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인, 1949년 경찰 좌익세력 소탕작전 일환 총살
유족, 진실화해위 규명 결정 근거해 국가 상대 손배소
"개정법 시행 전 규명 결정, 다시 손해배상 청구 가능"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데일리안DB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소멸시효를 이유로 패소 판결이 확정된 과거사 사건 피해자 유족이더라도 올해 2월 개정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거사정리법)에 따라 다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박모씨 등 6명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최근 대구지법에 환송했다.
A씨는 한국전쟁 직전인 1949년 경찰의 좌익세력 소탕작전 일환으로 어떠한 재판 절차도 없이 총살됐다.
A씨 유족은 2012년께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으나 패소가 확정됐다.
당시 재판부는 국가가 불법행위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했다.
국가재정법상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불법행위 시점으로부터 5년이다.
이후 진실화해위는 2023년 8월 "경북 영덕 군경이 좌익활동 또는 빨치산에게 협조했다는 혐의 등을 이유로 A씨 등 민간인 20명을 적법절차 없이 살해한 행위는 불법"이라는 진실규명 결정을 했다.
A씨 유족은 이 결정에 근거해 국가를 상대로 재차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소송의 쟁점은 패소가 확정된 선행소송의 기판력이 이 사건에도 미치는지였다. 기판력은 앞서 확정된 판결의 쟁점과 내용에 대해 추후 다른 소송에서 다툴 수 없도록 하는 소송법상 효력이다.
2024년 4월 선고된 1심과 작년 5월 선고된 2심은 모두 선행 사건의 기판력이 있다는 이유로 A씨 유족 패소로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올해 2월26일 시행된 개정 과거사정리법에 근거해 원심을 뒤집고 유족 측 손을 들어줬다.
개정법 61조는 진상규명 결정을 받은 사건으로 발생한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에는 국가재정법상 소멸시효(5년)와 민법상 소멸시효(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또 이 법 부칙 제5조는 "이 법 시행 전에 진실규명결정을 받은 사람은 법 시행일로부터 3년 이내에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한다.
이때 '법 시행 전 진실규명결정을 받은 사람'의 범위에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청구기각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을 포함했다.
대법원은 "이들 조항은 국가가 과거 반민주적·반인권적 행위의 희생자 배상이 철저하지 못했던 점에 대한 반성의 토대 위에서 장기소멸시효 기간을 배제하거나 스스로 시효이익을 포기하고, 피해자가 손해배상 소송을 새로 제기하더라도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한 청구기각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미치지 않도록 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개정법 시행 이전에 진실규명 결정이 이뤄졌다면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한 패소 판결이 확정됐더라도 희생자 유족 등은 개정법 시행일로부터 3년 내 다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며 "이는 개정법 시행 전 이미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돼 법 시행 당시 소송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도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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