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 지원 A7, 최소 9조 5500억 원 국제 금융망으로 송금
가짜 송장·기업 도장까지 위조…100여개 위장회사 동원
군사장비·보안기관 구매에도 사용…글로벌 은행들 뒤늦게 계좌 폐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월 4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AP/뉴시스
러시아가 서방의 금융제재를 피해 위조 서류와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해 9조 원이 넘는 자금을 국제 금융망으로 송금한 정황이 드러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현지시간) 입수한 내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크렘린궁의 지원을 받는 핀테크 기업 A7이 최소 69억 달러(약 9조 5500억 원)를 글로벌 은행들을 통해 송금했다고 보도했다.
A7은 몰도바 출신 재벌 일란 쇼르가 러시아 국유은행 프롬스뱌지반크(PSB)의 지원을 받아 설립한 결제업체다. 러시아가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주요 은행들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접근이 차단되자 대체 결제망 역할을 해왔다.
수법은 치밀했다. A7은 아랍에미리트(UAE)와 홍콩, 키르기스스탄, 인도네시아 등에 위장회사를 세우고 이들 명의로 국제 은행 계좌를 확보했다. 이후 실제 거래인 것처럼 꾸민 송장을 만들거나 기업 도장을 위조해 자금의 출처와 목적을 숨겼다.
FT는 유출 자료에서 A7 위장회사 100곳의 결제 증거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홍콩 스탠다드차타드 계좌에만 11억 달러가 유입됐고 UAE 퍼스트아부다비은행(FAB) 계좌에서는 18억 달러 이상의 해외 송금이 이뤄졌다. 씨티그룹·도이체방크·JP모건체이스·DBS 등의 금융망도 거래 과정에 등장했다.
특히 일부 거래는 군사장비와 러시아 보안기관의 물품 구매 등 전쟁 관련 거래와 연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A7은 암호화폐를 활용한 새로운 결제망이라고 홍보해왔지만 실제로는 위조 서류와 위장회사를 이용하는 전통적 자금세탁 수법을 대규모로 활용했다는 게 FT의 분석이다.
관련 은행들은 의심 계좌를 폐쇄했거나 자금세탁방지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방이 러시아의 국제 금융망 접근을 틀어막았지만, 크렘린궁과 연계된 결제망이 제3국과 글로벌 은행을 우회로로 활용한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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