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27' 김난도 "AI 시대, '엣지' 키우고 '안목' 높여야" [현장]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6.09.30 12:52  수정 2026.09.30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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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번째 '트렌드 코리아'

"AI 도입, 생산성 향상 위해 과업-AI-인간 간의 새로운 협업체계 필요"

'트렌드 코리아' 김난도 "'권태사회' 도래, 무엇이든 해 볼 수 있는 시대…먼저 뛰어들어야" [현장]


'트렌드 코리아 2027'을 쓴 김난도 교수가 AI(인공지능)가 모두의 일상에 깊이 파고든 현재, 생겨난 여백을 의미 있는 경험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트렌드 코리아'는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매년 이듬해 소비 트렌드를 짚어온 연간 전망서다. 2008년 '트렌드 코리아 2009'를 시작으로 19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트렌드 코리아 2027'을 통해선 AI가 바꿔놓은 사회를 여러 방향에서 살폈다.


'트렌드 코리아 2027' 김난도ⓒ미래의창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트렌드 코리아 2027' 출간 기념 간담회에 참석한 김난도 교수는 2027년의 슬로건으로 '알파쉽'(ALPHA SHEEP)을 내세우며 "내년은 양의 해다. 양과 관련된 키워드를 고민하던 중 나온 것이 '알파쉽'"이라고 책의 주요 메시지를 언급하며 "양보다 '양떼'라는 말이 친숙하지 않나. 양은 무리를 지어 다닌다. 혼자 떨어지면 스트레스가 극심하다고 한다. 혼자 자연에서 살아남기는 힘든 동물이다. 털만 해도 누가 깎아주지 않으면 힘들다. 주체성이 좀 부족한 존재로 인식이 되기도 한다. 급변하는 시대, 주체성을 가지는 것이 힘들다. 우리 모두는 양떼 같은 존재가 돼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전보다 주체성을 살리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뛰어드는 양이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무리를 이끄는 양 '알파쉽'이라고 표현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로는 ▲ 권태사회 ▲ 라이프 ROI(Return On Investment) ▲ 폼팩터 시프트 ▲ 해봄경제 ▲ 저장인류 ▲ 바이브 워킹 ▲ 리;텐션 전략 ▲ 휴먼엣지 ▲ 하프 시그널 ▲ 안목자본을 꼽았다.


김 교수는 "AI가 우리 사회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주기 시작한 해다. 올해 키워드를 꼽으면서는 AI와 인간의 변증법에 주목을 했다면, 내년에는 AI라는 단어가 포함이 되지 않는다. 'AI가 이렇게 중요해졌는데, 왜 키워드에선 직접적인 언급이 빠져있지'라고 생각하실 수 있다. 그런데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제는 AI 활용이 자연스러워졌다. 일상의 범용재가 되지 않았나. AI 기술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AI가 우리 사회, 조적, 개인을 어떻게 바꾸는지 그 결과를 보고자 했다. 우리 회사는, 나는 이런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거기에 맞춰서 구성을 했다"라고 키워드의 방향성을 소개했다.


현대사회를 설명하는 중요한 단어로 첫 번째 키워드 '권태사회'를 강조했다. 그는 이 키워드를 첫 번째로 앞세운 이유에 대해 "최근 부산에 상어가 출몰하자 사람들이 몰리지 않았나. 상어를 보기 쉽지 않으니 몰리는 건 자연스럽지만 그만큼 우리 주변에 재밌는 일이 없구나 싶었다"면서 "사실 어떻게 보면 뜬금없고, 새롭지 않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현대사회의 많은 문제들 근원에는 권태 문제가 있다고 봤다. 넘어가기 어려운 중요한 의제라고 여겼다"라고 설명했다.


과거의 권태와는 의미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를 '과잉형 권태'라고 소개하며 "넷플릭스를 보면서도 '더 재밌는 게 없나'라고 생각한다. 바쁘고 분주한 상황에서 해야 할 일은 넘치는데 진짜 재밌고, 의미 있고, 보람이 있는 일은 찾기 어려워졌다. 신호대기만 걸려도 휴대폰을 만지거나 꺼내는 시대가 됐다. 바쁘게 보내지만, 의미 있는 경험으로 축적이 되지 않는 것"이라며 "권태를 느끼면서도 권태를 느끼는 시간이 부족한 역설적인 시대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너무 쉽게 지겨워지는 탓에 숙성한 경험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모두가 권태기를 마주하게 된다. 골프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골태기'가 온다. 러닝을 하던 분은 '런태기'를 겪는다. 그때 뭔가를 새로 바꾸지 않나. 권태로워서 교체를 하지만 해소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런데 정말 심심할 때 '내가 새로운 걸 모색해봐야 하는 게 아닐까', '나는 뭘 좋아하고 잘할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시간의 여백을 의미 있는 경험으로 채우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인생·일·인간관계 등 인생의 모든 국면에서 ROI(투자수익률)을 따지는 삶의 방식이 팽배하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각자도생 사고방식이 일상으로 확장되고, '손절'이 잦아지면서 가족 밀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엄마, 할머니 모시고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많다. 좋은 일이지만, ROI를 따져 손절을 하다 보면 최후의 안전자산을 찾게 된다. 가족 밀도가 높아진 것도 그 영향이라고 봤다", "ROI만 따져서 위대한 성취를 거둘 수 있을까. 순간 ROI가 나오지 않더라도 우직하게 꾸준히 자신의 일을 해 온 분이 놀라운 업적을 보이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생성형 AI, 3D 프린터 등 첨단 기술 인프라의 도움으로 인해 실행 비용이 낮아지면서 일단 해보는 사람이 늘어난 점은 긍정적이라고 짚었다. '해봄경제'에 대해 김 교수는 "일단 해보고, 실행에서 배우며, 결과물을 다시 고쳐가며, 새로운 가치와 기회를 창출하는 시대가 열렸다"며 "무엇이든 해 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그런 것들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것이 좋다고 여긴다"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엔 완벽해질 때까지 준비를 했다면, 지금은 일단 빨리 해보는 것이 중요해졌다"라고 덧붙였다.


AI 도입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과업-AI-인간 간의 새로운 협업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들어보면, AI가 도입됐다고 해서 기업의 생산성이 드라마틱하게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 조직이 병목현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고 현 상황을 짚으며 이를 위해 '바이브 워킹'의 구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I가 인간의 업무 맥락과 고유 리듬을 읽을 수 있도록, AI가 읽을 수 있는 데이터를 잘 생산하고, 사람이 과정을 계속해서 관리해 나가면서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AI 자동화의 시대, 인간의 흔적이 차별화 요소가 되는 트렌드 '휴먼엣지'는 '필연적인' 키워드로 꼽았다. 그는 "지금 철학과의 경쟁률이 높아지고, 취업률이 높아진다고 하더라. 아들이 철학과를 나왔는데, 그때만 해도 비인기학과였다. 가장 인간적인 요소들이 가장 중요해지는 시대가 된 것 같다. AI 시대 필연적인 것"이라며 "그 자체가 중요한 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인간의 흔적을 남길 수 있을까. 그 방법론을 책을 통해 자세히 설명했다"라고 말했다. 약간의 결점이 엣지를 만들 수 있으며,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 사람의 손맛을 보여줄 수 있는 '손맛의 엣지'도 필요하다며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AI 시대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안목'이라고 말했다. 안목이 사회적 영향력과 경제적 기회로 축적되는 트렌드가 도래하며 '안목'이 곧 '자본'이 될 것이라고 봤다. 퀄리티는 상향평준화된 현재,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르게 가치를 찾아내는 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안목을 높이기 위해선 "하나의 작품을 볼 때 메모를 하고, 집에 가서 전문가의 평을 들으며 내 의견을 돌아본 뒤, 다시 그 작품을 보면 안목이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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