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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의 라면값 인하...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이유 [기자수첩-유통]


입력 2023.07.04 07:03 수정 2023.07.04 07:03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원유‧원당 가격 오름세…가격 인상 변수 많아 압박만으론 해결 어려워

재무 손실 보다 부당기업 이미지 더 부담

원재료 변동에 취약, 관세 인하 등 정책적 접근 필요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라면이 진열돼 있다.ⓒ뉴시스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라면이 진열돼 있다.ⓒ뉴시스

최근 식품업계의 화두는 가격 인하다. 작년부터 연일 오르기만 했던 라면, 과자 등 주요 식품가격이 내린다는 소식이 소비자로서는 반가울 수 밖에 없다.


주요 식품기업에 이어 편의점에서도 PB 생수와 과자, 아이스크림, 우유 등의 가격을 동결하거나 내린다고 발표하면서 가격 인하 경쟁이 유통업계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라면업계의 가격 인하 결정은 2010년 MB 정부 이후 13년 만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주요 제품들은 가격 인하 대상에서 빠져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신라면, 새우깡 가격을 낮추기로 한 농심 외에는 각 사의 대표 제품이 대부분 빠졌다.


정부의 압박에 못 이겨 가격 인하에 나섰지만 이에 따른 재무적 손실을 의식해 인하 대상을 최소화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뒤집어 얘기하면 식품기업들의 원가 부담은 여전히 크고 가격 인상으로의 회귀는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의미도 된다.


특히 내달 원유 가격 인상이 거의 확실시 되는 데다 가공식품에 있어 필수 원재료 중 하나인 국제 원당‧설탕 가격도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호주, 태국은 이상기후 등 여파로 원당 생산량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식량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식품기업들도 주로 원재료를 수입해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국제 식량가격 변동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그래서 이번처럼 정부가 나서서 특정 산업을 콕 짚어 가격을 내리라고 압박하는 방법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고물가 상황이 장기화되고 소비자 부담이 커지자 정부에서도 직접적인 압박 카드를 꺼내든 것이겠지만 원자재 가격이 요동칠 때 마다 이렇게 물가를 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번 사태로 식품기업들이 잃은 것은 경제적인 부분만이 아니다.


국무총리에 경제부총리가 나서고 기업들에게 저승사자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까지 거론하며 가격을 낮추는 과정에서 식품사들은 부당기업이라는 이미지까지 덤으로 얻게 됐다. 식품은 대표적인 소비재 산업이다. 기업이나 브랜드 이미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식품가격을 올렸다가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면 고스란히 이익을 취하는 기업으로 매도됐다.


대부분 기업들은 3개월에서 6개월 전에 선물 형태로 원자재를 구입한다. 현재 밀가격이 내렸더라도 이미 공장에서는 6개월 전에 비싸게 사온 밀가루로 제품이 생산되는 식이다.


때문에 식품업계에서는 가격 인하로 인한 경제적 부담 보다 부당기업이라는 프레임에 갇힌 게 더 뼈아프다는 말도 나온다.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어도 물을 먹이지는 못한다. 살아 움직이는 시장에 인위적인 개입은 자칫 시장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다.


특히나 힘으로 억누르는 방식은 거센 반발만 살 뿐이다. 현재 수입 돼지고기‧닭고기에 적용 중인 무관세 조치처럼 세심한 정책적인 접근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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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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