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아이 맡겼는데…친척의 아동학대, 부모의 책임은?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입력 2026.09.23 05:04  수정 2026.09.23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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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모·친척이 사실상 보호·감독…학대 알고도 방치하면 책임 문제

아이 맡겼다는 이유만으로 부모에 형사책임 자동 귀속되지 않아

학대 인식하고도 필요한 조치 안 했다면 공범·부작위 책임까지 가능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추석 연휴에는 자녀를 조부모나 친척에게 맡기는 가정이 적지 않다. 맞벌이 부부가 명절 기간 아이를 맡기거나, 가족 모임을 위해 잠시 조부모에게 돌봄을 부탁하는 경우도 흔하다. 가족에게 아이를 맡긴 만큼 안심하기 쉽지만 돌봄 과정에서 학대나 방임이 발생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직접 학대한 가족은 물론 아이를 맡긴 부모에게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가 문제될 수 있어서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행 아동복지법은 '보호자'를 친권자나 후견인으로만 한정하지 않는다. 아동을 보호·양육·교육하거나 그 의무가 있는 사람, 업무·고용 등의 관계로 사실상 아동을 보호·감독하는 사람도 보호자에 포함한다.


또 아동학대에는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이나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경우가 포함된다.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행위도 아동학대로 규정된다.


따라서 부모가 아닌 조부모나 친척이라도 실제로 아이를 맡아 보호·감독하는 관계에 놓였다면 아동학대 책임이 문제될 수 있다. 단순히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법 적용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학대 사실을 알게 된 뒤에도 아이를 보호하지 않거나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직접적인 학대행위를 하지 않은 가족에게도 책임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


실제 법원에서도 가족에게 맡겨진 아이에 대한 보호·감독 의무가 문제된 사건들이 있다. 조부모에게 맡겨진 손녀가 할아버지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사실을 할머니가 알게 된 뒤에도 적절한 보호조치를 하지 않은 사건에서 법원은 할머니의 책임을 인정했다. 이처럼 아이를 직접 학대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아이의 안전을 보호해야 할 지위에 있으면서 학대 사실을 알고도 방치했다면 법적 책임이 문제될 수 있다.


반대로 아이를 맡긴 부모의 책임도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부모가 자녀를 친척에게 맡겼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아동학대나 방임 책임을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다. 부모가 실제로 돌봄을 맡긴 경위와 기간, 친족과 아이 사이에 형성된 보호·감독 관계, 학대 사실을 부모가 알고 있었는지, 학대를 알게 된 뒤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따져야 한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데일리안DB

대법원 역시 보호자의 방임 여부를 판단할 때 보호자와 아동의 관계, 아동의 나이, 방임행위의 경위와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판단해 왔다. 특히 친권자나 주양육자는 아동을 보호·양육할 1차적 책임을 부담한다는 점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실제로 어린 자녀를 친척이 거주하는 곳에 데려다 놓은 뒤 적절한 인계 없이 떠나 아동유기 혐의가 인정된 사례도 있다. 이 같은 판결은 친척 집에 아이를 데려다 놓았다는 사정만으로 부모의 보호책임이 당연히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결국 아이를 누구에게 맡겼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부모가 아이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환경과 돌봄 관계를 갖췄는지까지 살펴야 한다는 취지다.


명절에는 평소보다 가족 간 돌봄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조부모가 손주를 며칠간 돌보거나, 친척 집에서 아이들이 함께 지내는 상황도 흔하다. 이 과정에서 체벌이나 폭언이 발생했을 때도 가족 간 훈육이라는 이유만으로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아동에 대한 체벌이 훈육이나 지도 목적이었다고 하더라도 법령이나 관련 규정에서 금지한 수단과 방법을 사용했다면 신체적 학대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법조계에선 가족관계만을 기준으로 책임을 나누기보다 실제 돌봄의 내용과 학대 사실에 대한 인식, 보호조치 여부 등을 종합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모의 책임은 어디까지 이어지고, 아이를 맡아 돌본 조부모·친척에게는 언제부터 법적 책임이 생기는지를 판결을 통해 짚어야한다는 설명이다.


전문영 법무법인 YK 변호사는 "부모가 친권자이고 1차적 양육책임자라는 이유만으로 조부모가 몰래 저지른 학대까지 부모에게 자동으로 형사책임이 귀속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이가 평소 정상적으로 생활했고 조부모에게 폭력 전력이 없었으며 부모가 정기적으로 아이 상태를 확인했는데 외관상 이상이 없었다면 부모에게 형사책임을 인정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부모가 학대 사실을 인식하고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전문영 변호사는 "방임죄는 단순히 결과적으로 아이가 학대를 당했다는 것만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아이에게 보호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고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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