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실수로 아들 예금 5000만원 해지…분조위 “금융사가 원금·이자 돌려줘야”

손지연 기자 (nidana@dailian.co.kr)

입력 2026.10.08 16:50  수정 2026.10.0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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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본인 계좌 대신 아들 명의 예탁금 잘못 해지…금융사 책임 인정

보이스피싱범에 돈 넘어갔어도 아들 반환청구권은 그대로 유지

피해 고객에도 부당이득 반환 책임 없어…총 5164만원 지급 결정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7일 금융회사 직원의 착오로 고객 본인이 아닌 아들 명의 예탁금 계좌를 해지한 사건과 관련해 금융회사의 예탁금 반환 책임을 인정했다고 8일 밝혔다. ⓒ연합뉴스

금융회사 직원의 실수로 고객이 요청한 계좌가 아닌 아들 명의 예탁금이 잘못 해지된 사건에서 금융회사가 원금과 이자를 돌려줘야 한다는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전날(7일) 금융회사 직원의 착오로 고객 본인이 아닌 아들 명의 예탁금 계좌를 해지한 사건과 관련해 금융회사의 예탁금 반환 책임을 인정했다고 8일 밝혔다.


분조위에 따르면 2024년 9월 고객 A씨가 금융회사 지점을 찾아 본인과 아들 B씨, 딸 C씨 명의로 정기예탁금 계좌를 개설했다. 이 가운데 B씨 명의 계좌에는 5000만원이 연 3.25% 금리로 예치됐다.


이후 A씨는 같은 해 11월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범에게 속아 금융회사를 찾았다. A씨는 직원에게 자신의 예탁금 계좌를 해지해 수표로 발행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직원은 A씨 계좌가 아닌 B씨 명의의 5000만원짜리 예탁금을 잘못 해지했다. 해지된 5000만원은 A씨의 입출금 계좌로 옮겨졌고 기존 잔액과 합쳐 9500만원짜리 수표로 발행됐다.


A씨는 귀가한 뒤 아들 명의 계좌가 잘못 해지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직원과 계좌를 다시 복구하기로 했지만 보이스피싱범에게 재차 속으면서 정정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고, 이후 9500만원짜리 수표를 사기범에게 전달했다.


A씨는 사기범과 연락이 닿지 않자 보이스피싱 사기임을 깨달았다.


이에 경찰서에 피해사실을 신고했고, 금감원에는 '직원의 과실로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이 확대됐다'는 취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분조위는 B씨 명의 예탁금 계약이 유효하게 성립돼 있었던 만큼 금융회사가 이를 A씨에게 지급한 행위를 정상적인 변제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A씨에게는 B씨 명의 예탁금을 해지할 권한이 없었고, 금융회사 직원 역시 고객 요청과 다른 계좌를 해지하는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이에 따라 B씨의 예탁금 반환청구권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봤다. 금융회사는 B씨에게 원금 5000만원과 약정이자 164만9425원을 합친 총 5164만9425원을 지급해야 한다.


분조위는 잘못 해지된 예탁금을 받은 A씨에게도 부당이득 반환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A씨가 해당 돈을 자신의 재산으로 사용하거나 소비하지 않고 보이스피싱범에게 그대로 넘겼고, 범죄 과정에서 돈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이용됐을 뿐이라는 점을 고려했다.


실질적으로 해당 금액을 지배하고 이익을 얻은 주체는 A씨가 아닌 보이스피싱범이라고 본 것이다.


이번 결정은 금융회사가 가족 명의 예금이나 예탁금을 개설·해지하는 과정에서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을 경우 민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사례다.


양 당사자가 조정안을 제시받은 날부터 20일 안에 이를 수락하면 조정이 성립한다. 조정이 성립되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발생한다.


금감원은 앞으로 금융회사가 계좌를 개설할 때 금융실명 확인을 하고, 중도해지 시 해지 의사와 본인 또는 대리인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철저히 준수하도록 지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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