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상 부광약품 지분 약 13% 매수 필요
블록딜 통해 창업주 지분 일괄 확보하는 게 유리
부광약품 본사 ⓒ부광약품
부광약품 창업주 고(故) 김동연 전 회장이 남긴 부광약품 지분의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지주회사 요건 유예 만료를 앞둔 최대주주 OCI홀딩스가 해당 지분 확보에 나설지 주목되는 모습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부광약품 모회사 OCI홀딩스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따라 내년 9월 22일까지 부광약품 지분 12.89%(1272만611주)를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이 지주사가 상장 자회사 지분을 30% 이상 보유하도록 규정하면서다. 현행 규정상 유예 기간을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부광약품이 OCI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건 2022년이다. 당시 OCI홀딩스는 신사업으로 바이오를 낙점하고 창업주 일가의 부광약품 지분 약 10.9%(773만334주)를 사들였다. 이후 부광약품이 노후 공장 개선을 위해 실시한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지분율을 17.11%(1687만8791주)까지 확대했다.
지주사 요건인 30%에는 못 미치는 지분율이다. 못해도 1년 안에 부광약품 지분을 12.89%는 확보해야 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전 회장이 지난달 26일 별세했다. 고인이 보유한 부광약품 지분은 7.15%(705만3266주)다. 만약 김 전 회장의 지분을 모두 사들이면 OCI홀딩스의 부광약품 지분율은 24.26%까지 오르게 된다.
고인의 지분을 확보하는 건 OCI홀딩스에도 유리한 카드다. 장내 매수로는 부광약품 지분을 늘리기가 쉽지 않아서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부광약품의 일일 거래량은 30만주 안팎에 그친다. 거래량이 적은 종목은 매수세가 몰리면 주가가 쉽게 뛴다.
이때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로 지분을 한 번에 넘겨받으면 주가 부담을 피할 수 있다. 일례로 DB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DB아이엔씨도 지주사 전환 부담을 덜기 위해 2023년 12월 행동주의 펀드 KCGI가 보유한 DB하이텍 지분 5.63%를 블록딜로 사들였다.
OCI그룹이 처한 상황도 만만치 않다. 검찰은 이날 앞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김유신 OCI 대표이사를 폴리염화비닐(PVC) 등 석유화학제품 가격 담합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도 같은 이유로 OCI를 현장조사한 바 있다. 담합 의혹과 지주사 요건 모두 공정거래위원회 소관인 만큼 OCI홀딩스로서는 공정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상속세 재원 마련이 시급한 유족의 사정도 맞물려 있다. 현행 법상 상장사 주식의 상속세는 사망일 전후 각 2개월 종가 평균을 기준으로 매긴다. 사망일 이전 2개월 종가 평균으로 추산한 김 전 회장의 부광약품 지분 가치는 약 290억원이다. 단순 계산으로 상속세는 100억원을 웃돌 전망이다. 유족으로서도 상속받은 부광약품 지분을 현금화할 유인이 큰 셈이다.
양측의 인연도 깊다. 김 전 회장의 장남 김상훈 전 부광약품 사장은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과 같은 1968년생이다. 서강대학교 화학공학과 동문이기도 하다. 두 사람의 인연은 지분 관계로도 이어졌다. 김 전 사장은 OCI그룹이 부광약품을 인수할 때 잔여 지분 0.58%(56만8504주)에 대해 공동의결권 행사 등을 약속하는 계약을 맺었다. 김 전 사장 지분이 OCI홀딩스 측 특별관계자로 분류된 이유다.
업계에서는 OCI홀딩스가 김 전 회장의 부광약품 지분 인수에 나설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장내에서 30%를 채울 때까지 사들이면 주가가 급등할 수 있어 창업주 지분을 블록딜로 넘겨받는 게 가장 나이스한 방법"이라며 "블록딜 뒤에도 추가 매수가 필요한 만큼 양측이 적정선에서 가격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OCI홀딩스는 말을 아끼고 있다. OCI홀딩스 관계자는 "부광약품 추가 지분 확보와 관련해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부광약품 측은 창업주이긴 하지만 경영에서 물러난 개인의 지분인 만큼 회사 차원에서 언급할 사항이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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