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비티’에서 ‘가바초 챔피언’까지…알폰소·호나스 쿠아론 부자의 영화 세계 [31st BIFF]

데일리안(부산) =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10.08 12:07  수정 2026.10.08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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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나스 감독 "아버지도 영화계 들어오는 것을 말렸다"

알폰소 감독 "이민 이야기, 인간 경험에 그 이상"

알폰소 쿠아론 감독과 아들 호나스 쿠아론 감독이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함께 영화를 만들어온 과정과 서로 다른 연출관을 밝혔다. ‘그래비티’의 각본을 공동 집필한 두 사람은 아버지와 아들이자 창작 파트너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아 왔다. 알폰소 감독은 한때 아들의 영화계 진출을 만류했지만, 지금은 아들이 구축한 영화적 언어에서 배울 점을 발견하고 있다고 말했다.


8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과 호나스 쿠아론 감독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그래비티’와 ‘로마’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두 차례 받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이번 영화제를 통해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개막식 참석을 시작으로 ‘그래비티’ IMAX 특별 상영과 스페셜 토크, 마스터 클래스 등을 통해 관객과 만난다.


알폰소 쿠아론 ·호나스 쿠아론ⓒ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호나스 쿠아론 감독은 신작 ‘가바초 챔피언’이 월드 시네마 부문에 초청되면서 부산을 찾았다. 두 사람은 ‘그래비티’ 각본을 공동 집필했으며, ‘가바초 챔피언’에는 알폰소 감독이 제작자로 참여했다.


알폰소 감독은 아들이 영화감독이 되는 것을 처음부터 바라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어릴 때부터 함께 영화를 보며 영화에 대한 사랑을 나눴지만, 영화 공부를 하거나 영화계에 들어오는 것은 오히려 말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호나스 감독이 직접 영화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아버지의 생각도 달라졌다. 알폰소 감독은 “첫 작품부터 저와 완전히 다른 영화적 언어를 발전시키고 있다는 사실이 신선했다”며 “오히려 제가 배울 수 있는 언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아들이 관객을 바라보는 방식도 자신의 작업에 영향을 미쳤다. 알폰소 감독은 “호나스는 관객을 믿고 영화가 가진 힘을 믿는다”며 “저 역시 제 영화적 언어를 더 깊이 탐색하도록 자극받았다”고 설명했다.


호나스 감독에게 아버지는 어린 시절부터 영화에 대한 관심을 키워준 존재였다. 그는 “아버지와 끊임없이 영화를 보면서 자랐다. 아버지가 가진 영화에 대한 열정이 자연스럽게 저에게도 전해졌다”며 “그런 경험을 공유했기 때문에 협업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감독을 꿈꾼 것은 아니었다. 호나스 감독은 “아버지도 제가 영화계에 들어오는 것을 말렸고, 저 역시 영화와 다른 길을 가고 싶었다”며 “문학과 시각예술을 공부했고 사진 작업에도 관심이 있었다”고 밝혔다.


영화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 계기는 사진을 활용한 프랑스 영화를 접하면서라며 “영화가 이야기와 이미지, 소리, 음악 등 여러 예술 형식을 하나로 결합할 수 있는 매체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그때 아버지가 왜 영화를 그렇게 사랑하는지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함께 각본을 쓴 ‘그래비티’ 역시 영화에 대한 공통된 취향에서 출발했다.


호나스 감독은 “제가 쓴 ‘디시에르토’의 각본을 아버지가 읽었고, 액션 스릴러라는 설정을 흥미롭게 받아들였다”며 “우리가 좋아했던 고전 스릴러와 액션 영화들에 관해 이야기하다가 우주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발전시키게 됐다”고 설명했다.


부자간의 협업이 특별히 어렵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작업은 굉장히 자연스럽고 빠르게 진행됐다. 함께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각본을 쓰는 과정 자체가 좋은 경험이었다”며 “아버지와 작업할 때마다 많은 것을 배운다”고 말했다.


알폰소 감독은 아들이 단순하면서도 분명한 서사를 가진 영화에 끌렸다고 회상했다. 그는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부터 ‘자전거 도둑’처럼 아버지와 아들이 잃어버린 자전거를 찾아가는 이야기까지 좋아했다”며 “단순한 이야기 안에 영화적인 요소와 사회적인 의미가 담긴 작품들에 반응했다”고 밝혔다.


호나스 감독의 신작 ‘가바초 챔피언’에도 장르를 통해 인물의 삶을 들여다보려는 관심이 반영됐다.


‘가바초 챔피언’은 뉴욕에서 살아가는 멕시코 이민자 청소년이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다. 호나스 감독은 이민자를 둘러싼 정치적 논의가 개인의 삶을 숫자나 추상적인 개념으로 단순화하는 데 주목했다.


그는 “이민자들의 이야기에 인간적인 얼굴을 부여하고 싶었다”며 “어려움과 폭력에 직면하지만 동시에 열망과 낭만, 시적인 상상력을 가진 인물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호나스 감독은 작품을 한 청소년의 성장 이야기로 바라봤다.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 속할 수 있는지를 찾아가는 이야기”라며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부르는지가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공동체를 통해 정체성을 찾아간다”고 설명했다.


알폰소 감독도 “오늘날 이민을 이야기하면서 정치적인 입장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며 “우리가 접하는 이민 이야기는 대부분 비극으로 가득하지만 인간의 경험에는 그 이상의 것이 있다. 어려움이 있다고 해서 기쁨이나 상상력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공동체에 속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마음을 보여준다는 점이 좋았다”고 밝혔다.


호나스 감독은 ‘그래비티’와 ‘디시에르토’에 이어 생존을 소재로 삼는 이유도 설명했다.


그는 “극한의 생존 상황에서는 인물의 심리와 여정이 아주 명확하게 드러난다”며 “‘그래비티’ 역시 우주에 홀로 남겨진 인물의 생존 이야기인 동시에 깊은 상실을 겪은 여성이 다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이야기였다”고 말했다.


호나스 감독은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애정하는 한국영화를 묻는 질문에 그는 “‘괴물’부터 ‘기생충’, 최근의 ‘어쩔수가없다’까지 제가 존경하는 한국 영화에는 공통점이 있다”며 “장르를 통해 관객과 연결되면서도 사회적인 문제를 이야기하고 유머 감각까지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은 다음 세대로도 이어졌다. 호나스 감독은 “어린 아들이 한국 영화의 열렬한 팬이고 특히 ‘부산행’을 좋아한다”며 “한국에 와서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척 기뻐했다”고 전했다.


두 감독은 관객과 극장 경험에 대한 생각도 나눴다. 호나스 감독은 전날 열린 ‘그래비티’ 상영을 떠올리며 “관객들이 주인공 라이언 스톤을 응원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며 “공포영화나 코미디처럼 많은 사람이 한 공간에서 함께 반응하는 경험은 특별하다”고 말했다.


알폰소 감독은 “극장 경험은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 것이라고 믿고,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며 “다만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방식뿐 아니라 새로운 형태로 발전할 것이다. 새로운 세대가 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배우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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