튜토리얼’을 따라 요리하며 전설이 되는 판타지가 바탕이지만, 수백 명의 식사를 책임지는 취사병의 치열한 일상이 바탕 됐기에 가능한 상상력이었다. 특히 서사의 바탕은 흙수저 청년의 성장 서사로, 누구나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티빙에서도, TV 플랫폼에서도 사랑을 받았다. 티빙 구독 기여 1위는 물론, tvN에 편성돼 최고 시청률 7.9%를 기록하기도 했다.



‘취사병 전설이 되다’ⓒ티빙

티빙의 대표 흥행작들 역시 이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30대 여성의 일과 사랑이라는 일상적인 소재로 세 시즌 모두 사랑을 받은 ‘유미의 세포들’ 시리즈를 비롯해 하루 끝의 술 한잔이 인생의 신념인 세 여자의 일상을 그린 본격 ‘기승전술’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 역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인 흥행작이다.


12번의 죽음과 삶을 경험하게 되는 인생 환승 드라마와 ‘이재, 곧 죽습니다’, 코믹 고교 액션물 ‘스터디 그룹’ 등 스케일 큰 판타지 또는 액션물로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으나, 그 안에서도 화려하고 거창한 영웅담 대신 부조리에 맞서는 청춘들의 이야기가 그 바탕이 되곤 했다.


익숙한 티빙의 서사를 넘어, 장르 스펙트럼 확장을 시도했을 때는 다소 뼈아픈 결과가 뒤따르기도 했다. 19세 관람 불가 액션 사극으로 총제작비 300억 원을 투입됐다고 알려진 19세 관람불가 등급의 액션 사극 ‘우씨왕후’는 파격적인 노출, 높은 수위로 화제몰이를 했을 뿐 작품을 채우는 서사는 비약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2030 세대의 흥미를 이끌어내는 트렌드에는 밝지만, 스케일을 키워 전 세대를 아우르는 흥행작은 다소 드문 것이 아쉽게 느껴진다. 물론, 콘텐츠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가장 날카로운 무기를 만들어 낸 것은 반가운 일이다. 잘 벼려진 무기를 손에 쥔 티빙이 시청층 확장이라는 다음 단계를 어떻게 소화해 낼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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