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없는 김승원 논란...민주당이 붙든 '한동훈' [기자수첩-정치]

김주혜 기자 (jhaefthr@dailian.co.kr)

입력 2026.09.22 07:00  수정 2026.09.22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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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 뒤 시작된 '출처 전쟁'

문건 유출과 검증 실패는 별개

몰랐다면 검증, 알았다면 판단 문제

창밖 가리키기 전에 거울부터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무위원 후보자(법무부 장관 후보자 김승원) 인사청문회에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취재를 하다 보면 불편한 질문을 받은 이들이 종종 되묻는다.


"그 이야기는 누구에게 들었습니까."


제기된 내용이 사실인지 설명하기보다 누가 말했는지, 어떻게 전달됐는지를 먼저 문제 삼는 것이다. 취득 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따져야 한다. 그러나 제보자를 찾아낸다고 제기된 질문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대응을 보며 이 장면이 떠올랐다.


김 전 후보자는 지난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음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물러났다. 각종 논란에 이어 전직 보좌진의 탄원서가 청와대에 전달된 뒤였다.


후보자는 떠났지만 민주당의 시선은 무소속 한동훈 의원에게 향했다. 민주당은 한 의원이 공개한 검찰 '기소계획보고서'와 압수수색 녹취 등의 출처를 밝히라며 경찰 수사를 촉구했다. 이성윤 민주당 최고위원은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특검 수준의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 당 대변인단은 한 의원 처남의 과거 성범죄 사건과 내란 정국 당시 행적도 꺼냈다.


물론 수사자료의 출처와 입수 경위는 규명해야 한다. 변호인조차 열람하기 어려운 문건이 정치인의 손에 들어갔다면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불법 유출이나 반출이 있었다면 책임도 물어야 한다.


그러나 문건의 출처와 민주당이 김 전 후보자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것은 별개의 문제다. 하나의 책임이 밝혀진다고 다른 책임이 사라지지 않는다.


김 전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은 지명 직후부터 이어졌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방어에 집중했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인사청문경과보고서까지 채택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청문회 이후 김 전 후보자를 두고 "보면 볼수록 잘된 인사"라고 평가했다.


그러다 전직 보좌진의 탄원서가 청와대에 전달됐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탄원서에는 추가 음주운전과 폭언, 성추행 의혹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진위는 수사로 가려야 하지만 당이 이를 언제 알았는지, 보고서 채택 당시 무엇을 파악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이번 인사를 두고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현역 의원 불패 신화"도 언급했다. 민주당이 붙들어야 할 것은 한 의원의 거친 말보다 당 내부에서 나온 이 진단인지 모른다.


당이 몰랐다면 검증 실패다. 알고도 보고서를 채택했다면 판단의 문제다. 어느 쪽이든 한 의원의 자료 입수 경위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김 전 후보자도 잘못이 있다면 수사받아야 하고, 한 의원도 검찰 자료를 부당하게 활용했다면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두 사람의 책임을 별개로 놓은 이 말이 이번 논란의 본질에 가깝다.


김 전 후보자의 의혹은 김 전 후보자의 몫이다. 자료 유출 의혹은 한 의원과 전달 과정에 관여한 이들의 몫이다. 후보자를 추천하고 엄호한 정치적 책임은 청와대와 민주당의 몫이다.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대신할 수 없다.


민주당은 자료 취득 경위만 추궁하면 되는 야당이 아니다. 대통령과 함께 인사를 검증하고 국정의 결과를 책임져야 하는 집권여당이다.


한 의원을 수사한다고 김 전 후보자의 의혹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 의원의 언어가 거칠다고 민주당의 검증이 치밀해지는 것도 아니다.


김승원은 이미 물러났다. 그런데 민주당은 왜 여전히 한동훈만 붙들고 있는가. 문건을 건넨 사람을 밝혀내면 후보자를 끝까지 엄호한 판단도 옳아지는가.


불편한 질문의 출처를 밝히는 것과 그 질문에 답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민주당이 먼저 해야 할 일은 창밖의 한동훈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거울 속 자신들의 판단을 돌아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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