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민 정치' 나선 정청래…흔들리는 김민석號 비집고 정치적 공간 만드나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입력 2026.09.23 06:30  수정 2026.09.2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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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청 지지율 속 위기감 커진 김민석

병상서 당 통합 메시지 내놓은 정청래

당내 분열 '치료해야 할 병'으로 규정

"지지자 결집해 지지율 올려보잔 메시지"

병상에 누워 있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정청래 SNS 갈무리

더불어민주당이 안팎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정청래 전 대표가 병상에서 당 통합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지난 8·17 전당대회에서 김민석 대표에게 패한 뒤 정치 현안과 거리를 두며 한발 물러서 있던 정 전 대표가 최근 당내 분열을 직접 거론하면서 다시 존재감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당청 지지율 하락과 계파 갈등으로 김민석 지도부에 위기감이 커진 상황과 맞물리면서 정 전 대표가 정치적 공간을 넓히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 전 대표는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오한과 발열 증세로 응급실에 실려가 입원 중이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1~2년 동안 쉼 없이 너무 무리했나"라며 "잠시 쉬어가라는 뜻으로 알고 병원에 있다"고 자신의 상황을 전했다. 이어 "넘어지면 발 밑의 돌부리가 보인다고 했다"며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적었다. 전날에는 "6일 만에 물 한 모금 마셨다"며 병상 근황을 다시 전했다.


표면적으로는 건강 악화에 따른 개인적인 심경을 전한 글이다. 하지만 22일 글에서는 당내 상황을 직접 겨냥한 정치적 메시지가 등장했다.


정 전 대표는 이날 "신체 중 극히 일부인 손톱만한 한 지점이 고장 나도 나의 몸 전체가 오한과 발열에 시달린다. 일부가 전체이고 전체가 일부"라며 "당도 나라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은 어디가 아픈가? 빨리 아픈 부분을 진맥하고 치료에 들어가야 한다"며 당내 분열을 '질병'에 비유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당내 멸칭과 혐오 표현을 비판한 것을 거론하며 "분열의 병은 통합의 약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이 적극적으로 후속 조치에 나서야 한다"며 이른바 '4통 통합'을 제시했다. 전당대회 전후로 당내 계파 갈등의 한복판에 있었던 정 전 대표가 병상에서 다시 '당 통합'을 정치적 화두로 꺼내든 셈이다.


정 전 대표의 행보가 주목받는 것은 시점 때문이다. 그는 8·17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에게 패한 뒤 전국을 돌며 지지자들을 만나거나 재해·재난 현장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등 정치 현안과 거리를 둬왔다. 그러나 최근 당청 지지율이 하락하고 당내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자신의 건강 상태와 함께 당의 '아픔'을 거론하며 정치적 메시지를 내기 시작했다.


이 기간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9주 연속 하락하며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민주당 지지율도 동반 하락했다. 최근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통해 지지율이 일부 반등했지만, 이달 내내 여권 내부에서 위기감이 커졌던 것은 사실이다.


특히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 전 대표를 지지했던 강성 당원층과 김민석 지도부 사이의 관계도 관심사다. 현재 최고위원 가운데 최민희·이성윤·한민수 등 친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포진한 가운데 전당대회 직후 친청계와 김 대표 측이 충돌하기도 했다. 당시 정 전 대표가 한발 물러서면서 갈등은 일단 봉합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에는 친청계 최고위원들이 당 통합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최민희 최고위원은 21일 경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경기도와 추미애 경기지사를 둘러싼 정치 공세를 비판하면서 "민주당 내부부터 하나 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 인사들이 민주당 출신 도지사를 공개 비판하는 상황을 두고 "국민 입장에서 볼 때 '민주당끼리 왜 싸워, 왜 분열해?' 이렇게 들리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정 전 대표의 메시지와 최 최고위원의 발언이 같은 시기에 나온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정 전 대표가 직접 계파 갈등이나 김 대표를 거론한 것은 아니지만, 당내 분열을 '치료해야 할 병'으로 규정하면서 사실상 통합을 촉구한 만큼 친청계가 다시 당내 메시지의 전면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한 친청계 관계자는 "당의 지지율이 하락세인 국면에서 이 기회에 지지자들을 결집해 다시 지지율을 올려보자는 메시지로 해석된다"며 "당 대표까지 지내셨던 분이다 보니 지지율 하락에 대한 책임을 많이 느끼실 것이다. 그래서 '우리도 이제 단합하자'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 민주당 관계자는 다른 해석을 내놨다. 이 관계자는 "이 대통령 기자회견과 당 지지율 최저치 시점에 맞춰 SNS에 저런 글을 올린 것은 어느 정도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전당대회 낙선 이후 적극적인 정치 활동은 자제했던 만큼 지금 국면을 계기로 정치 일선에 나서려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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