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사건 선고로 보완수사 필요성 다시 제기
정성호 "암장될 뻔한 사건 보완수사로 드러나"
당내선 "경찰 부실수사 논란 시 민주당 역풍 우려"
"보완수사권 되살아날 일 없어" 등 의견 갈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월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청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출범을 하루 앞두고 검찰개혁의 핵심 과제인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둘러싼 논란에 다시 휩싸였다. 민주당이 이미 보완수사권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한 만큼 제도를 되돌리자는 움직임은 아니지만, 검찰의 보완수사가 범행의 실체를 밝힌 '장윤기 사건' 1심 선고를 계기로 당내에서도 제도 시행에 대한 우려와 일부 존치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 7월 검사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대신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아동학대·가정폭력·성범죄·스토킹·장애인학대·노인학대 등 7대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청 검사가 중수청·지방중수청에 보완수사 또는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별도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경찰의 자체 사건 종결을 제한하고 피해자 보호 수단과 수사기관 간 상호 견제 장치도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제도 시행을 하루 앞둔 시점에 검찰의 보완수사가 범행의 성격을 바꾼 사건이 재차 부각되면서 민주당 내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광주지법 형사13부(이정호 부장판사)는 여고생 이채원양을 살해한 장윤기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장윤기는 당초 살인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지만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성폭행을 목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다. 광주지검은 추가 증거 등을 토대로 장윤기를 '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했고, 재판부 역시 성폭력 목적의 계획범행을 인정했다. 검찰은 앞서 진행된 결심공판에서 장윤기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정성호 민주당 의원도 선고 직후 이 사건을 직접 언급하며 보완수사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정성호 의원은 전날 밤 페이스북에 "일반 살인 범죄로 암장될 뻔했던 사건의 진상이 광주지검의 적극적인 2차 보완수사를 통해 드러났다"며 "장윤기를 최하 형벌이 무기징역인 강간 등 목적 살인죄로 처벌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관 간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제도의 설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라며 새 형사소송법 시행 과정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검찰의 보완수사권 덕을 본 사회적 약자들의 증언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데 검찰 권한을 축소한다는 명목으로 보완수사권을 빼앗는 것은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장윤기 사건이나 최근 제주도 살인 사건 등에서 경찰 수사의 한계를 보지 않았느냐"고 했다. 이어 "현재와 같은 보완수사권 폐지를 유지한 채 경찰의 부실수사 논란이 또 도마에 오른다면 그 역풍은 민주당이 맞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검찰과 경찰에 나뉘어져 있던 국가 권한을 하나의 기관으로 집중시켰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결국 이 권한은 남용될 수 밖에 없다"며 "보완수사권이 폐지된 만큼 이른 시일 내에 이와 관련된 부작용들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9월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실제 보완수사권 폐지를 둘러싼 당내 논쟁은 제도 확정 과정에서도 이어졌다. 김남희·홍기원 의원 등은 검찰의 보완수사 기능을 일부 남겨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해왔다. 민주당은 이를 반영해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 자체는 폐지하되, 사회적 약자 대상 7대 범죄에 대해서는 중수청이 보완수사를 담당할 수 있도록 하는 절충안을 마련했다.
문제는 장윤기 사건처럼 '살인'이면서 동시에 성범죄 목적이 결합된 사건이다. 민주당이 마련한 7대 범죄 보완수사 대상에는 성범죄가 포함돼 있지만, 모든 살인 사건이 보완수사 대상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이에 따라 제도 시행 이후 경찰의 초동 수사에서 범행 동기나 추가 혐의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을 경우 누가 어떤 방식으로 수사의 공백을 메울 것인지가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국민의힘도 장윤기 사건을 고리로 공세에 나섰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1일 "검찰의 보완수사가 없었더라면 장윤기는 단순 살인으로 처리돼 징역 5년형을 받고 그쳤을지도 모른다"며 "내일부터 보완수사권이 완전히 폐지되면 장윤기 사건이 다시 벌어졌을 때 진실이 은폐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부·여당이 마련한 7대 범죄 보완수사 방안에 살인죄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제도 재검토를 요구했다.
다만 민주당에서는 당론을 다시 뒤집을 사안은 아니라는 선을 긋는 목소리도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의원들의 개별 의견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입을 막을 수는 없다"며 "검찰개혁이든 경찰개혁이든 필요한 보완과제는 추후에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질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이 발생하고 법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면 그에 맞춰 보완하면 된다"며 "국민들이 한치의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따져 보완하겠다"고 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도 "보완수사권 폐지 내용을 지금 다시 끌어올리는 것은 뜬금없다"며 "이미 당내에서 정리된 내용이고 보완수사권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다만 "현장에서 수사가 부진하거나 범죄가 암장되는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살펴야 한다"며 "지금은 개정된 형사사법체계가 현장에 잘 안착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