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블랙홀’ 데이터센터, 속도·용량·수용성 ‘종합 전략’ 필요 [전환의 그늘③]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6.09.23 18:00  수정 2026.09.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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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알고리즘 이전에 ‘전력’이 핵심

전력망 따라 국가 경쟁력 좌우

생산지와 소비지가 다르다는 문제

전력망 확충·입지 분산·수용성까지

해당 이미지는 자체 AI로 제작함. ⓒ

인공지능(AI) 경쟁은 알고리즘과 반도체를 넘어 전력 확보가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초거대 AI를 학습하고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한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늘면서 막대한 전력 수요가 새롭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데이터센터를 지을 수 있는 속도와 이를 뒷받침할 전력망을 구축하는 속도 사이에 상당한 격차가 있다는 점이다. AI 시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새로운 병목이 ‘전력망’으로 떠오른 이유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데이터센터의 전 세계 전력 소비가 2025년 약 485TWh에서 2030년 약 950TWh로 거의 두 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AI에 특화한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증가 속도는 전체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빠를 것으로 예상한다.


데이터센터가 전 세계 전력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 자체는 아직 제한적이다. 다만 특정 지역에 대규모 수요가 집중하면 전력망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커질 수 있다는 게 IEA 분석이다.


AI 데이터센터 특징은 전력 사용량이 큰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GPU를 중심으로 한 고집적 서버를 안정적으로 가동하려면 냉각 설비도 함께 운영해야 한다. AI 연산용 서버가 늘어날수록 전력뿐 아니라 냉각과 시설 운영을 위한 시설 수요도 커진다는 뜻이다.


국내 AI 산업의 현실적인 고민은 이 대목이다. 정부는 수도권에 집중되는 대규모 전력수요를 분산하고 전력계통 여건을 고려해 데이터센터 입지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 왔다.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대규모 전력을 사용하려면 계통 여건을 확인하도록 하는 등 무분별한 전력수요 집중을 막기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기업으로서는 단순히 전력이 남는 지역으로 데이터센터를 옮기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데이터센터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뿐 아니라 통신망, 전문 인력, 고객사 접근성, 산업 생태계 등 다양한 조건을 요구한다. 수도권을 중심 IT 인력과 기업 생태계를 고려하면 전력 여건만으로 입지를 결정하기 어렵다.


결국 ‘데이터센터를 지방으로 보내자’는 정책 구호와 기업이 실제로 움직일 수 있는 조건 사이의 간격을 좁히는 게 과제다. 전력요금과 세제, 인허가, 통신망 등 여러 유인책을 종합적으로 설계하지 않는다면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기 쉽지 않다.


근본적인 문제는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가 다르다는 데 있다. 원전과 재생에너지 등 발전원이 상대적으로 비수도권에 위치한 상황에서 수도권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수요를 감당하려면 결국 송전망이 필요하다.


해당 이미지는 자체 AI로 제작함. ⓒ
AI 소비 전력 문제, 쉽게 해결될 과제 아냐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필요한 곳까지 보내는 송전선로와 변전소가 제때 확충되지 않으면 발전설비를 늘려도 실제 소비자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에는 한계가 생긴다.


전력망 건설은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처럼 단기간에 끝낼 수 있는 사업도 아니다. 부지를 선정하고 주민 의견을 수렴한 뒤 각종 인허가와 공사를 거쳐야 한다. IEA 역시 데이터센터는 2~3년 안에 가동될 수 있는 반면, 에너지 기반 시설은 계획과 투자, 인허가를 포함해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국가 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 등이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와 원전·재생에너지 관련 송전·변전설비 등을 국가 기간전력망으로 지정해 적기 건설을 지원하는 체계다.


법적 틀을 갖추는 것과 실제 전력망이 제때 건설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송전선로와 변전소 입지를 둘러싼 지역 갈등과 주민 수용성 문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다. 특별법 시행령에서도 국가 기간전력망 설비의 입지 선정 절차와 기간을 별도로 규정할 정도로 신속한 입지 결정과 사회적 합의가 중요한 문제로 남아 있다.


결국 AI 시대 경쟁력은 GPU 숫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GPU를 돌릴 데이터센터가 있어야 하고, 데이터센터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발전·송배전망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 필요한 부지를 확보하고 지역사회의 수용성을 얻는 과정까지 갖춰져야 비로소 AI 산업이 실제로 돌아갈 수 있다.


AI 시대의 마지막 승부처는 결국 현실 세계다. 화면 속 알고리즘을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어도 이를 움직일 전력이 없다면 AI 혁신은 시작조차 할 수 없다. 기술 투자와 함께 전력망 확충, 데이터센터 입지 분산, 지역 수용성 확보를 동시에 풀어내는 종합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손화철 한동대 글로벌리더십학부 교수는 “AI의 소비 전력 문제는 AI 발전 과정에서 곧 해소될 사소한 문제인 것처럼 다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며 “AI가 모두가 사용해야 하는 에너지의 가격을 올리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AI의 사용으로 생기는 유익이 무엇이고, 누구의 유익을 위한 것인지를 좀 더 면밀하게 따져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자리 줄고 인프라 고갈도 초읽기…AI 비용 분담 논의는 제자리 [전환의 그늘④]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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