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일농원, 국산 대원콩 연간 약 240t 사용
전통 장류 제조시설 미식여행 연계…국내 소비 확대
농식품부, 제품 현지화·해외 유통망 입점 지원
서분례 명인이 장을 담그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소희
국산 콩과 고추로 전통 장류를 생산하는 업체들이 국내 소비 기반을 지키는 가운데 장류 문화도 관광·체험을 통해 새로운 소비자를 만나고 있다.
한식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장류로 확산되면서 정부는 국내에서 이어온 장류 제조기술과 산업 기반을 해외 수출로 연결하는 지원에 나섰다.
지난달 9일 경기 안성시 일죽면 서일농원. 농원 안으로 들어서자 수천 개의 장독이 줄지어 놓인 장독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대한민국식품명인 제62호인 서분례 청국장 명인이 1996년부터 조성한 전통 장류 생산시설이다.
이날 서 명인은 말린 메주를 장독에 넣고 소금물을 부은 뒤 숯과 고추를 띄우는 전통 장 담그기 과정을 선보였다. 장을 담글 때는 전남 신안 비금도에서 들여와 3년간 간수를 뺀 소금을 사용한다. 된장의 염도는 통상 17% 수준에서 15%까지 낮췄다.
서일농원 내 장독대. ⓒ데일리안 김소희
국산 농산물로 지킨 장맛…국내 소비 기반 확대
서일농원은 청국장과 된장, 간장, 고추장 등에 국산 원료를 사용한다. 콩은 장류 생산에 적합한 대원 품종을 주로 사용하며 계약재배도 병행하고 있다. 연간 사용량은 80kg짜리 약 3000가마로, 무게로 환산하면 약 240t이다. 고춧가루를 비롯한 나머지 장류 원료도 국내산을 사용한다.
대원콩은 약 7시간 삶은 뒤 청국장과 메주 생산에 쓰인다. 국산 원료와 수작업 중심의 제조 방식을 유지하는 만큼 제품 가격은 일반 대량생산 제품보다 1.5∼2배가량 높다. 전통적인 장맛은 지키면서 온도·습도와 위생관리, 포장에는 현대적인 방식을 적용해 국내 소비자가 보다 편하게 장류를 접하도록 했다.
청국장은 된장과 달리 약 3일 만에 만들어지는 속성장이다. 발효균의 활동이 활발한 시기에 제품이 만들어져 온도와 습도가 맛과 향을 좌우한다. 기후변화에 따라 장을 담그는 시기도 조정했다. 과거에는 음력 정월에 주로 장을 담갔으나 여름이 길어지고 기온이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12월부터 작업을 시작한다.
이준철 서일농원 본부장은 “청국장 특유의 강한 냄새는 발효 과정에서 온도와 습도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관리하면 구수한 향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일농원과 같은 전통 장류 생산시설은 제품 판매를 넘어 관광·체험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 K-미식여정 제3탄으로 공개한 대한민국식품명인을 만나는 미식 여행길에는 전국 44개 제조·체험시설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장류 관련 시설은 8곳이다. 경기권에서는 권기옥 명인의 어육장과 서분례 명인의 청국장, 충청권에서는 조정숙 명인의 된장을 만나볼 수 있다. 전라권에는 기순도 명인의 진장과 윤왕순 명인의 천리장, 강순옥 명인의 고추장이 포함됐다. 경상권에서는 최명희 명인의 소두장, 제주권에서는 양정옥 명인의 제주막장을 경험할 수 있다.
명인의 제조시설을 지역 농산물과 향토음식, 주변 관광지에 연결해 소비자가 장류의 제조 과정과 지역별 장문화를 직접 경험하도록 한 것이다. 국산 농산물로 만든 장류를 단순히 구매하는 데서 나아가 생산 현장을 보고 맛보는 경험으로 확장해 국내 소비 기반을 넓히려는 취지다.
대형마트에서 고추장 등 소스 가 판매되고 있다. ⓒ뉴시스
세계로 퍼지는 장류 문화…산업 수출로 연결
국내에서 이어온 장류 문화는 한식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과 함께 해외로 확산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이러한 흐름을 장류산업의 수출 확대로 연결하기 위해 기업의 제품 개발과 해외 판로 개척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서일농원이나 명인 제품의 수출 지원이 아니라 장류·소스류 산업 전반을 대상으로 한 정책이다.
2024년 전통식품산업 생산액은 8조3000억원으로 전체 식품산업의 6.1%를 차지했다. 같은 해 전통식품 수출액은 6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2025년 소스류 수출액은 4억1200만달러로 집계됐다.
농식품부는 전통 장류 종균 보급과 기능성 연구를 추진하고 중소기업의 장류·소스류 신제품 개발과 상품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생산·유통·소비·수출 실태조사를 실시해 업체별 성장 단계에 맞는 제품 개선과 판로 확대 지원도 추진한다.
해외 진출은 글로벌 NEXT K-푸드 프로젝트 등 기존 수출지원 사업과 연계한다. 농식품부는 올해 수출기업 145개사를 선정해 기업 간 거래(B2B)와 소비자 대상(B2C) 마케팅, 수출용 제품 현지화, 해외 유통업체 입점 등을 지원하고 있다.
국산 농산물로 전통 장류를 만들어 국내 소비 기반을 유지하고, 관광·체험을 통해 장류 문화를 알린 뒤 세계적인 한식 수요를 산업 수출로 연결하는 구조다.
정경석 농식품부 국장은 “소스류는 수출이 활발한 품목으로, K-식자재 수출지원 사업의 대표 전략 품목으로 육성하고 있다”며 “장류를 비롯한 전통식품의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 소비자의 수요에 맞는 상품 개발과 현지 유통망 진출을 지원해 수출 기반을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명인 제품도 국내 백화점을 넘어 해외 시장에 더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제작 지원 :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촌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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