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한반도 평화의 당사자이자 페이스메이커 역할 다할 것"(종합)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입력 2026.09.23 07:27  수정 2026.09.23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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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회 기조연설…K-이니셔티브 3대 비전

"호르무즈 충격"…'건설적 기여국 연대' 제안

한반도 평화공존 3대 청사진 선언

"북미대화 재개 발판 마련" 남북미중 대화 제안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우리 정부는 한반도 평화의 당사자이자 페이스메이커로서 대화의 길을 열고 또 이어가기 위해 온 힘을 다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평화공존 구상과 국제사회 기여 방안을 제시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먼저 국제사회가 직면한 위기를 짚었다. 네팔 빙하 홍수와 우크라이나·중동 분쟁, 드론 등 신기술이 바꾸는 전쟁 양상을 거론하며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은 '자유롭고 안전한 항행'의 기본 원칙마저 흔들며 에너지 공급망의 불안정성을 심각하게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그 함마르셸드 제2대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은 우리를 천국으로 데려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옥으로부터 구하기 위해서 창설되었다"고 한 말을 인용하며 "오늘의 유엔은 전쟁과 빈곤, 재난으로부터 과연 인류를 구하고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1년 전 저는 이 자리에서 세계 시민의 등불이 될 우리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 복귀했음을 당당하게 선언했다"며 "오늘은 유엔 정신을 복원하고 세계를 다시 연결하는 일에 앞장서겠다는 담대한 의지를 분명하게 밝히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그 방안으로 'K-이니셔티브'의 세 가지 비전을 내놨다.


첫째는 '글로벌 AI 기본 사회'다. 이 대통령은 "'AI 기본 의료'를 시작으로 사회보장과 노동, 주거, 문화 등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기본적 권리를 두텁게 보장할 AI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며 국제기구와 다자개발은행, 산업계·학계가 협력하는 '글로벌 AI 허브'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둘째는 '녹색 대전환'이다. 그는 "기후 위기를 흔히 '80억 인류가 함께하는 조별 과제'라고 한다"며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한국형 녹색 대전환(K-GX) 전략을 소개했다. 2028년 칠레와 공동 개최하는 제4차 유엔 해양 총회도 언급했다.


셋째는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을 위한 연대다. 이 대통령은 "최근 호르무즈와 홍해에서 반복된 해상 봉쇄는 에너지와 물류의 핵심 통로가 무기화될 때 세계인들의 일상이 얼마나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며 "상선을 공격하고, 선원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는 어떤 이유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해법으로는 역량과 의지를 갖춘 나라들이 먼저 손을 맞잡자며 이를 '건설적 기여국 연대'로 이름 붙였다. 그러면서 "배타적 기구나 배타적 그룹을 새로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기존의 국제질서와 유엔의 기능을 존중하면서, 각국이 각자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 유연하고 개방적인 방식으로 협력하고, 그 범위를 점차 확대해 나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엔 자체의 변화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조직과 사업의 중복을 줄이고, 의사결정은 더 신속하게, 한정된 자원은 가장 절실한 현장에 집중되어야 한다"며 '유엔 80 이니셔티브'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안보리를 더 효과적이고, 더 민주주의적이며, 더 책임 있는 방식으로 작동하게 할 안보리 개혁 또한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했다.


한반도 문제로는 남북이 35년 전 유엔에 동시 가입한 사실을 꺼내며 운을 뗐다. 이 대통령은 이를 두고 "분단 이후 지속되던 경쟁과 대결에서 벗어나 평화공존의 기틀을 마련한 결정적인 계기"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반도 평화공존의 방향을 담은 세 가지 청사진을 제시했다. 포용적 평화공존에 대해서는 "남북 간 상호 체제를 존중하고 차이를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협력을 통한 공동 성장을 모색해 나가겠다"며 국제무대에서도 북한과 협력할 것은 협력하겠다고 했다.


안정적 평화공존과 관련해서는 "위기를 방지하고, 갈등을 통제할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가겠다"며 "기본적인 소통 채널부터 복원하며, 신뢰를 쌓아나가는 것이 안정적인 평화공존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책임 있는 평화공존에 대해서는 "전쟁과 핵 없는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의 안정과 협력을 촉진하고, 전쟁과 분쟁으로부터 자유로운 세계를 향한 노력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약속했다.


가장 핵심 과제로는 전쟁 종식과 평화 체제 구축을 꼽았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체제는 오랜 기간 남북은 물론 미국, 중국 등 관련국들도 그 필요성에 대해 함께 공감하고, 논의해 온 핵심 과제"라며 "다행히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으로 변화의 가능성이 어렵게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오랫동안 멈춰있던 북미 대화가 조속히 재개되고, 한반도 전쟁 종식과 평화 체제 전환을 위한 당사자 간 대화로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사자 간 대화 구상은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언급된 바 있지만, 이번에는 미국과 중국을 특정해 거론하고 해당 국가들이 자리한 국제무대에서 직접 제안했다는 점에서 한발 나아간 메시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 비핵화 접근법도 단계별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우선 북측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중단시키고, 중기적으로 축소를 거쳐 장기적으로 핵 없는 한반도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유엔과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번에도 책임 있고 건설적인 역할을 다해주시도록 기대한다"고 요청했다. 연설 당시 북한 대표단 좌석은 비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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